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 건강권 실현을 위한 동행] ① 동행에 함께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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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아플 때 누구나 치료 받을 수 있는 권리는 헌법이 보장하는 보편적 권리다. 하지만 보편적 권리를 누리지 못하면서도 하소연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다. 이들은 한국의 위험하고 더러운 일을 도맡아 하면서도 아프거나 다쳤을 때 쉽게 병원을 찾지 못한다.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면 더욱 큰 손실을 감당해야 하지만, 이들은 미등록 단속의 두려움 속에서 권리를 제대로 요구하지 못한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도 제때 치료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불평등을 해소하는 정의이자 국가의 책무라는 이들이 있다. 이주민 건강권 실현을 위한 동행의 목소리다.

후원 계좌 국민은행 093401-04-284245
(재)한빛누리 (이주민건강권실현동행)

인도네시아 사람 기난자르 씨는 필자가 근로자건강센터를 운영할 때, 인도네시아인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건강 문제를 상의하러 자주 근로자건강센터를 찾았다. 35세 남자 미등록 이주노동자 팬○ 씨는 임파선에 전이된 대장암을 진단받고 어찌할 줄 몰라 기난자르 씨를 따라 근로자건강센터를 찾았다.

대구의료원의 ‘외국인근로자 등 소외계층 의료서비스 지원 사업’에 문의했으나, 예산이 바닥나 도움을 줄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전화로 이리저리 다른 지역에 있는 ‘외국인 근로자 등 소외계층 의료서비스 지원 사업’을 수행하는 의료기관을 찾았다. 마침, 부산의료원을 찾았고, 진료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아 그리로 전원했다.

30세 남자 미등록 이주노동자 코○ 씨는 옆구리 통증으로 근로자건강센터를 찾았다. 요로결석이 의심되었다. 지역에서 이주노동자들을 위해 힘쓰고 있는 종합병원에 문의했다. 사회복지 담당자가 환자를 보내달라고 답했고 검사결과 코○ 씨는 양측 요로결석과 신장결석으로 진단되었다. 한쪽 요로결석을 체외충격파쇄석술로 1회 치료했으나 온전히 치료되지 않아, 양측 요로결석을 수술로 치료하기로 했다. 진료비는 1,400만 원에 이르렀다.

21세 미등록 이주노동자 딘○ 씨는 소화기질병 관련 수술을 받은 1일 후 다발성 뇌경색이 발생하여 지역 대학병원에 입원했다. 입원 동안 질병의 경과는 빠르게 악화되었고, 여러 가지 시술을 했으나 회복되지 않고 사망했다. 10일 정도의 입원 기간 동안 치료비는 2,700만 원이었다.

이주노동자들이 처음 배치되는 사업장은 대게 열악한 환경이거나, 애초 설명과 다른 경우가 잦다. 사업주들은 자신의 사업장 노동자가 다른 사업장으로 자주 바뀔 경우 다음 이주노동자를 배치받을 때 불이익이 생긴다. 그래서 이주노동자들이 사업장을 옮기려고 요청하면 변경하는데 동의해주지 않고, 이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신분증을 압수해놓기도 한다. 신분증 없이 사업장을 이탈한 이주노동자는 미등록 신세가 된다.

이들은 언어소통이 잘 되지 않고, 지인을 통해 이리저리 다른 직장을 찾지만, 이미 ‘불법체류자’로 남게 된다. 늘 법무부에 노출될 것을 두려워하여, 모든 사회생활, 건강관리 등에서 배제된다. 사업주가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아무 말을 할 수가 없으며, 혹여나 아파서 진료를 받게 될 때도 전전긍긍 노출을 두려워하며 많은 의료비를 부담하여야 한다.

필자는 근로자건강센터를 통해 이같은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이 정부의 외국인근로자 등 소외계층 의료서비스 지원 사업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연계하거나, 지인을 통해 과잉 진료 없고, 의료비 감면이 가능한 곳을 찾아 의뢰하곤 했다. 국가별 이주민 커뮤니티가 있어 상호부조도 하고 있다.

그러던 중 경기도·인천 지역에서 ’희망의 친구들(WeFriends)‘이라는 이름으로 미등록 이주노동자 의료공제조합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내국인과 이주민의 상호부조로 미등록 이주민의 건강권을 지키고자 하는 노력하고 있었다.

장기적으론 국가 정책의 구멍으로 발생하는 미등록 이주민에 대한 정책이나 제도의 개선을 통해 해결을 해나가야 한다. 그러나 당장 아파도 진료를 받지 못하는 이들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방편이 필요하다. 우리 지역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미등록 이주민의 건강권을 지키고 함께 살아갈 방법을 찾는 것. 이것이 동행을 시작하게 된 계기이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시작하자!

양선희 이주민건강권실현을위한 동행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