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iced by Amazon Polly

[편집자주] 지난해 정부는 인구감소지역 89곳을 지정했다. 89곳 중 16곳은 경북이다. 경북은 전남과 함께 가장 많은 곳이 인구감소지역으로 꼽혔다. 대구도 안전하지 않다. 남구와 서구가 인구감소지역에 이름을 올렸다. 감사원이 지난해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47년이 되면 대구 모든 구·군이 소멸(고)위험 단계에 접어든다. 시민들도 이를 장래에 다가올 가장 큰 위협으로 주목하고 있다. 돌이킬 수 없는 미래, ‘인구소멸’은 우리를 막다른길로 몰아넣고 있는 걸까?

6년 정도 대구에서 거주한 것을 제외하면 이상호 씨는 72년 평생을 경북 의성군에서 나고 자랐다. 의성읍 전통시장에서 아내와 청과상을 운영하지만 벌이는 신통찮다. 장성한 아들 둘이 경북 포항과 인천에서 벌이 걱정 없는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 벌이가 신통찮아도 큰 걱정은 없지만, 의성의 인구가 줄면서 다른 걱정거리가 생겼다. 7년 전 1억 조금 넘는 돈을 주고 산 청과상을 처분할 길이 요원할 것 같아서다.

“상가를 갖고 있는데, 내가 돌아가 버리면 맡을 사람이 없다. 그냥 빈집이 되어버리는 거다. 여기 앞집도, 저 집이나 이 집도 전부 지금 내외 둘 뿐인데, 하나 죽어버리면 끝이다. 팔려고 내놔도 시세도 형성된 게 없다. 7년 전에 1억 1,000만 원을 주고 샀고 그새 수리한다고 4,000만 원은 더 썼는데 팔려고 내놔도 사람이 없다. 인구가 줄고 있는 게 피부에 와닿는다”

인구감소를 체감하느냐는 물음에 상호 씨는 마주 보고 있는 다른 상점을 손가락질하며 우려 섞인 말을 했다. 상호 씨가 인구감소 체감 근거로 말한 상가 거래는 통계상으론 근거가 분명하지 않다. 국토교통부가 운영하는 부동산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통해 확인하면 그가 상가를 구매한 것으로 추정되는 2014년경부터 2021년까지 의성군 내 상가 매매는 뚜렷한 경향성 없이 이뤄졌다.

▲의성에서 만난 주민 대다수는 인구소멸 위기를 체감한다고 답했다.

2014년엔 의성군 전체에서 상가 거래 36건 있었고, 2015년엔 26건으로 떨어졌지만 2016년 다시 32건으로 늘어났다. 2017년 20건까지 떨어지면서 들쑥날쑥한 모습을 보였고, 2018년 18건을 기록한 후 2019년부터 2021년까지는 꾸준히 30건 이상 거래가 이뤄졌다. 의성읍내로 좁혀서 거래 현황을 봐도 2020년 19건, 2021년 18건으로 2014년 이후 가장 활발한 거래 경향이 확인된다.

다만, 의성읍에서도 거래가 집중되는 지역은 있다. 군청, 경찰서, 시외버스터미널이 몰려 있는 후죽리에서 많은 거래(52건)가 이뤄졌다. 상호 씨의 상점은 의성전통시장에 있고, 시장은 도동리 소재다. 도동리에선 같은 기간 상가 거래가 11건에 그쳤다. 의성군 상가 거래 절대량이 적고, 도동리는 더 적다는 점이나 상호 씨가 상가를 팔아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가 거래량에 좀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볼 수 있다.

상호 씨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요소가 이것 뿐은 아니다. 그는 출생 감소도 주요한 인구감소 체감 근거로 들면서, 폐교하는 학교를 언급했다. 그는 “출산이 없다. 우리가 다닐 땐 여기 한 1,000명 됐다. 지금은 국민학교도 몇 명 안 된다. 의성에 학교도 폐쇄 많이 됐다. 당장 여기 비봉국민학교도 없고, 다 없어졌다”고 말했다.

