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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가장 어두운 밑바닥에 이주민이 있다. 그들은 한국의 필요로 한국에 초대됐지만, 여전히 동등한 시민으로 대우받지는 못한다. 쓸만하고 값싼 인력. 또는 가정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쓰이고 보호받지는 못하는 그들은 어떤 사람인가. 그들이 겪는 한국은 어떤 곳인가. 이주민 한 사람의 이야기에 한국 사회의 결함이 중첩돼있다. 대구이주민선교센터를 배경으로 대구 이주민이 겪은 한국의 모습을 살펴본다.

① 어린 딸 혼자두고 출입국에 잡혀간 엄마
② “한국에 결혼이주, 말리고 싶어요”
③ 이민자 2세, 차별의 대물림

우여곡절 끝에 국적 취득과 한국 정착한 리엔(30) 씨. (관련기사=[이주민, 비보호] “한국에 결혼이주, 말리고 싶어요”(‘22.4.27)) 대구에서 생활하며 이주민을 돕고 있지만 여전히 어려움이 많다. 가장 큰 어려움은 이민자 2세인 자식에 대한 걱정이다. 이주민으로서 한국 사회 정착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는 리엔 씨는 이주민을 향한 차별과 편견이 자녀에게까지 이어지길 바라지 않는다. 리엔 씨의 바람과 무관하게 이주민 2세는 기초교육 과정에서부터 어려움에 부닥친다.

학교폭력·차별, 제대로 대응 어렵다

리엔 씨는 당장 교육기관에서의 차별을 느낀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사소하게 싸우는 경우는 신경 쓰지 않지만, 외모가 다르다는 이유로 폭력을 당하기도 했다. 그럴 땐 부모로서 제대로 조치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교사와 대화를 충분하게 하기 어려웠고, 또래 아이들도 리엔 씨 말을 듣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초등학교에 아들이 막 입학했을 때, 하교 후에 보니 맞은 상처가 있었다. 아들은 이렇다 할 말을 하지 않아 리엔 씨는 담임 교사를 찾았으나 교사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주변에 있던 또래 친구들에게 말을 걸었으나 친구들도 퉁명스러웠다. 사과라도 받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속으로 삼키는 수밖에 없었다.

리엔 씨는 대구이주민선교센터에서 상담하면서 리엔 씨보다 어려운 상황의 부모들을 만났다. 특히 피부색이 더 짙어지는 남부 쪽에서 온 이주민이 교내에서 차별이나 폭력 사례를 호소했다. 부모들은 한국어 능력이 부족할수록 대응에 어려움이 있었다.

“엄마가 외국인이라서, 엄마도 한국말이 잘 안 돼요. 그러면 창피하거든요. 다른 친구가 애한테 니네 엄마 베트남 사람이냐. 피부가 까맣다 그렇게 얘기해요. 베트남은 양호한 편인데, 필리핀이나 좀 더 색이 짙은 나라는 심해요.”  _ 리엔

일하느라 가정 교육·양육 어려워

가정생활에서도 어려움이 있다. 결혼이주 특성상 대체로 배우자인 한국인 남성과 나이 차이가 크게 나는데, 그래서인지 가정에서 보육이나 교육에 배우자는 신경을 쓰지 않고 결혼이주여성이 전담하는 경향이 있었다. 결혼이주여성이 맞벌이하면서 돌볼 시간이 없거나, 아이를 혼자 키우는 한부모가정이라 아이를 두고 출근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리엔 씨는 결혼이주여성 본인부터 수입이 없거나 벌이가 없는 상황에서 출신국에 있는 가족을 부양할 의무를 지는 경우도 있어, 자녀 양육과 가정 교육에 힘쓰기 어려운 상황이 된다고 설명한다.

“이주여성이 가난해요. 돈 벌어야 해요. 집에 있을 수가 없어요. 남편은 아이한테 관심도 없어요. 생활비도 안 줘요. 이주여성도 돈 벌러 가면 신경을 못 써요. 교육하고 싶어도 가르쳐 줄 능력이 부족해요. 한국말을 잘 못하고, 영어나 수학은 아예 봐줄 수도 없어요. 한국 아이들은 학원도 많이 보내는데 이주민 가족은 형편 때문에 그것도 어려워요.” _ 리엔

▲리엔 씨가 한국어로 된 가정 안내문을 보고 있다

대구성서공단노조에서 이주노동자 노동권·인권 등 상담을 하는 베트남 출신 혼인귀화자 윤다혜(38) 씨도 비슷한 고민이다. 다혜 씨는 중학교 1학년, 초등학교 5학년 아이를 기르고 있다.

