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의 금호강 르네상스’ 저지 대책위 발족···“실패한 4대강 답습”

"금호강도 녹조 창궐하는 죽음의 강으로 만들 것" 비판
대구시, "4대강 사업과 전혀 달라···기본계획·설계시 환경단체 의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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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대구환경운동연합 등 14개 시민단체는 동인동 대구시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호강 르네상스’ 개발 계획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홍준표 시장의 계획이 실패한 4대강 사업을 답습하는 것이라고 지적했고, 대구시는 4대강 사업과는 전혀 다른 사업이라고 해명했다.

지난 9월 대구시는 도심 하천인 금호강을 ‘열린·활기찬·지속가능한’이라는 3대 목표 아래 사업비 5,400억 원을 투입해 물길·사람길·바람길을 만드는 ‘금호강 르네상스’를 실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촌유원지 명품하천 조성사업, 디아크 문화관광 활성화사업, 금호강 국가생태탐방로 조성 사업을 비롯해 수상 및 수변 레저공간과 물놀이장·샌드비치 조성 등이 제시됐다.

▲ 12일 오전 대구환경운동연합 등 14개 시민단체들은 대구시청 동인동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호강 르네상스’ 개발 계획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금호강 르네상스 저지 공동대책위원회’는 이같은 계획이 생태계 파괴를 가져온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개발이 아닌 생태적 복원을 해나가야 할 곳들인데, 실패한 4대강 사업의 답습으로 금호강까지 녹조가 창궐하는 죽음의 강으로 만들 셈이냐”고 따졌다.

대책위는 “동촌유원지는 이미 과도한 개발이 진행된 곳으로 높이 2~3m의 수중보를 만들어 강 생태계가 단절돼있고, 둔치에는 습지 하나 없이 공원과 주차장, 체육시설이 있다. 디아크 일대에도 인간 편의 위주의 개발이 진행됐다”며 “금호강변 탐방로 조성도 심각한 환경 파괴가 예상된다. 전형적인 혈세 탕진 사업”이라고 비판했다.

황정화 녹색당 대구시당 운영위원장은 “금호강 르네상스는 간단히 말하면 수변 개발 사업”이라며 “여기에 가장 관심 있는 사람은 토목 건축업자와 부동산 개발자들이다. 자연 그대로 모습을 두는 것이 가장 큰 매력과 경쟁력인데, 강에 삽질을 하고 콘크리트를 부어 온갖 소비시설을 만들어서 경제를 일으키겠다는 구태의연한 발상이 너무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금호강에 서식하는 천연기념물 등을 언급하며 생태보존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금호강에는 멸종위기종 수달, 흰목물떼새, 고니, 천연기념물 원앙 등이 발견됐다”며 “과거 산업화 시절의 오물과 폐수를 뒤집어쓰고 죽었다가 기적적으로 되살아난 금호강을 개발로 다시 죽일 순 없다”고 강조했다.

▲ 금호강에서 살고 있는 수달 등 멸종위기종, 천연기념물 사진을 들고 있다.

대구시는 이러한 우려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금호강르네상스추진기획관 금호강개발과 관계자는 <뉴스민>과 통화에서 “환경단체가 우려하는 4대강 사업과 전혀 다르다. 보존 구역과 별개로 기존에 개발되어 있는 구역 중에서 낙후된 곳을 정비하는 것”이라면서 “기본계획과 설계단계에서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의 이야기도 들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