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3/054] 물산업 도시 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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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만 대구시민은 먹는 물이 다르다. 동네에 따라 취수원(낙동강, 운문댐, 공산댐, 가창댐)이 다르다. 수돗물 생산 단가도 다르다. 가뭄이 길어지면 동구에 있는 우리 집에도 미지근한 낙동강 물이 나온다. 미지근한 물에 손을 적셔가며 설거지하면서 대구시의 신산업을 생각했다.

모르는 사람이 더 많겠지만, 대구시가 공식적으로 밝힌 미래 성장 동력 가운데 하나는 ‘물산업’이다. 한국물기술인증원도 있다. 강을 끼고 있고, 페놀 사태 이후 어느 지자체보다 수돗물에 신경을 많이 쓴 만큼 낙동강 정수장에서는 고도정수처리가 이뤄진다. 그만큼 산업으로서 가치가 있다고 여긴 것이다.

동시에 수돗물은 역대 대구시장의 중요 과제였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다르지 않다. 홍 시장은 ‘맑은 물 하이웨이’ 정책을 밝히고 있다. 지난 18일 대구시는 권기창 안동시장과 만나 안동댐-임하댐 물을 대구에 공급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틀 후인 20일 오전 달성군 다사읍에 있는 죽곡정수장에서 저류조 청소를 하던 70세 노동자가 세상을 떠났다. 저류조에 있던 유독가스(사이안화수소) 중독이었다. 그를 구하려던 공무원 2명도 중태다. 밀폐된 공간에 들어가기 전 유해가스 농도 측정이 없었다고 한다. 방독면과 같은 안전 장비도 없었다.

세상을 떠난 70세 노동자는 7명이 일하는 하청업체 소속이었다. 업체는 올해 상수도사업본부로부터 죽곡정수장 정수·취수시설물 청소용역대금 4,500여만 원을 받았다. 정수장에선 2년 전에도 하청노동자들이 숨졌다. 가창댐 시설물 안전 진단 중 잠수사가 세상을 떠났고, 매곡정수장에선 노동자가 추락해 숨지는 일도 있었다.

그보다 2년 앞선 2018년부터 대구시는 국가물산업클러스터를 조성했다. 물산업을 미래먹거리로 키우겠다는 포부였다. 수돗물 공급을 위해 일하던 노동자들이 죽고 다쳐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언급되고 있다. 물산업을 미래먹거리라 부르기 부끄러울 일이다. 대구시가 문제 해결에 발 벗고 나서지 않는다면, 1조 4,000억 원을 들여 안동-대구 도수관로 설치도 우스운 일이다. 산업재해가 반복해서 일어나도 산업은 끄덕 없이 버틸 수 있을까.

천용길 기자
droadb@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