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로’ 1년,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은 여전

상반기 대구 인구 17% ‘대구로’ 사용
대구지역 자영업자 월평균 440명 신규 설치
대구로 측 “지역 생활플랫폼으로 확장할 것”
현장에선 “결국 민간배달앱과 경쟁해야”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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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가 민간주도 운영 방식으로 출시한 공공배달앱 ‘대구로’가 운영 1년 차를 맞았다. 대구로는 1일부터 식당 예약 서비스를 시작했고, 하반기 중 전통시장 장보기, 퀵서비스 등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타 지자체 공공배달앱과 비교해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민간 앱에 비해 여전히 낮은 점유율이  1년 지난 시점에도 지속가능성을 고민하게 만든다.

대구로는 2021년 8월 서비스를 시작했다. 배달의민족(배민), 요기요에 이어 쿠팡이츠까지 민간배달앱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 등장해 성공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컸지만, 지난해 공공배달앱 중 최단기간 주문액 100억 원을 돌파하며 순탄한 시작을 알렸다.

▲대구로의 중개수수료는 2%, 카드결제 수수료는 2.2%다. 민간배달앱의 수수료가 12.5%까지 올라가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저렴한 수준이다. (사진=대구로 홈페이지)

대구시가 대구형 배달앱 ‘대구로’ 운영을 지원하는 건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 온라인 등 비대면 소비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지역 소상공인의 부담을 경감시켜 줄 대안이 필요하다고 판단해서다. 대구 경제 구조상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만큼 민간플랫폼 수수료를 통해 지역에서 창출된 부가 외부로 유출되는 걸 막는 역할도 한다.

민간배달앱을 이용하면 최소 6%대에서 최대 12.5%까지 수수료를 내야 하는 반면, 대구로 중개수수료는 2%다. 1만 2,000원짜리 김치찌개를 배달할 경우, 배민·요기요로 주문이 들어오면 최대 12%의 중개수수료로 1,440원이 외부로 빠져나가지만, 대구로로 주문하면 2%인 240원이 나간다.

절약한 수수료 만큼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고, 2% 수수료를 받는 배달앱 운용사도 본사를 대구에 두고 있어서 부의 외부 유출을 막는 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는 셈이다. 민간배달앱이 상위 노출, 단건 배달 전용 카테고리 입점 등 추가 비용에 따라 차등을 두는 데 비해 구조가 단순한 공공배달앱은 광고비 부담도 덜하다.

상반기 대구 인구 17% ‘대구로’ 사용
대구지역 자영업자 월평균 440명 신규 설치

구글 플레이스토어로 확인할 수 있는 대구로의 다운로드 수(8월 3일 기준)는 10만 회 이상, 리뷰 수는 1,089개, 별점은 4.2점이다. 경기도가 출시한 공공배달앱 ‘배달특급’의 다운로드 수는 50만 회 이상, 군산시의 ‘배달의명수’는 10만 회 이상이다. 서·경북·전남·경남 등에서 서비스하는 민관협력식 공공배달앱 ‘먹깨비’가 50만 회 정도의 다운로드 수를 보유한 것과 비교하면 대구로의 성적이 나쁘진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모바일 데이터 분석 서비스 ‘모바일인덱스’로 대구로의 최근 실적을 살펴보면 올해 3월부터 7월 사이 대구로의 월간 사용자 평균(안드로이드 기준, 월 앱 사용횟수 1회 이상) 은 약 13만 8,000명이다. 대구 인구의 17% 정도가 대구로를 꾸준히 사용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같은 기간 1인당 평균 사용시간은 25분, 신규 설치 건은 월 1만 3,310건을 기록했다. 대구로 사용자 중에는 30대와 40대가 각각 29%, 34%로 가장 많았으며 20대와 50대는 17%, 12%에 그쳤다. 남성 사용자 비율은 36%, 여성 사용자 비율은 64%로, 여성 이용자 수가 2배 가까이 많은 것도 특이점이다.

가맹점 전용 앱인 ‘대구로 사장님’의 사용자는 평균 7,600명 정도다. 신규 설치는 월 440건 정도이며 활성 기기(해당 기간 활성화돼 있는 기기 중 앱이 설치돼 있는 기기) 수는 약 1만 130개이다.

