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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해 정부는 인구감소지역 89곳을 지정했다. 89곳 중 16곳은 경북이다. 경북은 전남과 함께 가장 많은 곳이 인구감소지역으로 꼽혔다. 대구도 안전하지 않다. 남구와 서구가 인구감소지역에 이름을 올렸다. 감사원이 지난해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47년이 되면 대구 모든 구·군이 소멸(고)위험 단계에 접어든다. 시민들도 이를 장래에 다가올 가장 큰 위협으로 주목하고 있다. 돌이킬 수 없는 미래, ‘인구소멸’은 우리를 막다른길로 몰아넣고 있는 걸까?

[인구소멸, 막다른길] ① “상가는 내놔도 팔리지 않고, 학교도 없어지잖아요”
[인구소멸, 막다른길] ② 고령화X고밀도=소멸?
[인구소멸, 막다른길] ③ 다 아는 이유, 떠나는 청년들

인구소멸 문제는 사실 자연감소보다 유출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지방은 더 그렇다. 대구·경북은 동일하게 유출하는 인구가 많아 고민거리이고, 경북은 특히 더 우려할 수준이다. 2018년부터 2020년 사이 경북에선 4만 3,424명이 태어나고, 6만 6,791명이 사망했다. 이동이 없을 경우 순감소 인구는 2만 3,367명이다.

같은 기간 경북에서 밖으로 빠져나간 순인구는 3만 774명이다. 순감소 인구보다 31% 더 많다. 매년 약 60만 명이 경북 내외를 오가며 이동했다. 매년 경북을 떠나는 인원이 12~14만 명 가량이다. 11~12만 명이 다시 유입되어서 그나마 이 정도라도 유지된다.

유출과 유입이 차이가 크지 않으니 걱정할 것 없지 않겠느냐고 말할 수 있지만 그렇진 않다. 경북을 떠나는 인구는 주로 2030 청년 세대이지만, 들어오는 인구는 5060 장년 세대이기 때문이다. 청년은 떠나고 장년이 늘면, 인구의 자연감소도 갈수록 심해진다. 고령화가 더 가속화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경상북도가 국토연구원을 통해 마련한 지방소멸대응 종합계획 용역 최종보고서를 보면 경북 도내·외로 유출되는 인구의 양상이 정리되어 있다. 2018년부터 2020년 사이 경북에서 이동한 이들은 10명 중 3명꼴로 경북 밖으로 나갔다. 29.3%가 도 밖으로 전출했고, 70.7%가 도 안에서 시군만 옮겼다.

도내에서 이동한 이들은 주로 포항, 안동, 구미 등 도내 권역별 중심도시라 할 수 있는 지역으로 옮겨갔다. 포항으로 17.9%가 옮겼고, 안동 13.4%, 구미 7.5% 순이다. 경북을 벗어난 이들 중에선 32%가 인근 대구로 떠났고, 30%는 서울(13%)과 경기(17%)에 둥지를 틀었다.

보고서는 2030 청년 세대가 교육과 일자리 문제로 경북을 등지고, 5060 장년층은 주택을 목적으로 경북으로 들어온다고 분석했다. 군 지역과 시 지역을 나눠 전출 양상을 살폈는데, 군 지역의 청년은 경북 내 시 지역이나 대구, 서울로 고르게 퍼져나간 반면 시 지역 청년은 군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대구나 서울로 떠나갔다.

경북에서 이동한 10명 중 3명 경북 밖으로
인근 대구 32%, 서울+경기 30%
도내 이동은 포항·구미·안동 등 권역 중심도시로

▲서울대 인지과학연구소팀이 제작한 비수도권으로 전입한 청년층의 시군간 이동률 그래프. ①다른 시군과 연결성이 높은 시군일수록 원의 크기가 크고 ②원의 색은 인구밀도가 높을수록 진한 푸른색, 낮을수록 붉은색이다. ③행정구역명 색깔은 인구소멸 위험이 높을수록 붉은 색을 띠고, ④ 이동률이 높을수록 화살표가 굵고 붉은색이다. (자료=감사원 보고서 재구성)

감사원 의뢰로 서울대 인지과학연구소가 실행한 연구에서도 동일한 분석이 확인된다. 2018년 인구이동 현황을 토대로 분석한 인지과학연구소 연구에 따르면 비수도권 군소도시에서는 서울로 간 이동률보다 주변 중심도시로 이동률이 더 높다. 특히 인구소멸 위험지수가 소멸위험단계에 진입한 시군에서 주변 중심도시로 이동 경향이 높게 확인됐다.

