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당 첫 공직선거 당선자 나올까? 경북 허승규, 대구 장정희

[거대정당에 맞서다] (2) 녹색당 허승규 안동시의원 후보, 장정희 대구동구의원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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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대통령 선거 직후 연이어 열리는 선거, 중대선거구제 전면 도입 실패 등으로 대구, 경북에는 무투표 당선자가 대거 배출되고 있다. 지방자치 부활 30년을 넘겼지만, 지역의 자치 일꾼을 뽑기보다는 거대 양당 구도가 더 공고해지고 있다. 뉴스민은 지방자치 실현을 위해 주목할 활동을 벌여온 소수정당, 무소속 후보를 연속해서 소개한다.

오는 6.1지방선거 녹색당으로 도전한 지역구 후보자는 전국 9명이다. 대구와 경북에는 각각 1명씩 출마했다. 녹색당은 2012년 창당한 이래 공직선거에 여러 번 도전했지만, 당선자는 한 번도 배출하지 못했다. 녹색당 후보들은 기후위기 문제 해결을 강조하면서도 지역에 맞는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두 후보 모두 유세차를 사용하지 않고, 선거권이 없는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명함을 나눠주고 인사를 한다는 특징도 있다.

▲(왼쪽) 녹색당 허승규 안동시의원 후보, 장정희 대구동구의원 후보

4년 만에 재도전한 허승규 안동시의원 후보
버스노선 개편, 폐교 공공활용 등 공약

허승규(33) 녹색당 안동시의원(안동시마선구) 후보는 이번이 두 번째 도전이다. 4년 전 같은 선거구에 녹색당 후보로 출마해 득표율 16.54%를 얻었지만 5명 중 4위로 낙선했다. 허 후보가 도전한 선거구는 2인 선거구로 이번에도 6명이 출마했다. 더불어민주당 심재한(53), 국민의힘 김창현(42), 김예현(59), 무소속 박경흠(42), 임태섭(57) 후보와 경쟁을 벌인다.

‘봉사하겠다’는 많은 후보자들과 달리 허승규 후보는 “시의원은 정치인”이라고 선언했다. 선거공보물에도 이 같은 내용을 담았다. 허 후보는 “정치는 서로 다른 이해관계에 있는 집단이 충돌할 때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이해관계 없이 접근하면 더 꼬인다. 본인이 정치인이라고 생각해야 하고, 지역구 민원만 생각하지 말고 안동시 전체의 문제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허승규 안동시의원 후보가 청소년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4년 전 낙선 이후 허승규 후보는 지역에서 꾸준히 정치활동을 벌여왔다. 특히, ‘버스타기 좋은 안동’이라는 커뮤니티를 만들어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왔다. 올해 이뤄진 안동시 시내버스 노선 개편에 시민 의견을 적극적으로 제안했고, 일부 반영이 됐다. 버스를 자주 타는 어르신과 중·고등학생을 직접 만나 의견을 들었다.

“지방 중소도시 대부분 자차가 없으면 다니기 불편하다. 어르신과 학생들의 불편함은 민원에서도 밀린다. 투표권이 없고, 목소리가 작다는 이유로 개인이 문제를 감당하고 있었다. 대중교통이 불편하면 자차를 많이 탈 수밖에 없다. 시민커뮤니티를 만들어 여론을 반영하고자 했다. 개인 의견은 민원이지만, 모으면 여론이 된다.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조직하는 게 이 시대 진보정치의 역할이다.”

허 후보는 선거구인 남선면의 작은 마을 곳곳을 누비며 주민들과 만나 ‘원림초등학교 폐교’ 문제를 이야기했다. 학교가 문을 닫은 후 개인이 사들여 운영했지만, 현재는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다.

“안동시가 매입하자고 시장님이 공약했지만 진전이 없었다. 폐교를 공공부지로 매입하는데 10억 원이면 된다. 그래서 주민을 위한 공간으로 쓰자고 공약했다. 동창회, 주민들의 바람이기도 하지만, 안동의 다른 학교에도 참고가 될 수 있는 좋은 사례다.”

허 후보가 출마한 안동은 전국에 있는 다른 녹색당 당원들도 주목하고 있다. 전남, 강원에서 활동하고 있는 당원들이 달려와 선거운동을 함께 하고 있다. 이들은 “허승규 후보가 안동에서 풀뿌리 활동을 해온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대구 유일 녹색당 지역구 출마, 장정희 동구의원 후보
“탄소중립, 기후위기 대안적 삶이 매력있다는 걸 알려야”

장정희(38) 대구 동구의원(동구라선거구) 후보는 이번 지방선거 대구 유일 녹색당 지역구 출마자다. 장 후보는 동구에서 태어나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도 여전히 동구에 살고 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직장생활을 시작했고, 사회복지사로 일하기 위해 뒤늦게 대학을 다닌 후 사회복지기관에 취업을 했다. 그러나 3개월 만에 그만뒀다. 돈이 엉뚱하게 쓰이는 것을 발견하고, 자료를 모아 퇴사 후 대구시에 제보를 했다. 다시 사회복지사로 일할 수는 없었고, 30대에 녹색당 활동을 시작했다.

장정희 후보는 “기초의원은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해야 한다. 그리고 생활하는 주민이어야 한다”며 첫 번째 공약으로 클린하우스 설치를 약속했다.

“아파트는 있지만, 작은 주택 밀집지역은 쓰레기 처리가 늘 골치 아프다. 제가 빌라에 살고 있어 체감하고 있다. 동네마다 클린하우스를 설치하면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없어지는 일자리가 있는데, 일자리까지 늘릴 수 있다면 일석이조다. 탄소중립 일자리라고 표현하고 싶다.”

▲장정희 대구동구의원 후보가 선거운동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장 후보는 녹색당 후보이니만큼 기후위기 문제 해결을 강조했다. 당선되면 구정질문을 통해 기후위기, 탄소중립을 위해 어떤 계획이 있는지 가장 먼저 물어볼 생각이다. 탄소중립을 자신과 동 떨어져 있다고 여기는 시민들에게 어떻게 다가갈 수 있을지 물었다.

“불편하지만 대안적인 삶이 매력있다는 걸 알려야 한다. 저는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주변에 자전거를 타고 다녀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보다, 제가 신나게 타는 모습을 SNS에 올린다. 가지고 다니는 에코백을 만나는 사람들이 물으면 반갑게 설명해준다. 이렇게 사는 게 재미있다고 알리려고 노력한다.”

기후정의도 중요하지만 당선 후 안전급식 조례를 1호로 발의할 계획이다. 장 후보는 “동구에는 친환경 급식지원조례는 있다. 그런데 최근 낙동강 녹조 때문에 강물로 지은 농작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독성물질이 검출돼 문제가 됐다. 학교급식에는 안전한 농산물이 보급될 수 있도록 조례를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 후보 선거구는 3명을 뽑는데 더불어민주당 노남옥(61), 국민의힘 하중호(62), 김상호(51), 오재경(60), 무소속 장갑호(64) 후보 등 6명이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

2023년은 세계 녹색당 총회가 한국에서 열릴 예정이다. 총회 자리에 함께할 선출직 공직자가 탄생할 수 있을까. 역대 녹색당 후보 중 공직선거 최다득표율은 2016년 총선 대구 달서갑에 출마한 녹색당 변홍철 후보가 얻은 30.11%였다.

천용길 기자
droadb@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