“상담하다 보면 많은 사례를 듣는데요. 자녀들 성향도 많이 달라서, 어떤 집에는 어머니 출신국에 대해 자녀가 자랑스러워하는 경우도 있는데, 어떤 집에는 아닌 경우도 있어요. 아이와 소통이 부족하면 그렇게 되는 거 같아요. 엄마가 지인과 베트남 말을 하면 엄마 손을 잡고 다른 데로 끌고 간대요. 창피해서 그렇데요. 엄마는 한국말이 서툴러서 그런 건데, 그래서 아이들한테 제대로 교육도 못 해요. 보통 직장 생활하면서 집에 오면 피곤하고, 주말에도 근무하거나 집안일 하느라 힘들어서 더욱 신경을 못 써요.” _ 다혜

차별이 대물림 되지 않길 바라지만
교육 과정에서부터 격차 발생

교육 과정에서부터 격차가 벌어지는 이민자 2세. 특히 고등학교 때부터는 교육 격차가 가장 크고, 마땅한 지원 방법도 없다. 결국 구할 수 있는 직장도 한정적이게 된다. 가정을 꾸릴 때도 같은 이민자들과 결혼하기 쉬워, 한국 사회에서의 소수자성을 대물림하게 된다. 리엔 씨나 다혜 씨도 이 점을 우려했다.

“학교에서부터 잘 못따라가면 결국 직장도 좋은 곳에 못 다녀요. 그러면 엄마, 아빠와 똑같이 사는 거예요. 결혼할 상대도 뻔하죠. 한국에서 사람들과 어울리고 사는 게 아니고, 점점 밑으로, 밑으로 향하는 거예요. 앞으로 아들이 어떻게 살아갈 거냐. 그게 가장 큰 걱정입니다. 아이들에게 좋은 미래를 줄 수가 없어요. 차별받고 싶지 않아요. 우리도 사람이잖아요. 이민자 가정 아이들도 학교에서부터 따라갈 수 있게, 평범하게 클 수 있게 됐으면 좋겠어요.” _ 리엔

“한국어를 모르는 엄마가 많아요. 학교에서 통지서를 받으면 이해를 못해 무슨 뜻이냐고 자주 묻거든요. 매번 그렇게 하기도 어려워서, 엄마가 신경을 계속 쓰기 어려워요. 나이 든 사람은 말도 늦게 배우기 때문에, 결혼이주여성이 어울리는 사람은 또 같은 국가 출신 사람들과 자주 어울리게 되는데, 그러면 아이 입장에서는 그만큼 한국 사람과 덜 어울리게 되는 거죠. 상황이 안타까워요. 한국 사람이든, 중국 사람이든, 베트남 사람이든 같은 사회에 살면서 어울리고 차별 없이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_다혜

대구, 이민자 가정 학생 비율 증가
한 학교 60%가 이민자 가정 학생인 경우도
“다문화가정이 한부모면 정말 어려워”
“교육 과정에서 각별히 관심 필요”

인구감소와 함께 다른 나라에서 유입되는 이민자가 늘고 있다. 대도시인 대구에서도 증가 추세는 확연하다. 대구교육청에 따르면 2021년 4월 기준 관내 이민자 가정 학생 비율이 높은 순으로 5개 학교를 꼽아보면, ▲59.7%(144명 중 86명, 남부교육지원청) ▲45.5%(145명 중 66명, 서부교육지원청) ▲39.0%(292명 중 114명, 달성교육지원청) ▲30.6%(186명 중 57명, 남부교육지원청) ▲28.6%(196명 중 56명, 달성교육지원청) 순으로 나타난다.

이 학교들은 공통적으로 인근 지역에 공단이나 이주민 생활권이 형성돼 있다. 대구교육청과 교계 설명을 들어보면, 논공공단과 성서공단 인근에 이민자들이 정착하는 과정에서 출신 나라별로 이민자들이 모여사는 생활권이 형성된다. 인근 학교에 진학하는 이민자 가정 학생들도 같은 나라 출신 이민자들의 자녀가 진학하는 경향이 발견된다. 성서공단의 경우 동남아시아, 논공공단은 러시아나 몽골, 아프리카 출신 등으로 다양하다.

