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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해 정부는 인구감소지역 89곳을 지정했다. 89곳 중 16곳은 경북이다. 경북은 전남과 함께 가장 많은 곳이 인구감소지역으로 꼽혔다. 대구도 안전하지 않다. 남구와 서구가 인구감소지역에 이름을 올렸다. 감사원이 지난해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47년이 되면 대구 모든 구·군이 소멸(고)위험 단계에 접어든다. 시민들도 이를 장래에 다가올 가장 큰 위협으로 주목하고 있다. 돌이킬 수 없는 미래, ‘인구소멸’은 우리를 막다른길로 몰아넣고 있는 걸까?

① “상가는 내놔도 팔리지 않고, 학교도 없어지잖아요”
② 고령화X고밀도=소멸?
③ 다 아는 이유, 떠나는 청년들
④ 미래를 꿈꿀 수 없는 곳
⑤ 의성 이웃사촌마을사업이 정말 성공하려면
⑥ “지역소멸 해결은 메가 트렌드를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긴 시간 도시계획을 공부하면서 지역소멸 문제를 다뤘다. 2017년 지역소멸 문제에 대한 연구를 통해 지역소멸 현장에서 벌어지는 난맥상을 고발하는 단행본 <지방도시 살생부>를 펴냈다. 2018년에는 <지방도시 살생부>에 모두 담지 못한 대안을 <지방분권이 지방을 망친다>도 펴냈다. 마 교수는 지난달 24일 <뉴스민>과 화상 인터뷰를 통해 4차 산업혁명으로 이어지는 메가 트렌드와 지역 도시가 처한 현실을 인정하고 상생 전략을 포함한 대도시권 전략을 세부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 교수는 현상 진단에서부터 이야길 시작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으로 드러나는 산업구조의 변화가 수도권 집중을 더 가속화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를 세계적 추세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현상에 순응하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현실에서 청년이 지역을 떠나 수도권으로 가는 건 합리적 선택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수도권 위세가 점점 강해지는 추세다. 그 근본은 산업구조 변화 과정이다. 산업구조 변화는 우리가 막으려 해도 막을 수 없는 거대 메가 트렌드다. 일단 이걸 인정해야 한다. 수도권 쏠림 현상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산업구조의 변화 과정에서 대도시로 일자리가 쏠리는 현상을 인정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신산업은 굉장히 도심 지향성이 강하다. 교통결절점 중심으로 헤쳐모여 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건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메가 트렌드다.

메가 트렌드 속에서 수도권은 서울, 경기, 인천이 기능적으로 묶이면서 통으로 발전하면서 슈퍼 메가리전으로 발전하는 상황이다. 인구 2,500만을 수용하는 슈퍼 메가리전이 갖는 흡입력은 과거에 비해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비수도권은 인구를 잃고, 산업을 잃고, 신산업을 뭔가 만들어보려고 해도 제대로 하기 힘든 상황이다.

청년은 합리적 선택을 하는 거다. 서울에 가도 만만치 않겠지만, 상대적으로 기회가 낫기 때문이다. 수도권이 좋아서 가는 게 아니라 우리 지역에 일자리 기회가 없기 때문에 일자리가 있든 없든, 수도권으로 가야 미래를 그릴 수 있는 환경이 거기에 있는 거다. 이런 추세가 오래전부터 이어지긴 했는데 최근엔 너무 가속이 붙었다.”

▲마강래 교수는 지역소멸 문제 해결을 거스를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마 교수는 행정구역을 사이에 두고 비수도권 지역들이 경쟁을 벌이는 통에 수도권 집중을 적절하게 견제하거나 대응하기 힘들다면서 비수도권 지역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타개할 전략으로 대도시권 전략을 제안했다. 수도권이 거점도시, 중소도시, 농어촌도시로 역할을 분화하고 함께 발전하는 것처럼 비수도권도 도시를 묶고 계획적으로 역할을 구분해야 한다는 거다. 마 교수는 거점도시를 중심으로 발생하는 개발 이익은 중소도시와 농어촌도시로 나눌 방안까지 설계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수도권은 시장에 의해서 행정 권역을 넘어서는 기능 권역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런데 비수도권은 행정 구역을 중심으로 경쟁을 하고 있다. 뭉쳐서 힘을 합쳐야 되는 판에. 중앙정부는 비수도권 여러 자치단체가 서로 경쟁을 하다 보니,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중앙정부도 지방정부 지자체에 지원할 때 가능한 공평하게 나눠줘야 잡음이 생기지 않는다. 액수가 적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비수도권 지자체는 대규모 인프라 사업, 광역적 인프라 사업은 할 수 없는 구조가 된다. 중앙 정부가 총액으로 보면 기초지자체에 지원하는 돈은 어마무시하게 많다. 그럼에도 그 효과성은 굉장히 떨어진다.

대도시권을 중심으로 지역도 통으로 발전해야 광역 인프라도 구축되고 넓은 범위에서 인재를 끌어모을 수가 있다. 대도시권이란 개념을 보면, 대도시권 내에는 여러 도시가 있다. 큰 거점 도시도 있고 주변에 중소도시도 있고 농어촌도시도 있다. 이것들의 연합이다. 수도권도 마찬가지다. 수도권도 거점이 되는 곳이 있다. 일자리 거점이 있고, 주변 중소도시 있고, 주변으로 더 가면 농어촌도 있다.

비수도권 지역에서도 큰 대도시권을 갖추고, 여러 도시가 집적의 이익을 가질 수 있도록 압축하는 거다. 그다음 이곳들을 가능한 도로로 연결하고, 세금 시스템, 기금 시스템, 도시개발사업으로 상생 구조를 만드는 거다. 우리가 안 써서 그렇지 방법은 다양하다. 이제는 써야 한다.

