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대만 법’ 힘 받나···‘여의도 더불어민주당’도 공감 이어져

김태일 장안대 총장, 허대만 전 위원장 추모 칼럼 제안
안민석 국회의원, 1일 ‘허대만법’ 토론회 개최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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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의 한 정치인의 죽음이 여의도 정치권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지난 22일 숨진 허대만 전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 위원장 이야기다. 허 전 위원장은 1995년 26살 나이로 최연소 포항시의원에 당선된 후 줄곧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경북 포항에서 ‘야당’ 활동을 이어오다 지병으로 별세했다.

▲2020년 국회의원 선거 당시 경북 포항시남구울릉군 선거구에 출마한 허대만 전 위원장, 당시 선거에서 허 전 위원장은 34.31%를 얻고 7번째로 낙선했다.

부고가 전해진 후 죽음을 추모하는 여러 추모사가 SNS를 통해 퍼졌다. 김태일 장안대 총장은 경향신문 기고를 통해 그를 추모하면서 그의 유지를 이어 민주당이 ‘허대만 법’ 제정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김 총장은 글을 통해 허 전 위원장의 삶을 짚으면서 “정치적 다양성과 풀뿌리민주주의를 실현하라는 그 힘든 역사적 과제를 차마 외면하거나 뿌리치지 못했던 마음 여리고 착한 사람”이라고 평했고, 김대중, 노무현 이후 지역주의 타파를 위한 노력이 전무에 가까워진 민주당을 지적했다.

김 총장은 “민주당은 자신들의 최전선 ‘보수의 심장’에서 평생을 바치며 싸우다 모든 것을 다 쏟아놓고 표표히 떠난 허대만에게 대답해야 한다”며 “그것은 노무현이 ‘권력의 절반을 내주고’라도 실현하자고 했던 선거제도 개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허대만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것이 자신의 마지막 꿈이라는 말을 남겼다. 그것이 비례대표제이든 중대선거구제이든 가릴 것 없다. ‘민심을 그대로 반영하는’ 선거제도면 된다”며 “그 개혁선거법을 ‘허대만 법’이라 불러주면 어떻겠나”고 제안했다.

▲지난 25일자 경향신문에 김태일 장안대 총장이 쓴 칼럼이 민주당 관계자를 중심으로 빠르게 회자됐다.

김 총장 글은 공개된 후 민주당 관계자를 중심으로 빠르게 회자됐다. 권택흥 대구 달서구갑 지역위원장은 당 지역위원장들이 참여하는 단체메시지방에 글을 공유했고, 여의도 정치권에서도 관심을 보였다.

권 위원장이 공개한 내용을 보면 우원식 의원(서울 노원구을)을 포함해 당 지도부 선거에 나선 박용진(서울 강북구을) 의원이나 윤영찬(경기 성남시중원구), 고민정(서울 광진구을) 의원 등이 공감의 뜻을 내보였다. 우 의원은 “각 당의 험지에서도 당선자가 나오도록 해야 정치가 발전할 수 있다”고 했고, 박 의원은 “미력하나마 마음과 힘을 보태겠다”고 썼다.

고 의원은 “허대만 법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말했고, 윤 의원은 “전대 기간 중 들었던 많은 얘기 중 가장 시급하다 생각했던 사안”이라며 “지구당 부활과 원외 후원제도, 전략 지역 예산지원, 지역대표 비례대표 도입 조속히 이뤄지기 기원한다”고 밝혔다.

특히 안민석 의원(경기 오산시)은 “허대만 동지의 헌신이 헛되지 않도록 해야겠다”며 “다음주 협력의원단 차원에서 허대만법 관련 토론회를 준비하려 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안 의원실은 국회에서 토론회를 개최할 준비를 마무리했다.

안 의원실에 따르면 내달 1일 오전 10시 국회에서 지역주의 극복과 국민 통합의 선거법, 즉 허대만 법을 논의하기 위한 토론회 개최를 준비하고 있다. 안 의원실 관계자에 따르면 칼럼을 쓴 김태일 총장에게 기조강연을 부탁했고, 경상도와 강원도 등 민주당 험지에서 여러 차례 낙선을 경험한 이들을 토론자로 섭외했다.

안 의원실 관계자는 “허대만 전 위원장의 유지를 받아 지역주의 극복과 국민통합의 선거법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마련되는 것”이라며 “의원실에선 토론회부터 해서 법안 발의까지 준비를 생각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기조강연에 나서게 된 김태일 총장은 <뉴스민>과 통화에서 “글이 올라가고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연락이 많이 오더라. 허대만의 유지라는 것이 그것인 것 같다. 공감이 기저에 있었던 듯했다”며 “안민석 의원도 연락이 와서 강연을 부탁했고, 좋다고 했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강연에선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선 악마와도 손잡으라고 말하고 싶다”며 “보수정당과 타협 없이는 안 되는 일이다. 정치적 노선 문제로 고집할 일이 아니라, 정치적 다양성 실현과 민심을 반영하는 선거제도 개선이 있으면 타협하고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권택흥 위원장도 “지역구도를 혁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이고, 선거제도 개혁의 핵심”이라며 “민주당이 반드시 선거제도 개혁을 당론으로 정해서 제대로 해야 한다. 그것이 대한민국 지역구도 타파를 통한 정치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고, 허 전 위원장의 유지를 잇는 길”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구·경북의 25개 더불어민주당 지역위원장들이 공동으로 민주당 전당대회 후보자들에게 제안한 지역주의 타파 정치개혁안에 대해 대표 후보 2명, 최고위원 후보 7명 등 전원이 동의한다는 의견을 밝혀서, 누가 지도부에 입성하든 지역주의 타파를 위한 선거법 개정 작업은 민주당 차원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가장 유력한 당 대표 후보자인 이재명 의원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요구에 대해선 정책위에서 기초안을 작성하고 의총으로 당론으로 확정한 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통해 통과시키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박용진 의원 역시 의총을 통해 당론으로 결정하고 정개특위에 TK 출신 의원도 포함시켜 통과시키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