이민자 가정 비율이 높은 한 초등학교 교장은 <뉴스민>과 통화에서 “우리 학교는 다문화가정 학생 비율이 아주 높다. 다문화가정이 아닌 경우라도 영구임대아파트가 모인 지역 특성상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많다. 다문화가정과 비다문화가정 학생 모두 차별 의식을 느끼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한국어 학급을 운영하면서 한국어 교육에 힘쓴다. 교사 입장에서도 한국어 능력이 부족하면 교육에 어려움이 있다. 교육청에서 26개국 언어 변환이 가능한 변환기를 지원 받아 교사들이 활용한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정규 수업이 끝나고 희망자를 대상으로 이중언어 교실도 열고 있다. 여러 국가 출신 강사가 그 국가 언어와 한국어를 동시에 교육하는 프로그램이다. 정체성을 잊지 않으면서도 한국 사회에도 융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이 학교에서 오래 근무한 교장은 이민자 가정이 교육 현장에서 겪는 가장 어려운 점으로 한부모 가정 자녀에 대한 교육을 꼽았다. 보육자인 어머니가 홀로 자녀를 길러야 하는 상황에서, 생활비 마련을 위해 인근 공단에 취직해 일도 하기 때문에 자녀 교육에 신경을 쓰지 못한다는 것이다.

“학교 학생들을 다 파악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종종 학교에 제시간에 안 오는 학생들이 있어요. 전화해도 안 받아요. 그럴 때 교사가 챙기러 가면, 엄마는 출근해서 없고 아이 혼자 자고 있더라고요. 엄마는 일한다고 전화도 잘 안 돼요. 아이가 수업이 끝나면 방과후학교를 하거나 복지관에도 가는데, 엄마 퇴근까지 또 시간이 비거든요. 그렇다고 학교에서 할 수 있는 게 잘 없어요. 이 점이 제일 걱정돼요.” _교장

이민자 가정이 겪는 구조적 어려움
나이 많은 배우자의 은퇴, 이주여성 경제활동 부담
“사회에 미칠 영향 예측해, 세밀한 정책 필요”

이민자 가정이 겪는 어려움은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 분석된다. 이주여성과 그 배우자의 연령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 배우자가 가사노동 등을 분담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 돌봄과 육아를 이주여성이 전담하다시피 한다. 또한 배우자가 은퇴 시점이 지나면 상대적으로 젊은 이주여성이 임금노동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가사, 육아, 생계까지 모두 책임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8년 여성가족부의 전국다문화가족실태조사 연구에 따르면 2018년 8월 전국 이민자 가정 1만 7,550가구를 조사한 결과 이주여성의 배우자 연령대는 40~49세(44%)가 가장 많았고, 50~59세(27.6%), 30~39세(17.5%), 60세 이상(8.9%), 29세 이하(2.0%) 순이었다. 반면 이주여성은 30~39세(35.1%), 40~49세 (23.7%), 29세 이하(19.7%), 50~59세(15.0%), 60세 이상(6.5%)으로 나타났다.

국민 전체 취학률이 초등학교 97.4%, 중학교 97.9%, 고등학교 92.4%, 대학교 67.6%인데 이민자 가정 자녀 취학률은 초등학교 98.1%, 중학교 92.8%, 고등학교 87.9%, 대학교 49.6%로 상급 학교로 갈수록 국민 전체 취학률에 비해 감소 폭이 컸다.

조사 결과에는 돌봄이 필요한 연령대인 초등학교 저학년(1~3학년) 자녀 학교 정규 수업 후 방치 시간도 나타난다. 방치 시간이 없는 수준인 0시간이 46.6%, 1~2시간 32.4%, 3~5시간 19.8%, 6시간 이상 1.2%로 나타났다. 평균 방치 시간은 1시간 30분이다.

해당 연구를 수행한 최윤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민자 가정의 어려움이 분명히 존재하는데, 이는 한부모 가정, 자녀 돌봄의 문제, 일자리 문제와 복합되어 나타나기에 이민자 가정 만의 문제는 아니다”며 “이민자 가정의 특성은 부부의 문화적 이질감과 문화, 특히 언어 차이에서 오는 교육과 양육의 어려움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민자 가정의 문제는 그들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스스로 케어하는 것에서 그칠 수 없다. 전반적 사회 인식과 수용도가 높아져야 하는 문제”라며 “구조적 문제로는 이민자 가정의 부부간 연령차가 큰 점이다. 한국인 배우자가 은퇴할 시점, 자녀 교육에 비용이 많이 드는 시점, 가사 노동이 많이 필요한 시점, 이주 여성이 생계 일선에 나가야 하는 압박이 증가하는 시점이 겹쳐 부담이 가중된다”고 말했다.

끝으로 최윤정 연구위원은 “이민자 가정의 문제가 한국 사회에서 파생하거나 미칠 영향이 있기 때문에 이를 예측해 구조적 측면에서 정책적으로 지원할 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