이러한 경향은 청년층을 중심으로 뚜렷하게 확인된다. 연구팀이 비수도권으로 전입한 시군간 청년층의 이동을 그래프화한 것을 보면, 경북 시군에서 대구로 향하는 화살표가 크게 표시되는 것이 확인된다. 대구로 향하는 화살표만큼 크진 않지만 포항과 구미, 안동 같은 경북 내 중심도시를 향해서도 다른 시군에 비해 큰 화살표가 향하는 게 확인된다.

▲서울대 인지과학연구소팀이 제작한 비수도권으로 전입한 청년층의 시군간 이동률 그래프 중 경북 지역을 확대했다. (자료=감사원 보고서 재구성)

이처럼 청년층의 인구 이동이 큰 것은 이미 여러 연구와 분석을 통해 교육과 직업의 문제라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인구 이동이 잦은 시점이 대학을 입학하는 20살 전후 시점과 취업을 하게 되는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이라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2018년부터 2020년 사이 경북을 떠난 인원을 연령으로 구분해보면 20~24세 때 가장 많은 1만 9,502명이 순유출됐다. 뒤를 이어 25~29세에서 1만 5,664명이 나갔고, 30~34세에서도 6,138명이 나가서 연령별 순유출 상위 3순위에 모두 해당된다.

서울대 연구팀은 교육과 직업 문제로 지역 중심도시나 수도권으로 이탈하는 원인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폈다. 연구팀은 우리나라 청년들이 높은 인구밀도 때문에 경쟁력 제고를 우선하는 경향을 갖게 됐다고 분석했다. 그래서 수도권으로 몰려들어 경쟁에 시달리고 결혼과 출산을 하지 않거나 늦추게 됐다는 거다.

연구팀은 “개인은 수도권에서 획득할 수 있는 양질의 자원을 차지하기 위해 수도권으로 이동하며, 이는 밀도가 높은 환경에서 주로 나타날 수 있는 경쟁력 확보 노력의 발로”라며 “우리나라처럼 밀도가 높은 환경에서는 수도권에서 제공되는 양질의 자원을 포기하기보다 경쟁에서 승리하여 차지하려는 경향이 강력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수도권 지역에서 서울과 유사한 수준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교육과 직장 등의 인프라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면서 “비수도권이 수도권의 영향력 하에 있는 것이 아닌 자생적인 도시권을 형성한다면 수도권과 비교하여 낮은 경쟁력을 걱정하는 경향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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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더 나은 삶을 위해 청년들이 고향을 등지고 수도권으로, 좀 더 큰 도시로 이주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이 반드시 수도권에서의 삶을 지키고자 하는 건 아니다. 2020년 한국지방행정연구원1과 대구경북연구원2이 각각 수도권 청년들의 지방 이주 의견을 조사한 적이 있는데, 이 결과를 보면 10명 중 6명은 지방이주에 관심이 있다고 답했다. 그해 8월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수도권 거주 청년 1,000명을 상대로 조사해서 응답자의 58.7%가 지방이주를 고려한다고 답했고, 10월 대구경북연구원이 수도권 거주 청년 566명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도 62.9%가 지방이주에 관심이 있다고 답했다.

문제는 여건이다. 서울대 연구팀이 제언한 것처럼 자생적인 도시권이 형성되어 수도권과 비교할 때 차이가 크지 않아야 한다. 가장 중요한 여건은 단연 일자리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에서 응답자의 43.6%가 이주 초기 가장 필요한 정책을 일자리로 꼽았고, 대경연구원 조사에서도 45.6%가 1순위로 일자리를 꼽았다. 결국은 돌고 돌아 일자리다. 대한민국인 모두가 알고 있는 최고의 난제, 일자리. 19년 전 경북 의성으로 귀촌해 정착한 송종대 씨는 “36살의 청년 시기에 의성에 와서 20년을 살 수 있는 이유는 여기에서 돈을 벌 수 있고, 지역사회에서 내 역할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계속=[인구소멸, 막다른길] ④ 미래를 꿈꿀 수 없는 곳)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

  1. <인구감소대응 지방자치단체 청년유입 및 정착정책 추진방안>, 2020, 한국지방행정연구원
  2. <출향청년 지방 유턴 및 안정적 정착을 위한 정책 지원 방안>, 2020, 대구경북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