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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가장 어두운 밑바닥에 이주민이 있다. 그들은 한국의 필요로 한국에 초대됐지만, 여전히 동등한 시민으로 대우받지는 못한다. 쓸만하고 값싼 인력. 또는 가정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쓰이고 보호받지는 못하는 그들은 어떤 사람인가. 그들이 겪는 한국은 어떤 곳인가. 이주민 한 사람의 이야기에 한국 사회의 결함이 중첩돼있다. 대구이주민선교센터를 배경으로 대구 이주민이 겪은 한국의 모습을 살펴본다.① 어린 딸 혼자두고 출입국에 잡혀간 엄마
② “한국에 결혼이주, 말리고 싶어요”
③ 이민자 2세, 차별의 대물림
④ 이주노동자 산재 사망 후 일어나는 일
⑤ 이주노동자 건강권, 국가의 책임은?
⑥목사가 경북대 무슬림 유학생 돕는 이유
1년을 넘긴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 사원 건설 중단 사태. 법원은 항소심까지 북구청의 공사 중단 조치가 부당하다고 판결했지만, 여전히 공사는 진척되지 않고 있다. 협의도 마찬가지다.
사원 건축이 정당한 사유 없이 종교에 대한 선호 문제로 중단됐다면, 이는 법적·절차적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의 이주민·소수자 차별 문제로 연결된다. 사회 갈등을 중재하고 조율해야 할 정치나 행정은 이슬람 사원 건축 갈등 속에선 자취를 감췄다.
주민 누구도 보호하지 않는 정치와 행정의 공백 속, 경북대 무슬림의 고통을 나누려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이슬람 사원 건축 중단 문제를 단지 행정 절차 문제가 아닌, 한국이 좀더 평등하고 자유로운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제대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여긴다. 대구평화교회 박성민(54) 목사도 그들 중 한 명이다.
박 목사가 있는 대구평화교회는 대구이주민선교센터에 속해 있다. 평화교회에는 주말마다 이주민, 난민이 다수 방문해 예배에 참여한다. 예배 후에는 이주민 커뮤니티로, 체불임금·산업재해 상담과 문제해결에 조력하고 있다.
박 목사는 이주민의 인권을 위해 함께 하는 것이 성경 말씀을 실천하는 일이라고 한다. 그 연장선에서 경북대 무슬림 학생과 소통하고 중재에도 나서고 있다.
박 목사가 이주민 사정에 관심을 둔 계기 중 하나는 2001년 미국 9.11테러 이후 벌어진 사건이다. 당시 미국에서 신학을 공부하던 박 목사는 무슬림과 이웃으로 생활했다. 직접 무슬림과 소통하며 그들을 이해하던 중, 9.11테러가 일어났다. 9.11테러 이후 미국에서는 무슬림 혐오 현상이 증폭됐다. 이런 상황에서 테러 현장과 가까운 곳에 이슬람센터 건설이 추진됐는데, 뉴욕 시민들은 이 문제를 두고 논쟁을 벌였다.
한쪽에서는 혐오와 폭력, 증오범죄도 있었다. 하지만 그에 대비되는 연대도 있었다. 교회가 이맘(무슬림 통솔자)을 초대해 소통에 나서기도 했다. 사원에 가려는 무슬림에 대한 증오범죄 우려가 커지자,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이 나서서 모스크에 방문해 연대를 표명하고 증오범죄 반대를 외쳤다. 이 모습에서 박 목사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길을 발견했다.
박 목사는 “어느 종교가 옳다는 문제가 아니다. 종교적으로도 개신교, 천주교, 유대교, 이슬람 모두 같은 하나님에 대한 이야기인데 다른 종교보다도 더 갈등이 심하다”며 “서로 적대하는 과정이 과연 성경적인가. 예수님이 가르치는 말씀인가 하면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슬람 사원 건축 중단의 절차적 문제는 자명하다. 그래도 무슬림 유학생은 초기부터 어떻게든 평화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상황”이라며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는 무슬림 유학생을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 그들을 향해 테러리스트라고 하는, 사실이 아닌 엄청난 왜곡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목사는 중재에 직접 나서게 된 이유로, 이번 사건이 우리 사회가 종교적 자유를 침해하는 문제적 상황에 있다는 점을 드러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목사는 “우리 개신교인이 만약 사원 건축에 반대한다면, 그 상황에 대해 미안함이 있다. 그렇다면 이는 종교의 문제가 아니고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사회 문제가 된다”며 “한국 교회가 우리 사회에서 화해에 나서고 있는지, 아니면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지금 교회의 민낯은 갈등을 부추기는 쪽”이라고 지적했다.
끝으로 박 목사는 “화평케 하는 자가 복이 있다. 이것이 예수님 산상수훈의 중요한 가르침”이라며 “교회는 어떻게 하면 화해를 만드는 자가 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