대구 한 사립고의 학생 두발 자유 제한 규정이 인권위로부터 시정 권고를 받았지만, 학교는 1년 넘게 관련 조치를 하지 않아 논란이다.
대구 영남고등학교 학생생활규정은 학생의 복장과 두발을 제한하는 규정을 담고 있다. 이에 따르면 학생은 앞머리를 손으로 누른 상태에서 눈썹 위 이마 일부가 드러나야 하고, 옆머리는 귀가 드러나야 하며 뒷머리는 옷깃에 닿지 않는 형태를 유지해야 한다. 또한 파마나 염색, 삭발이나 문신도 하면 안 된다.
2020년 6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이 규정이 헌법과 유엔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에 어긋나 부적합하다며, 학생의 기본권 존중을 위해 개정하라고 권고했다.
당시 영남고는 두발 규정을 완화하는 이행계획을 인권위에 제출했지만, 2021년 10월 현재에도 규정은 개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영남고의 규정은 학생 인권침해라며 2019년과 2021년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오른 바 있다.
6일 오전 7시 40분, 촛불청소년 인권법 제정연대는 영남고 앞에서 ‘대구 영남고등학교 두발 규제 항의 행동’을 열고 규정 개정을 요구했다. 이들은 영남고 규정 전반에 대해 인권위에 재진정하는 등 후속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
이들은 “영남고 규정은 학생 두발 형태와 길이에 대해 획일적 규제를 가한다. 학생을 단속하고 불이익을 주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며 “명백한 학교의 학생인권 침해로 조속히 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가인권위로부터 시정 권고를 받은 기관의 장은 권고를 이행해야 할 법률상 의무가 있다”며 “이행 계획서를 제출하고 1년이 지났는데도 의견 수렴 절차조차 진행이 되지 않은 것은 학교가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촛불청소년 인권법 제정연대에서 활동하는 강영구 변호사는 “국가인권위원회 시정 권고는 임의로 이행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아니라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이행해야 할 법적 의무를 부과한다”며 “국가인권위 권고를 이행하겠다는 계획서까지 제출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은 위법”이라고 지적했다.
주원순 영남고 교장은 “코로나19 상황 장기화 때문에 규정 개정을 위한 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규정에 대해 모여서 토의하는 일들이 이뤄져야 하는데 모여서 회의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우선 학교운영위원회 차원에서 조만간 절차 진행 방안에 대해 논의해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중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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