상호 씨가 말하는 비봉국민학교는 의성읍 비봉리에 있던 초등학교다. 1991년 의성남부초등학교에 흡수돼 분교로 운영되다가 1995년 그마저도 폐교됐다. 경상북도의성교육지원청에 따르면 의성에서 사라진 학교는 2019년까지 63곳이다. 1991년에서 1995년 사이에만 21개(33.3%) 학교가 사라졌다.

‘학교의 소멸’은 경북민이 지방소멸을 체감하는 주요 근거다. 지난해 경상북도가 ‘지방소멸 대응 종합계획’을 마련하면서 실시한 주민 의식조사에서 응답자의 32.3%가 ‘학교 폐교’를 지방소멸 체감 이유 1순위로 꼽았다. 주민 의식조사와 상호 씨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경북민들은 ‘사라지는 학교’를 통해 ‘사라지는 아이’를 엿보고 ‘인구감소’ 나아가 ‘지방소멸’ 위기를 체감하는 셈이다.

70년 의성 토박이가 말하는 인구소멸 위기
“학교가 없어졌다”, “출산이 없다”
의성 주민 다수 저조한 출생, 인구문제 원인으로

‘아이가 없다’는 이야기는 상호 씨뿐 아니라 지난 1월 <뉴스민>이 의성에서 만난 주민 다수가 입에 올렸다. 의성읍에 거주하는 김육동(63) 씨는 “학생 수가 많이 줄었고, 시장에도 아가방이나 아기용품 가게가 없어졌다”며 “어딜가도 애들 구경하기가 어렵다. 유치원이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니지만 애들이 단체로 나오면 예전엔 30명씩 나오던 게 지금은 10명 이렇게밖에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의성읍에 거주하는 배분옥(74) 씨와 김영화(60대) 씨도 같은 이야길 했다. 배 씨는 “의성엔 노인밖에 없다. 길에 사람이 안 다닌다. 노인들이 가끔 유모차 끌고 다니면 그분들이 유일한 사람 구경”이라며 “젊은이들이 좀 많고 애기들이 많이 태어나야 하는데, 그게 아쉽다”고 말했고, 김 씨는 “학교 가는 애들도 없고, 우리 동네가 너무 삭막하다. 아기들이 좀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73세 여성도 “동네에서 갓난아기 못 본 지 좀 된 거 같다. 아기 우는 소리를 들어 본지가···”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처럼 감소한 ‘출생’이 인구감소의 주요한 이유로 지목되는 만큼 정부 차원에 여러 출산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김해석(73, 남) 씨는 출산지원책을 보면 저출생 문제가 심각하다는 걸 체감한다. 그는 “아이 낳으면 1명 200만 원, 이런 식으로 지원해주는 걸 보면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고 느껴진다”며 “돈도 돈이지만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의성군은 아이 하나만 낳아도 출산축하금, 지원금 등 390만 원을 지급한다. 아이가 늘면 지원금도 늘어난다. 둘째는 510만 원, 셋째는 1,550만 원, 넷째는 1,850만 원이다. 이 밖에도 다자녀 장학금, 10만 원 상당의 출산육아용품, 첫돌 사진 촬영권도 지급된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의성군이 전국 대비 출산율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2020년 기준 의성의 합계출산율은 1.598명으로 전국 기초지자체 중 여덟 번째로 높다. 전국 출산율 0.837명보다 2배 가량 많다. 겨우 1명 안팎인 출산율의 크고 작음은 시민들에게 큰 차이로 느껴지지 않는 셈이다. <뉴스민>이 대구(0.807명)와 경북 구미(0.944명), 경주(0.971명)에서 만난 시민 대다수가 인구감소 체감 근거로 ‘출생’을 든 것만 봐도 그렇다.

