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투표 첫날, 부동층 많은 대구 투표소를 찾았더니···

부동층 비율 높은 삼덕동‧범어3동‧월성1동
출근길, 아이등원길, 산책 속 시민들 만나
‘국힘 뽑았다’ 많지만 동시에 “협치 해야”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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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6.1지방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됐다. 대구는 무투표 당선자가 대거 속출하는 등 투표 시작도 전에 김이 빠지는 모양새다. <뉴스민>은 사전투표 첫날 스윙보터, 부동층이 많은 곳을 찾아 다니며 시민들의 투표 분위기를 살펴봤다. 부동층이 많은 곳은 최근 세 번의 전국 선거(7회 지선/21대 총선/20대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득표율 변화가 큰 곳으로 골랐다. 국민의힘 강세 지역인 대구에서 민주당의 득표 변화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시민들의 선택 변화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만난 이들은 연령대별로 다소간 차이를 보였다. 60대 이상은 국민의힘에 대한 압도적 지지세를 보였고, 20~50대 연령 사이에선 민주당, 정의당 등 다양한 정당이 언급됐다. 국민의힘 후보를 뽑았더라도 ‘다양한 정당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정당이 아닌 정책이나 후보를 살펴보고 투표에 임했다는 시민도 여럿 만날 수 있었다. 여러 정당의 후보를 골고루 찍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한편, 무투표 당선으로 인해 투표의 선택지가 적었다는 비판도 나왔다.

부동층 비율 높은 삼덕동‧범어3동‧월성1동
출근길, 아이등원길, 산책 속 시민들 만나
‘국힘 뽑았다’ 많지만 동시에 “협치 해야”

▲중구 삼덕동 행정복지센터. 삼덕동의 스윙보터 비율은 16.8%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중구 삼덩독 행정복지센터다. 오전 7시 30분경 센터 앞은 한산했다. 간간이 출근 복장을 한 젊은이들과 인근 주택가에서 온 듯한 노인들이 투표를 하러 센터에 들어섰다. 삼덕동은 중구 읍면동 가운데 부동층 비율이 가장 높은 동네다.

민주당 지지율이 가장 높았던 지난 ’18년 지선 정당득표가 40.8%까지도 나왔지만, ’22년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얻은 득표는 24.0%로 16.8% 차이가 난다. 많으면 16.8%의 유권자가 다른 선택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출근 전 관외투표를 하기 위해 왔다는 여성 A 씨(45)는 “투표 전 인터넷으로 공약을 찾아보고 왔다”며 “여러 정당의 후보를 뽑았다. 공약을 대충 훑어보고 내가 사는 지역을 잘 아는 것 같은 후보를 미리 생각해왔다”고 말했다.

A 씨와 함께 온 같은 여성 B 씨(42)는 “선거를 앞두고 A 씨를 비롯한 회사 동료들과 여러 번 토론을 벌였다. 나는 심상정의 팬이라 정의당 후보를 찍었다. 다양한 정당이 활동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자영업을 한다는 남성 C 씨(37)는 “지난 대선에선 민주당을 찍었는데 이번에는 국민의힘 후보들 위주로 찍었다. 대구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 두 정당 정치인들이 뭐가 다른지 잘 모르겠다. 차라리 대통령도 뽑힌, 규모가 큰 당 사람을 뽑으면 지역 경제가 살아날 거라는 생각으로 투표했다”고 말했다.

비교적 다양한 정당이 언급된 30~40대 시민과 달리 연령대가 높을수록 국민의힘을 언급하는 비율이 높았다. 남성 D 씨(72)는 “우린 무조건 국민의힘이다. 자식한테도 2번 뽑으라고 했다. 뽑아주는 만큼 지역을 위해 잘 협치해서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터뷰 요청을 뿌리치고 지나치던 70대로 추정되는 여성도 뒤를 돌아보며 “국힘, 국힘”이라고 외쳤다.

▲수성구 범어3동 행정복지센터. 범어3동의 스윙보터 비율은 25.6%다.