산업구조 변화라는 거대 메가 트렌드가 있다. 우리는 그걸 정면으로 맞서서 싸울 수 없다. 트렌드의 힘을 이용해야 한다. 지역이 살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그것은 대도시권, 그중에서도 거점개발 정책을 확실히 해야 한다. 큰 거점, 중간 거점, 작은 거점, 이게 압축이다. 그다음 압축된 지역 내에서, 거점의 위계가 높은 지역은 개발이익이 많이 나게 되어 있다. 개발 이익을 주변 거점 지역과 나눌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거점을 구축하되, 상생 전략을 취하지 못하면 거점만 달려 나가서 빈인빅 부익부 현상이 강화될 수 있다. 거점 전략이 정당성을 부여받으려면 반드시 상생 전략이 결합되어야 한다.”

마 교수는 현상과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점을 여러 번 강조했다. 4차 산업 혁명으로 인한 산업 구조 변화가 가져오는 메가 트렌드를 인정하는 것과 함께 그는 모든 지역이 서울처럼 발전할 수 없다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역이 누려야 할 최소한의 삶의 필요는 충족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문제를 균형발전과 결부해선 안 된다고도 짚었다. 균형발전은 대도시권 단위의 균형발전 논의어야 하고 소단위의 부족한 생활 인프라를 채우는 건 주민 지원 사업이라고 구분했다.

“226개 기초지자체의 공간 전략이 동일하게 서울처럼 발전하는 구조를 갖출 순 없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면 일단 인정하라는 거다. 쇠퇴하는 도시를 그대로 내버려 두자는 게 아니다. 모두가 서울처럼 발전할 수는 없다는 것, 모두가 장대한 꿈, 첨단기업을 받아들이고, 모두가 소득이 늘어나고 인구가 늘어나는 구조는 산술적으로도 가능하지 않고 경제적으로도 가능하지 않다. 일단 이걸 인정하자는 것이다.

생활 인프라라고 퉁 쳐서 얘길 한다면, 생활 인프라도 위계가 있다. 윗단에는 응급의료시설이나 아주 고급 백화점부터 아주 작은 것은 담배 가게까지 있다. 상위 위계의 인프라까지 다 끌어안을 수 있으려면, 배후 인구가 존재해야 한다. 인구가 부족하면 상위 위계 인프라가 버틸 수 없다. 특히 민간 영역이면 빠져나간다. 아니면 공공이 적자보고 집어 넣어줘야 한다.

공공영역에서는 실질적으로 일정 수준의 인구를 가진 지역은 적더라도 지킬 건 지켜줘야 한다. 의료는 인간 삶에서 너무나 중요한 것이어서, 존엄과 관련된 것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인프라가 있으려면 인구가 있어야 한다. 인구가 없으면 빠져나간다. 그러면 차상위 인프라가 반응하기 시작한다. 극장 못 들어오고, 산부인과 못 들어온다.

인구 30만 이하 도시는 계속되는 하방 압력이 존재한다. 인구가 줄면, 인구 나가고 인프라 빠져나간다. 인구 25만, 20만 이하 도시 중 계획도시가 아니면 인구가 증가하는 지역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끝으로 의성에서 시행된 이웃사촌시범마을 사업 같은 사례를 너무 과장하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단순히 외부 인구를 유입시키는 것에 멈추는 것이 아니라 정주 인구를 지켜서 인구댐을 만들어내는 것이 병행되지 않으면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역의 작은 사례가 큰 사례로 포장되어 나가고 다른 사람에게 희망을 주는데, 사람들을 헷갈리게 한다. 지자체의 흐름을 보면 외부 인구를 유치하는 여러 전략이 있고 또 다른 하나는 있는 인구를 지키는 전략이 있다. 두 가지는 투 트랙으로 같이 가야 한다. 유치하는 전략만 쓰면 인센티브는 새롭게 들어오는 사람에게만 집중된다. 원주민이 섭섭할 수밖에 없다. 지역 주민에 대한 생활 인프라 지원책은 굉장히 중요하다. 인구댐 형성이라고 하는데, 나가지 못하게 같이 병행하는 게 중요하다.

단, 이 돈은 어디서 나느냐 할 때 이건 균형발전 정책으로 예산을 사용해선 안 된다. 균형발전은 226개 지자체 중 어려워지는 50% 이상 여러 지역에 다 예산을 뿌려서 잘 살게 하겠다는 게 아니다. 균형의 공간 단위는 226개 지역이 아니다. 거대 대도시 단위의 힘의 균형이 이뤄지게 만드는 게 균형발전이고, 그 과정에서 쇠퇴하고 어려워지는 지역에 대한 정책은 주민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누리게 하는 주민 지원 사업이다. 이걸 균형발전 정책이라고 착각을 하니까 정책이 안 나오는 거다.

큰 그림이 필요하다. 거대도시가 다 빨아먹고 있다. 그걸 막을 수 있는 제일 위 단계의 균형발전 정책이 필요하다. 당연한 걸 균형발전으로 포장하니까 사람들이 헷갈리는 게 아닐까 싶다. 쇠퇴하고 어려운 지역, 상대적 박탈감을 가진 지역에는 당연히 주민 지원 사업을 하는거다. 돈이 들어도 해야 한다. 단, 효율적인 방법이 있다는 거다. 그 방법은 가능한 주민들이 압축되는 것, 같이 모여서 살게끔 해야 한다. 그렇게 살면서 지역 역사성을 유지하고, 지역 스토리도 계속 간직하고 살고 싶은 사람은 머물 수 있고, 외부에서도 입주해서 지켜나갈 수 있는 거다. 그곳의 인구가 증가하면 좋다. 그런데 안 증가해도 된다.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거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