의성 합계출산율, 전국 상위 여덟 번째
출산율 ‘1’ 안되는 도시에서도 ‘출생’ 문제 꼽지만
도시 내에서도 편차 커···구미 산동읍, ‘너무 많아 탈’

구미에서 만난 70대 택시운전사는 “젊은 사람들이 애를 많이 낳아야 된다. 애도 안 낳고 혼자 다니는 건 자기들 편한 것만 생각하는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고, 마찬가지로 구미에서 만난 임지혁(23, 남) 씨도 “요즘 비혼이다, 애 안 낳는다, 이런 애들이 주변에 많다”며 “일본만 봤을 때도 고령화 사회로 되어가고 이런 걸 볼 때 다른 문제는 공감이 안 되어도 인구는 저도 고민을 해봐서 공감이 된다”고 말했다.

경주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김숙희(54, 여) 씨는 “요즘 거의 애들은 한 명 내지 두 명밖에 안 낳는다. 그런 걸 보면 아기를 낳아야 하는데 어르신들도 늙어가고 국가에서 좀 해주긴 하지만 문제”라고 말했고, 경주 서부동에 거주하는 최철호(65, 남) 씨는 “사회가 자꾸 늙어서 걱정”이라며 “애들 우는 게 없다. 어딜 가도 임신한 사람도 못 본다. 옛날엔 자주 봤는데 그런 게 없다. 애기가 뛰어노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대구 수창동에 거주하는 여현정(27, 여) 씨는 “유치원 같은 곳도 애들이 많이 줄어들고, 확실히 출산율이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고, 학교에서 근무하는 최윤정(46, 여) 씨는 “학생 수가 줄어드는 정도가 아니라 학교가 없어지고 있다. 우리가 어릴 때만 해도 있을 수 없는 일이었는데, 지금은 심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저출생’이 ‘인구감소’의 원인으로 지목되지 않으려면 월등하게 출생이 많아서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체감할 수준은 되어야 한다. 구미 산동읍이 그렇다. 산동읍 물빛공원에서 만난 ‘엄마’들은 인구감소는 문제지만, ‘저출생은 체감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아이가 둘인 임건희(35, 여) 씨는 “여긴 아기가 3명인 집도 많고, 5명도 있고 쌍둥이도 많다. 오히려 애들 없는 집을 찾아보기 힘들다”며 “저출산은 체감되지 않고, 그러다보니 지자체의 지원이 다른 지역보다 적은 느낌은 있다. 공공어린이집 가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둘째를 임신 중인 정소연(38, 여) 씨도 “여기에는 아이를 키우는 집이 많아서 인구가 줄어든다는 건 크게 체감되지 않는다”며 “출산 지원이 많았으면 한다. 현금성 지원이 제일 좋고, 국공립어린이집이 부족하다. 대기가 너무 길다”고 말했다.

출산율은 알 수 없지만 산동읍은 구미에서도 출생이 많은 동네다. 2020년 구미에서 태어난 2,695명 중 533명(19.7%)이 산동읍에서 태어났다. 구미시 전체 읍·면·동 중 가장 많은 출생아수다. 2019년에도 2,891명 중 535명(18.5%)가 태어났다. 산동읍은 2020년 기준 구미에서 가장 평균연령이 어린(31세) 동네이기도 하다.

***

▲구미 산동읍 물빛공원에서 뛰어노는 아이들. 산동읍에서 만난 ‘엄마’들은 인구소멸 문제를 체감하기 보다 많은 출생 때문에 발생하는 다른 문제들에 주목했다.

지난 1월 <뉴스민>이 대구와 경북 곳곳에서 진행한 인터뷰는 인구소멸의 징후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 상대적으로 출산율은 높지만 ‘아이가 없다’며 인구감소를 체감하는 도시가 있고, 같은 도시에서도 인구감소를 체감한다는 이가 있는가 하면, 오히려 출생아가 너무 많아 다른 걱정거리를 안고 사는 이도 만났다. 도시 간 차이 뿐 아니라, 도시 내에서도 차이를 확인했다. 그 차이에 따라 인구소멸의 위기는 앞당겨지거나 밀어내지기도 했다. 인구소멸의 위기를 앞당기기도, 밀어내기도 하는 ‘차이’는 무엇일까. (계속=[인구소멸, 막다른길] ② 고령화X고밀도=소멸?)

취재=이상원, 천용길, 박중엽, 장은미 기자
편집·촬영=여종찬 PD
기사=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