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저널리즘 컨퍼런스] “위기에 더 빛나는 ‘저널리즘’의 가치”

세 번째 대톤론의 장, 이홍천‧최현정 교수
그리고 이상원 뉴스민 편집장, 황민호 옥천신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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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의 생존 전략과 지역 저널리즘을 아우르는 학계와 언론종사자들의 저널리즘의 본령에 대한 고민이 이어졌다. 이들은 위기 저널리즘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저널리즘 본연의 가치임을 강조했다.

창간 10주년을 맞은 뉴스민이 주최한 ‘2022년 제1회 대구경북 저널리즘컨퍼런스:대전환의 시대, 다시 저널리즘’이 지난 17일 대구 북구 경북대 사회과학대학에서 열렸다. 컨퍼런스는 대전환의 저널리즘, 대전환의 지역 저널리즘, 토론의 장으로 3개 섹션으로 진행됐다.

이중 대토론의 장에서는 이홍천 동국대 교수와 최현정 박사(경북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강의전담교원), 이상원 뉴스민 편집국장, 황민호 옥천신문 대표가 토론자로 나섰다. 컨퍼런스는 영풍, DGB대구은행, 대성에너지, 인디053이 후원했고, 대구경북언론학회가 뉴스민과 함께 행사를 주관했다.

▲지난 17일 뉴스민 주최로 경북대학교 사회과학대에서 열린 제1회 대구경북저널리즘컨퍼런스 <대전환의 시대, 다시 저널리즘>에서 이홍천 동국대 교수, 최현정 박사, 이상원 편집국장, 황민호 대표(왼쪽 두번째부터 우측으로)가 토론하고 있다. (사진=정용태 기자)

먼저 이홍천 동국대 교수는 꾸준히 제기되어온 언론의 위기에 대해 짚었다. 이 교수는 약 20년 정도 일본 생활을 했고, 2021년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 교수는 “25년 전의 저널리즘과 지금의 저널리즘이 크게 변화된 것 같지않다”며 “발표자 중에서도 신문이 금방 망할 거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는데, 망하지 않았다. 일본에서도 <신문이 없어지는 날>이라는 책이 나온 지가 3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건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디어의 변화 측면에서 현재 어떤 빠른 변화가 반드시 장기적인 결과와 연결되지 않는다”면서 “저널리즘을 말할 때 대부분 큰 회사를 중심으로 생각한다. 저널리즘은 굉장히 폭넓은 원칙”이라고 덧붙였다.

오히려 이 교수는 탈집중화에 주목했다. 그는 “과거에는 특정 언론사가 독점했다면 지금은 점점 다양한 주체와 채널에서 뉴스가 유통되고 있다”며 “30년 전과 다른 점은 훨씬 글로벌해졌다. 지역을 넘어서 ‘저널리즘’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TBC에서 15년 간 방송기자로 일했던 최현정 박사는 지역언론의 상황을 되새겼다. 최 교수는 “이성규 대표님 발표에서 광고 의존 수익모델로는 신뢰 있는 고품질 콘텐츠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했다. 그런데 지역언론은 다행스럽게 광고 의존도가 높지 않지만 지자체, 공공기관 의존도가 상당히 높다”며 “결과적으로 지역 권력감시가 어려워진 상황이 일어나고, 제대로 수행을 못하니까 (지역언론이) 외면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늘 PPT 자료에서도 등장한 손석희 씨가 예전에 뉴스룸의 디지털 혁신이라는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 ‘저널리즘의 혁신은 저널리즘 본질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면서 “디지털과 관련된 기술적 변화를 주로 변화를 이야기하는데, 저널리즘 기본원칙과 본질에 대한 고민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짚었다.

최 교수는 “세계적인 뉴스의 대명사가 된 CNN이 알려진 건 1991년 걸프전 전쟁 중계였다. 그 무렵 나왔던 말이 신문의 시대는 끝났다 였다”며 “그런데 오히려 그다음에 신문의 구독률이 더 높아졌다. 그만큼 사람들은 알고자 하는 본능이 있다. 여전히 콘텐츠를 더 많이 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9년 대구MBC 보도를 통해 지역언론에 조언도 덧붙였다. 최 교수는 “당시 조국사태와 관련해 동양대 총장 녹취록을 가지고 시리즈로 보도했다”며 “유튜브 조회수가 50~60만이 되더라. 어려운 지역 환경에서 언론이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사람들이 관심 갖는 킬러 콘텐츠 생산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황민호 옥천신문 대표는 옥천신문이 지역에서 꾸준히 유료모델로 지속될 수 있었던 배경을 통해 저널리즘의 가치를 조망했다. 황 대표는 옥천신문의 취재기자 정원은 10명인데, 통신사 취재기자가 옥천·영동·보은에 1명에 불과한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33년 전에 옥천신문이 창간되지 않았다면 옥천은 언론 측면에서 소외된 지역이 됐을 것”이라며 “거대 도시를 만든다는 구상이나 화질을 높이는 기술 변화 보다 오히려 사람에 투자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옥천신문은 월 1만 원을 내는 구독자가 약 3,500명이다.

이어 “지역소멸 이야길 하지만 옥천만 해도 인구가 5만이고, 예산이 5,000억 원이다. 충분히 지역의 힘으로 자생할 수 있다고 본다”며 “그게 힘든 이유는 이런 것을 감시하고 견제하고 비판하는 힘이 충분하지 않아서다. 지역신문발전기금지원법이 있지만 매해 줄어들고, 언론이 바로 서기 힘든 상황”이라고도 했다.

특히 황 대표는 ‘솔루션 저널리즘’을 강조했다. 그는 “더 지역으로 들어가야 한다. 주민들, 시골의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언론사, 문턱이 낮은 언론사가 지역에 필요하다”면서 “오랫동안 옥천신문은 솔루션 저널리즘을 실천했고, 주민이 언론에 제보하고 제보를 통해서 일상의 것이 해결되는 것을 봐왔다. 전세계적으로 구독자가 100만이라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 주민에게 인정받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컨퍼런스를 통해 지역 또는 독립언론 간의 협업도 제안됐다. 이상원 뉴스민 편집장은 지역독립언론의 고충을 전하며, 앞서 뉴스타파가 강조한 협업을 언급했다. 이 편집장은 “오늘 컨퍼런스에서 만난 뉴스타파, 옥천신문 그리고 저희 뉴스민까지 지역 및 독립언론 차원에서 함께 할 수 있는 것을 고민해보면 좋겠다”며 “혼자, 지역에서 해나가기가 쉽지 않은 만큼 각 매체에서 만들어 내는 좋은 콘텐츠를 협업을 통해 활용하고 지속하는 방법을 찾아가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