대구로 운영사 인성데이타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3일 현재 대구로 어플 누적 다운로드 수는 54만 8,735만 명, 가입회원 수는 26만 3,147명이다. 가맹점 수는 약 1만 2,711개이며 누적 매출액은 500억 원 이상이다.

대구시나 인성데이타는 일단 시장 진입엔 성공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대구시 경제정책과 관계자는 “내부에선 대구로가 시장에 잘 안착했다고 평가한다. 민간배달앱과 비교하긴 어렵지만, 지자체 공공배달앱 중에선 눈에 띄게 잘 운영되고 있는 편”이라고 말했고, 인성데이타 관계자도 “올해 2월 가입 회원이 약 19만 명이었는데, 오늘 기준 26만 명까지 늘었다. 하반기에 다양한 서비스를 오픈하면 더욱 늘어날 거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구로 측 “지역 생활플랫폼으로 확장할 것”
현장에선 “결국 민간배달앱과 경쟁해야”

대구시는 타 지자체 공공배달앱과 비교해 실적이 좋다고 평가하지만, 결국 민간배달앱과 경쟁해야 한다는 점에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지자체가 운영과 관련된 주요 키를 쥐고 있어, 지자체장의 의지에 따라 해마다 배정되는 예산에 차이가 생긴다는 불확실성도 있다.

대구로의 경우 대구시와 인성데이터는 2024년 6월까지 협약을 체결했고, 2023년까지 총사업비로 22억 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기획 단계였던 2020년 2,300만 원이 처음 지원됐고, 2021년엔 12억 원, 올해 6억 8,000만 원이 지원되면서 예정된 지원비의 90% 가까이가 사용됐다.

대구시 경제정책과 관계자는 “대구로는 민간주도 운영 방식이다. 기본적인 앱 구축이나 운영에 드는 비용은 인성데이타가 중개수수료와 카드결제 수수료 등으로 충당하고, 대구시는 간접 지원을 맡는다. 대구시 예산은 주로 쿠폰이나 홍보비에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적은 수수료를 받으며 대구시 지원 예산을 판촉 비용으로 사용해온 인성데이타 입장에선 대구시 지원이 끊어지면 그만큼 비용 부담을 안게 된다. 대구로의 가장 큰 장점인 낮은 수수료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인성데이타는 음식배달을 넘어 여러 생활 편의 서비스로 확대해 수익을 다각화하는 것으로 이를 타개할 전략을 내보이고 있다. 올해 5월 작성된 인성데이타 회사소개서에 따르면 대구로의 향후 방향은 지역특산물 온라인 쇼핑몰을 포함한 유통사업과 숙박‧문화시설, 스포츠관람 등 예약사업, 그리고 콜택시, 퀵 택배, 대리운전 등 물류사업까지 나아간다.

대구시도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8월 1일 시작한 음식예약 서비스를 넘어 전통시장 장보기, 퀵서비스 등 편의 서비스를 확장하면서 생활플랫폼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로는 8월 1일 식당예약 서비스를 오픈하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사진=대구시 홈페이지)

한편 현장에선 여전히 점유율이 낮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외식업중앙회 차원의 홍보를 인성데이터가 독려하기도 하고, 상인 개개인이 서비스를 제공하며 이용자 유치를 하려고 하지만 녹록치 않은 실정이다.

한국외식업중앙회 대구시 중구지부 관계자는 “업체는 저렴한 수수료 때문에, 소비자는 할인 폭 때문에 대구로를 안 쓸 이유가 없다. 하지만 업체들은 대구로 앱에 등록해도 수요가 없다고 한다. 체감상 주문이 5%도 안된다”며 “홍보를 해달라고 찾아오는데, 대기업 TV, 유튜브 광고를 어떻게 이기나”라고 말했다.

수성구에서 테이크아웃 전용 디저트 카페를 운영하는 A 씨(여, 34살)는 “수수료가 저렴하니까 대구로를 통해 들어오는 배달에는 서비스 쿠키를 한 개 더 넣는다. 가격 설정을 할 때 참고한 인근의 한 가게는 배민보다 음식 가격을 낮게 입력하기도 하더라”며 “그래도 전체 주문 수에서 대구로가 차지하는 비율은 5% 정도로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여전히 배달의민족이 절반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