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젊은 도시’ 달성군민의 표심은 어디로?

현풍과 유가읍에서 만난 주민들이 생각하는 선거 판세는?
현풍 장날 차례로 찾은 전유진, 최재훈, 전재경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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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서도 다른 지역에서 들어온 젊은 사람들은 진보정당을 선호하고, 지역 토박이들은 국민의힘 후보를 선택하는 것 같아요.” 대구 달성군 유가읍행정복지센터 인근에서 두 아이와 길을 가던 최 모(35, 여성)씨가 말했다. 그는 자신의 군수 후보 선택 기준을 두곤 “선거 공보물의 프로필과 경력, 재산과 전과 기록 등이 될 것 같다”면서도 “개인적으로 느끼기엔 추경호 국회의원도 일을 잘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대구는 많은 선거가 일찌감치 판세가 기울어버린 모습을 보이면서 선거 분위기가 나지 않고 있지만, 달성군은 조금 분위기가 다르다. 두 거대정당이 40대 젊은 후보를 공천했고, 국민의힘 공천 결과에 반발한 무소속 후보도 출마하면서 3파전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달성군은 2020년 통계청 발표 기준 평균 연령 40.2세로 대구 8개 구·군 중 가장 젊다. 유가읍은 달성군에서도 가장 젊은 동네(34.1세)로 이른바 ‘외지’에서 유입된 젊은 인구가 많은 곳이다. 최 씨가 언급하는 ‘다른 지역에서 들어온 젊은 사람’들은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보수색이 강한 대구에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30% 가까운(29.8%) 지지율을 획득하는데 일조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뉴스민>은 지난 25일 군수 후보들이 일제히 찾은 현풍장과 유가읍 일대를 찾아 ‘젊은 동네’의 ‘젊은 후보’에 대한 반응을 살폈다. 시민들은 지지 후보를 직접 밝히는 건 꺼리면서도 후보를 선택하는 기준이나 젊은 후보에 대한 의견은 밝혔다. 이들은 대체로 국민의힘이 강세를 보일 것이지만, 외지의 젊은 사람들이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표가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유진, 아직 어색하지만···버섯 구매하며 한 표 부탁
“젊은 사람과 나이 있는 사람들 지지 정당 달라”

▲ 지난 25일 현풍시장에서 전유진(더불어민주당) 달성군수 후보가 시장에서 버섯을 구입하고 있다.

오후 2시, 전유진(43)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현풍시장 공영주차장에서 유세를 시작했다. 전 후보는 학원과 카페 등을 운영했고 달성문화재단 비상임이사를 거쳤다. 아이 넷을 둔 다둥이 엄마이기도 하다. 전 후보는 이번이 첫 공식선거 출마다. 지난 2020년 국회의원 선거 당시 민주당의 달성군 국회의원 후보 공천을 신청했지만 경선 끝에 후보 자격을 얻지 못했다.

첫 선거여서인지 그는 시민들 앞에서 자신을 소개하고 홍보하는 ‘정치인’으로서 모습이 어색한 듯 보였다. 시장을 거니는 전 후보에게 시장 상인이 먼저 다가와 “이런 것도 사고 해야 표를 주지”라고 말을 걸기도 했다. 전 후보는 “저희 식구가 여섯이에요”라며 주머니에서 만원 짜리 한 장을 꺼내 버섯 한봉지를 구입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가 어릴 때 시장 바로 옆에서 살았는데, 시장을 매일 왔다. 시장을 살리겠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현풍시장에서 커피차를 운영하는 이영일(47) 씨도 전 후보에게 먼저 다가와 시원한 물을 건넸다. 이 씨는 전통시장살리기운동본부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나는 국민의힘 당원이다. 얼마 전엔 홍준표 유세를 보러 갔다가 이렇게 팔을 다쳤다. 당선은 국민의힘 최재훈 후보가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출마한 후보들의 공약은 다 비슷한 것 같다. 젊은 층이나 아이들이 많은 지역인 만큼 그런 좋은 공약들이 잘 실현되면 좋겠다. 당선되는 군수가 시장에 아케이드 설치 등 시장에 좀 더 신경써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현풍시장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우다현(57) 씨는 최근 전 후보를 보고 호감이 생겼다. 우 씨는 “편의점 문을 오전 6시에 열기 때문에 일찍 출근을 한다. 새벽 5시 50분쯤 인근에서 전유진 후보가 혼자 인사를 하고 있더라”며 “그 전까지 이런 후보가 있는 지도 잘 몰랐는데, 그 모습을 보고 뭉클하더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유가읍 등 여기 옆 동네에 젊은 사람들이 많이 사니까 다른 대구 지역이랑은 분위기가 다르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많은 것 같다”며 “젊은 사람과 나이가 좀 있는 사람들의 지지 정당이 다르다. 정치 성향이 갈리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현풍시장 유세에 나선 전재경 후보가 시장 상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전재경, 함께 국민의힘 경선 탈락한 후보들과 ‘원팀’
“정당 보다 경험 많은 인물 선택해달라” 

같은 시각, 현풍시장 신협 인근 도로에선 전재경(61) 무소속 후보가 유세차에 올라 지지를 호소했다. 전재경 후보 옆에는 국민의힘 공천에서 함께 탈락한 강성환, 박성태, 조성제 전 예비후보들이 함께했다. 이들은 주로 공천 과정의 부당함 그리고 ‘젊은’ 최재훈 후보보다 전재경 후보가 공직 경험이 많다는 점을 강조했다.

