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구의회, ‘루돌프 코’ 국민의힘과 ‘피켓 든’ 더불어민주당

이동욱 의장 회의 운영 방식 두고 반발 이어져

12:54

대구 북구의회가 의장의 회의 운영 방식을 지적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연말연시 이벤트를 준비한 국민의힘 의원들 간 극명한 온도 차를 보이며 2021년 마지막 회의를 마무리했다.

23일 오전 북구의회는 266회 2차 정례회 4차 본회의를 열고 올해 회기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 자리에서 북구의회는 올해 세 번째 추가경정 예산안과 행정사무감사 결과보고서를 의결했고, 박정희, 장영철 두 의원의 5분 발언도 이어졌다.

처리 안건에 민감한 내용이 없고, 연말연시를 맞은 만큼 의원들은 소소한 이벤트를 준비했다. 운영위원장을 맡은 고인경 의원이 루돌프 코를 연상하게 하는 장식을 단 마스크를 의원들과 사무국 직원들에게 나누었다. 이동욱 의장(국민의힘, 읍내·관음동)과 배광식 구청장에겐 각각 산타 모자와 루돌프 사슴뿔도 착용토록 했다.

▲안경완 북구의원이 의장의 회의 운영 방식에 문제제기하는 피켓을 비치한 채 앉아 있다. 그 뒤로 루돌포 코 마스크를 쓴 국민의힘 의원이 보인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루돌프 코 마스크를 쓰는 대신 항의 피켓을 각자 자리에 비치했다. 이날 본회의 5분 발언을 신청한 후 거부당한 안경완 북구의원(고성·노원·칠성동)은 “공정하게 잘하겠다고 뽑아줬더니, 의원들 입막음을 하고 계십니까?”라고 쓴 피켓을 자신의 앞자리에 비치했다.

안 의원은 본회의를 앞두고 5분 발언을 신청했지만, 이번 정례회 기간 중 1차 본회의에서 이미 한 번 5분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북구의회 회의규칙상 5분 발언자 수나 순서 결정 권한은 모두 의장에게 있지만, 의원별 횟수 제한에 대한 규정을 별도로 없다. (관련기사=대구 북구의회, 다시 의원 발언권 제한 논란(‘21.12.22))

안 의원은 추경 예산안과 행감 결과보고서 채택 후 이어진 5분 발언 시작 전 의사진행발언을 요청해 이 문제를 제기했다. 안 의원은 “의원의 여러 권한 중 하나가 5분 발언이다. 정당한 발언을 하지 못하도록 막는 건 민주주의 역행”이라며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계속 불통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성하지 않는다면 상응의 조치를 개인적으로라도 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 의장은 “정례회에서 5분 발언을 이미 했다. 구정질문, 5분 발언을 한 번씩 기회를 주는데 두 번째 신청을 해서···”고 답하자, 안 의원은 “한 회기당 한 번이라는 건 누구와 이야길 한 건가. 그런 건 의원들과 협의를 해서 결정해야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의장은 안 의원의 반발이 이어지자 안 의원에게 5분 발언 기회를 줄 것인지를 의원들에게 거수 의견을 묻기까지 했다. 갑작스럽게 이 의장이 “안 의원에게 기회를 주자는 분은 손을 들어주시라”고 하자, 안 의원을 포함한 민주당 의원 몇몇이 손을 들었지만 과반에 미치진 못했다. 이 의장은 “다수가 의장의 회의 진행에 동의했다”며 회의를 계속했다.

▲이동욱 북구의회 의장이 산타 모자를 쓰고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민주당에선 지난 10월 상정한 의장 불신임 안건을 이번 회기에 안건으로 다루지 않은 것도 문제제기했다. 북구의회 민주당 원내대표 최우영 의원(태전1·관문동)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지난 회기에 의장 불신임안을 상정하려 했지만 국민의힘 다수 의원이 퇴장하면서 의사일정 변경안 자체가 다뤄지지 못했다”며 “그러면 이번 회기에 자동 상정되어야 함에도 의장이 직권으로 상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부분에 대해 행정안전부 질의를 요청했는데도 이 또한 의장이 직권으로 막았다”며 “이번에도 의사일정 변경안을 다시 상정하려 했지만 상정되지 않았다. 의장 혼자 독단적 운영을 하고 있다. 의장은 의원들의 원활한 활동을 도와야 함에도 권위적인 의정 활동을 해 오늘 같이 한 해를 마무리하는 본회의장을 무겁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동욱 의장은 “앞서서 언급한 것인데, 불신임 안건은 자체가 상정되지 않아서 상정하지 않았다. 이상으로 정례회 일정을 모두 마친다”고 회의를 종료했다.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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