오전 8시 30분, 아이들의 손을 잡은 엄마들이 수성구 범어3동 행정복지센터 앞을 바쁘게 지나갔다. 범어3동 행정복지센터는 아파트 단지들 사이에 위치해 누군가는 출근길에, 누군가는 아이를 유치원이나 학교에 보낸 뒤 투표하기 좋은 곳에 위치해 있다. 센터 앞에서 투표장을 안내하던 투표관리인은 “대선 때보단 아침 일찍 방문하는 사람이 적었다. 출근길에 들러서 투표를 하고 가는 사람이 조금 있었고 대체로 한가했다”고 전했다.

범어3동은 대구에서도 부동층 비율이 가장 많은 곳으로 꼽힌다. ’18년 지선에선 45.7%까지도 민주당 지지율이 나왔지만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는 20.1%를 득표하는데 그쳤다. 25.6%의 다른 선택이 가능한 유권자가 있다는 의미다.

근처에 직장이 있어 출근길에 잠깐 들렀다는 여성 E 씨(27)는 “민주당과 정의당 후보를 뽑았다. 딱히 눈길이 가는 후보나 당이 있어서라기보단 하나의 당이 독식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서 골고루 뽑았다”고 말했다. 주변의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는 “선거 자체에 크게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그나마도 ‘누구 뽑을 거냐’고 물어보면 ‘그래도 국민의힘’이라고 답하는 경우를 봤다”고 전했다.

9시가 넘어가자 그나마 있던 방문객도 더 드문드문해졌다. 가방을 멘 딸과 손자에게 인사를 한 뒤 투표를 하고 나온 60대 F 씨는 “국민의힘을 뽑았다. 잘한다는 생각보다 잘하라는 생각으로 (투표를) 했다. 대구는 그래도 국민의힘 덕분에 이만큼 살고 있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등산복 차림의 60대 남성 G 씨는 투표장에서 나와 자전거에 발을 올린 채 “국민의힘을 뽑았다. 제발 일을 좀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 대체 뽑아놓으면 뭘 하는지 모르겠다. 정치를 원만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달서구 월성1동 월성보성타운1차아파트 경로당. 월성1동의 스윙보터 비율은 24.4%다.

오전 10시 30분경, 아파트 단지 내 경로당에 마련된 달서구 월성1동 사전투표소를 찾았다. 월성보성타운1차아파트 단지 안쪽의 경비실을 지나 주차장과 분리수거 구역 사이에 위치한 경로당에는 시간이 시간인 만큼 대부분 연령대가 높은 어르신들이 투표를 하러 방문했다.

월성1동은 범어3동 다음으로 부동층 비율이 높게 계산된다. 2018년 지선에선 민주당 48.3%를 얻었고, 지난 대선에선 이재명 후보가 23.9%를 얻었다. 24.4%의 부동층이 있는 셈이다.

이곳에서 30분 사이에 만난 40~70대 시민 8명 중 국민의힘 후보만을 뽑았다고 답한 건 5명이다. 이 외에도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뽑았다고 답한 시민이 2명, 여러 후보를 뽑았다고 답한 시민이 1명이었다.

40대 여성 H 씨는 “집에 온 공보물을 통해 정책을 살펴봤다. 국민의힘, 민주당, 정의당 후보 골고루 뽑았다”고 말했다. H 씨는 특별히 기억 나는 정책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남성 I 씨(51)는 “국민의힘이 너무 싫어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을 뽑았다. 당원은 아니지만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좀 힘을 써줬으면 하는 게 있다. 투명하고 깨끗한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무투표 당선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국민의힘을 뽑았다는 50대 남성 J 씨는 “투표용지가 5장뿐이었다”며 “무투표 당선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별생각 없었다. 투표용지를 받아드니 남들은 7장인데 내가 사는 지역만 몇 장 덜하다는 게 실감이 났다. 썩 기분이 좋진 않다”고 말했다.

한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사전투표 첫날인 5월 27일 오후 4시 30분까지 집계한 결과, 대구는 전국에서 가장 낮은 5.62%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같은 시각의 전국 평균 사전투표율은 8.22%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