무소속으로 대구시의원 선거에 나서기도 한 강성환 후보는 “정당을 보고 ‘묻지마 투표’를 해서 당선된 선출직이 과연 우리 주민의 권리를 먼저 생각하겠냐”며 “당보다 인물을 봐야 한다. 막중한 책임을 지는 군수직을 감당할 수 있는 경험이 있는가, 도덕성이 있는 지를 보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 달라”고 호소했다.

직장 동료들과 판촉물을 돌리기 위해 유세장을 지나던 이모(23, 남성) 씨는 전재경 후보가 연설하는 모습을 휴대폰으로 찍었다. 이 씨는 “대구 다른 곳과 달리 달성군에 3명의 후보가 나온 것이 긍정적”이라며 “치열하게 선거를 해야 유권자들이 선택의 기회가 넓어진다. 후보들이 열심히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밝혔다.

이 씨는 “(전재경 후보가) 유세를 통해 이야기하는 부분들이 공감간다”면서도, “아직 어느 후보에게 표를 줄지 마음을 정하지 않았다. 투표 전에 후보자들 공보물을 꼼꼼히 살펴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박모(39, 남성) 씨도 유모차 끌고 아이와 함께 시장에 나왔다가 잠깐 멈춰서 유세를 지켜봤다. 박 씨는 “우리 지역에 출마한 후보들의 정보는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이미 살펴봤다. 국민의힘 공천 때 음주운전 전과가 있는 사람은 공천 안 한다고 했는데, 그런 전과가 있는 후보가 나와서 실망스러웠다”며 “40대 후보들은 너무 어린 느낌이다. 두 분 후보가 저랑 비슷한 또래여서 더 그런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네거티브 신경 안쓴다”는 최재훈 후보
호감 표하는 상인도, “젊은 층은 다른 정당 지지 많다”

오후 3시, 현풍시장을 돌며 유세를 시작한 최재훈(40) 국민의힘 후보는 상인들에게 악수를 청하는 등 지지를 호소했다. 최 후보가 도착하기 전부터 최 후보의 선거운동원들은 공영주차장 입구에 양쪽으로 늘어서서 후보 이름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서 있었다.

최 후보는 “전재경 후보 측의 말(네거티브)에 개의치 않는다. 경험 이야길 하시는데, 제가 처음 시의원에 나왔을 때가 34살이었다”며 “결국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선거라는 결국 다른 후보와 비교되는 거니까, 저는 다른 후보들보다 달성을 더 잘 아는 것이 저의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현풍시장에서 오랫동안 장사를 해온 최모(53, 여성) 씨는 최 후보와 반갑게 악수를 나누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최 씨는 자신의 생선 좌판 앞에서 “그전에도 (최 후보가) 시장에 자주 오는 걸 봤고, 올 때마다 스스럼없이 상인들한테 악수를 하는 모습이 호감이었다”며 “상인들끼리 선거 이야긴 별로 안 한다. 젊거나 외지에서 들어온 사람들은 (국민의힘이 아닌) 다른 정당을 지지하는 경우도 많아서 굳이 선거 이야기를 꺼내진 않는다”고 말했다.

▲ 25일 최재훈(국민의힘) 후보가 현풍시장에서 한 상인과 악수를 하고 있다.

유가읍행정복지센터 근처에서 만난 2살과 4살 자녀를 둔 엄마, 안효준(30) 씨는 “아직 어떤 후보가 있는지 잘 모른다. 그렇지만 대구시장으로 홍준표 후보를 뽑을 생각이기도 하고, 무소속 보다 정당이 있어야 군수로 일하기가 더 좋지 않겠냐”이라며 “군수에게 크게 바라는 점은 없지만 아직 아이들이 어리다 보니 놀이터나 육아 등 관련 인프라가 더 많아지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투표할 생각이 없다는 이들도 있었다. 택배기사로 일하는 김모(24, 남성)씨와 서모(24, 남성) 씨는 투표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평소에 늦게까지 일하다가 어쩌다 쉬는 날이니 잠도 좀 자는 등 쉬기 바쁠 것 같다”며 “어떤 후보가 나온 지도 모르고 누굴 뽑아도 크게 삶에서 체감 되는 게 없을 것 같다. 뉴스에서 접하는 정치 갈등도 피로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