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저널리즘 컨퍼런스] ‘사람’이 중요한 지역 저널리즘

뉴스민 창간 10주년 기념 지녁저널리즘컨퍼런스
2부 대전환의 '지역' 저널리즘 연사 발표 요약
천용길 뉴스민 대표, "미디어의 미래는 변방에"
박누리 월간옥이네 편집국장, "지역 일간지 조차 서울 관점 보도 문제"
박진영 대구KBS 기자, "상상 초월의 실험 하라는 조언 도움"
원혜영 부산MBC PD, "사내에 침체된 감시 영역 넓히려 빅벙커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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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언론은 지역에서 일할 기자가 있어야 가능하다. 이를 위해선 더 기초 단위로 들어가야 한다.”

제1회 대구경북저널리즘 컨퍼런스 2부 세션 ‘대전환의 지역 저널리즘’에선 지역언론을 위한 고민을 나눴다. 천용길 뉴스민 대표, 박누리 월간옥이네 편집국장, 박진영 대구KBS 기자, 원혜영 부산MBC PD가 연사로 나서 지역언론과 지역 언론인의 역할을 풀어냈다. 이들은 모두 ’사람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지역의 관점으로 뉴스를 생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뉴스민 주최로 경북대학교 사회과학대에서 열린 제1회 대구경북저널리즘컨퍼런스 <대전환의 시대, 다시 저널리즘>에서 천용길 뉴스민 대표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정용태 기자)

2부의 시작은 천용길 뉴스민 대표가 열었다. 천 대표는 뉴스민 10주년을 맞아 창간 당시 이야기부터 현재의 구성원이 모이기까지의 이야기를 풀어내며 “뉴스민의 생존 비결은 버틴 것”이라고 전했다.

천용길 대표는 “미디어의 미래는 변방에 있다”며 “독립언론의 핵심은 구성원이 먹고살 수 있는 돈을 어떻게 만드는가”라고 짚었다. 천 대표는 “돈을 벌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모든 것을 했다. 그럼에도 절대 하지 않는 일이 있었다”며 지난해 논란이 된 기사형광고 제안 거절 사례를 소개했다. (관련기사=“광고, 기사로 바꿔 네이버 송고하면 건당 30만원”(‘16.6.29))이다.

끝으로 그는 “옥천신문처럼 기초 단위가 중심이 돼야 한다. 뉴스민의 목표는 경북 23개 시군 가운데 5곳에서 활동할 지역 기자를 양성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7일 뉴스민 주최로 경북대학교 사회과학대에서 열린 제1회 대구경북저널리즘컨퍼런스 <대전환의 시대, 다시 저널리즘>에서 박누리 월간옥이네 편집국장이 발표하고 있다. (사진=정용태 기자)

박누리 월간옥이네 편집국장은 ‘지역의 기록으로 지역의 언어를 되찾는 일’을 주제로 월간옥이네의 활동을 소개했다.  ‘월간옥이네’는 충북 옥천군을 중심으로 여러 지역 기반 활동을 이어가고 있고 있는 지역문화활력소 고래실 잡지로 2017년 창간됐다. 현재까지 60호가 발행됐다.

박 국장은 “진짜 문제는 공동체의 부재가 아닌, 공동체를 제대로 알리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이라며 “서울의 눈으로, 서울의 욕망을, 서울의 입으로 이야기한다. 광역 단위 일간지 등 지역언론조차 서울의 관점에서 보도한다. 옥천신문 기자로 일하던 시절, 주민들이 지역을 떠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월간옥이네의 게이트키핑은 다른 신문과 좀 다르다. 청소년 참정권, 길고양이, 오래된 나무, 빈집, 지역의 기록자, 장터 할머니, 작은 학교 어린이들, 여성농민, 이주민 등을 다룬다. 박 국장은 월간옥이네의 강점으로 ‘취재 활동을 통해 공동체와 연대한다는 점’을 꼽았다. 기사 작성을 넘어 전문가를 초청해 이야기를 듣거나, 직접 텃밭 활동을 진행하는 식이다.

박 국장은 “곧 창간 5주년을 앞둔 월간옥이네도 아주 조금씩이지만 독자 수가 늘고 있다.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위해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을 키우는 것”이라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지난 17일 뉴스민 주최로 경북대학교 사회과학대에서 열린 제1회 대구경북저널리즘컨퍼런스 <대전환의 시대, 다시 저널리즘>에서 박진영 대구KBS 기자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정용태 기자)

박진영 대구KBS 기자는 최근 전국적인 반향을 끌어낸 보도 ‘GPS와 리어카’를 중심으로 지역공동체에서 공영방송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전했다. 박 기자의 이 보도는 GPS를 활용한 데이터 분석 기법으로 노인빈곤 이슈를 풀어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3월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에 선정되기도 했다.

박 기자는 “대구에서 방송기자로 일하며 지역언론의 역할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상상 초월의 실험을 하라’는 사내 연구소의 조언 대로 관성을 깨고 여러 시도를 해왔다. GPS와 리어카 역시 그 일환”이고 말했다.

덧붙여 박 기자는 “서울 본사는 데스크의 비율이 높아 새로운 실험을 하기 어렵지만 비교적 조직이 슬림한 지역 총국은 실험을 하기에 적합하다.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인 부부의 이야기만을 담은 영상물을 만들거나 방송국에선 이례적으로 10부작짜리 기획 기사를 만드는 등 여러 실험을 했다”며 “GPS와 리어카 보도는 예상보다 반응이 좋아 기존의 보도에 비해 긴 시간으로 편성됐다. 지역 공영방송이 지역 시청자들을 위해 어떤 보도를 해야 하는지 방향을 찾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지난 17일 뉴스민 주최로 경북대학교 사회과학대에서 열린 제1회 대구경북저널리즘컨퍼런스 <대전환의 시대, 다시 저널리즘>에서 원혜영 부산MBC PD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정용태 기자)

마지막 연사로 나선 원혜영 부산MBC PD는 ‘우리가 낸 10조 원, 어떻게 쓰이고 있을까?’라는 주제로 ‘중앙 언론 과잉 시대, 지역 언론의 역할’에 대한 고민을 풀어놨다. 원 PD는 부산MBC와 대구MBC가 공동으로 제작하고 있는 예산추적프로젝트 ‘빅벙커’ 연출을 맡고 있다.

2018년 부산MBC에서 파일럿방송으로 시작해 현재까지 방영 중인 빅벙커는 2021년 5월부터 대구MBC와 공동으로 제작하고 있다. 한국PD대상 작품상, YWCA가 뽑은 좋은 TV프로그램상, 부산민주언론상 등을 수상하며 지역 시사프로그램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원 피디는 “방송에서 적은 캐파를 차지하고 있는 지역 시민을 위해, MBC 내에서 침체돼 있던 감시의 영역을 넓히기 위해 빅벙커를 기획했다”며 “지역대학, 식수, 권력 감시, 선거공약 등 다양한 분야를 세금을 통해 분석했다. 적은 인원으로 시작했지만 대구MBC가 합류하면서 4팀으로 늘어났다. 세금의 주인이 시민이 될 수 있도록 계속해서 감시의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