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만 남은 대구 더불어민주당 ‘개혁(?)공천’

민주당 대구시당, ‘청년·여성 진출 증가했다’고 하지만
지난 지방선거와 비교하면 청년, 여성 후보 오히려 감소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후보 없어 국힘 무투표 당선 늘듯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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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끝에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위원장 김대진)이 지방선거 후보자 59명을 확정했다. 지난 11일 민주당 대구시당은 보도자료를 내고 “여성·청년의 공천을 확대하겠다는 중앙당 방침과 대구시당 공관위 개혁공천, 젊은공천, 시민공천이라는 3가지 공천 방향성에 따라 여성, 청년, 정치신인 진출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실제로 민주당 대구시당의 공천 현황을 지난 2018년 지방선거와 비교해보면 비율상으론 청년과 여성 후보의 비중이 늘었지만, 절대적인 수치는 감소한 것으로 확인된다. 여성과 청년 진출이 ‘증가했다’는 표현은 사실과 다른 주장인 셈이다.

2018년 민주당 대구시당은 기초단체장 후보 7명, 광역의원 후보 23명, 기초의원 후보 46명, 비례(광역+기초) 대표 후보 12명 등 모두 88명을 공천했다. 이들 중 만 45세 이하 청년 후보는 24명(27.3%)였고, 여성 후보는 29명(32.9%)였다.

반면 이번 지방선거에선 기초단체장 후보 4명, 광역의원 후보 5명, 기초의원 후보 42명, 비례대표 후보 8명 등 모두 59명을 공천했다. 이들 중 청년 후보는 18명(30.5%)이고, 여성 후보는 23명(39.0%)이다.

청년과 여성 후보 비중이 늘어난 건 사실이지만, 전체 후보가 지난 선거보다 ⅔ 수준으로 감소한 탓이 크다. 오히려 후보 숫자는 청년의 경우 24명에서 18명으로 ¾ 수준으로 줄었고, 여성도 29명에서 23명으로 20% 감소했다.

▲김대진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위원장(가운데)을 포함한 당협위원장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민주당 대구시당, ‘청년·여성 진출 증가했다’고 하지만 
지난 지방선거와 비교하면 청년, 여성 후보 오히려 감소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후보 없어 국힘 무투표 당선 늘듯

뿐만 아니라 기초단체장과 광역의원 후보도 급감해서 많은 선거구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무투표 당선될 가능성이 크다. 기초단체장 후보는 8개 구·군 중 4곳밖에 후보를 못 내면서 중구, 북구, 달서구는 무투표 당선이 전망되고, 광역의원 선거도 29개 선거구 중 5곳밖에 후보를 못 내서 다른 정당이나 무소속 후보가 없는 선거구는 무투표로 당선자가 확정될 전망이다.

지난 3월 대선 패배를 두고 당내 비판이 커지자 김대진 대구시당 위원장을 포함한 지도부는 입장문을 내고 모든 선거구에 후보를 출마시키겠다고 공언했지만 공수표로 남게 됐다. 김대진 위원장이 지역위를 맡고 있는 달서구에선 구청장 후보조차 세우지 못했다.

그나마 당선 가능성이 있는 기초의원 선거도 현재로선 2018년 선거만큼의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지역구만 기준으로 볼 때 지난 지방선거는 44개 선거구에 46명이 출마해서 45명이 당선됐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선 기초의원 후보 공천 과정에서 큰 논란이 일면서 현역 의원 중 10명 가량이 무소속 출마를 공언한 상태다. 지지 그룹이 겹치는 무소속 후보가 나서면서 민주당 후보의 생환을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관련기사=대구서도 ‘민주당 탈당 무소속’ 뜨나?···공천 논란 현역의원 탈당 러시로(‘22.5.10))

당내에선 공천 결과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례적으로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가 입장문까지 내면서 공천 과정의 난맥상을 폭로했다. 민주당 대구시당 공관위는 11일 공천 논란 과정을 구체적으로 적시한 입장문을 내고 유감을 표명했다.

홍의락 전 국회의원은 연일 자신의 SNS에 공천 과정을 비판하는 게시물을 올렸다. 홍 전 의원은 지난 9일 게시물에선 “민주당 대구시당의 기초의원 공천은 역사 이래, 이후에도 일어날 수 없는 유일무이한 일”이라며 “김대진 위원장의 욕심, 김홍석 사무처장의 무능과 윤덕홍 공관위원장의 게으름이 삼각 편대로 기막히게 조화를 이룬 참사”라고 맹비난했다.

임대윤 전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위원장도 11일 SNS를 통해 “촛불마저 꺼진 민주당 대구시당의 공관위와 재심위의 행태는 민주당의 씨톨조차 스스로 꺼버리고 있는 듯하다”며 “구청장과 시의원 후보는 절대 부족하고 기초의원 후보는 넘치지만 대부분 경선도 없이 정상적이지 않고 원칙도 사람에 따라 변경됐다”고 지적했다.

<뉴스민>은 일련의 사태에 대해 김대진 위원장의 의견을 듣기 위해 지난 10일 대구시당 사무실을 찾아가 김 위원장을 만났지만, 김 위원장은 “지금은 할 수 있는 말이 없다”며 기자를 피했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