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지 압축기서 산재 사망, 피해자 탓한 업체 대표 징역형

법원, 항소심서도 업무상 과실치사죄 징역형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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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경남 한 종이박스 제조업체에서 파지를 수거하던 업자가 파지 압축기에 끼어 사망한 사건에 해당 사업주에게 재차 징역형 판결을 했다. 사업주는 사고 발생 후 파지 압축기 관리 책임이 없으며, 파지를 수거하던 업자가 지병 때문에 넘어져서 기계에 끼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으나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관련 기사=[중대재해, 신호위반] ① “‘사고 사망 노동자’ A 씨, 우리 아버지 전수권입니다”(‘22.3.14))

지난 22일 창원지방법원 제3-3형사부(재판장 김기풍)는 창원 소재 종이박스 제조 W 업체 대표 A 씨에게 업무상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위반으로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 W 업체에는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1심 판결을 유지한 결과다.

재판부에 따르면 W 업체는 2005년경 공장 부지에 파지 압축기를 설치했고, 고물상을 운영하던 피해자에게 파지 수거를 맡겼다. 파지 압축기에서 철사로 밴딩 작업이 된 파지를 수거하는 업무였는데, 피해자는 압축기가 고장 나면 간단한 수리도 도맡아 했다.

피해자가 수리할 수 없는 상황이면 피해자의 요청으로 W 업체가 전문 업자를 불러 수리도 했는데, 피해자가 사고로 사망한 2020년경에는 파지 압축기 고장이 잦아 2019년 4월부터 2020년 4월까지 약 1년 동안 11차례 수리했다.

▲W 업체 사고 현장

2020년 7월, 가동되던 파지 압축기가 갑자기 가동을 멈추자 피해자는 압축기 오작동 확인을 위해 기계 내부를 살펴봤다. 그러자 갑자기 기계에 작동됐고 피해자는 실린더 구조물에 머리와 오른팔이 끼어 압착됐고, 중증 두부 손상으로 사망했다.

사고 이후 A 씨는 파지 압축기 관리 책임이 없으며, 책임이 있다 하더라도 피해자의 건강 문제 때문에 갑자기 쓰러져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또한 W 업체는 개인사업자인 피해자와 파지 매매 계약을 맺은 것에 불과해 사고에 따른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파지 압축과 수거 업무가 종이 박스를 생산하는 W 업체의 업무와 밀접 불가분한 관계이고 파지 압축기도 해당 업무에 필수 불가결한 기능이 있기 때문에 W 업체에 관리 책임이 있다고 인정했다. 그런데도 A 씨는 파지 압축기에 덮개나 울과 같은 안전장치를 설치하지 않아 안전조치의무도 게을리했다고도 판단했다. 또한, 계약의 실질적인 내용이 매매계약이 아닌 수거계약에 해당해 수거 과정에서 협력의무도 부담한다고 설명했다.

피해자 지병 때문에 넘어져 사고가 발생했을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당시 기계가 정상 작동 중인 상황이 아니었고, 우연히 넘어져서 좁은 공간 안으로 들어갔다고 가정하기도 어렵다고도 지적했다. 우연히 사고가 발생했더라도 W 업체가 안전상 조치를 다 했다면 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오작동 발생 시 기계 운전을 중단하고 수리가 완료될 때까지 작동을 금지한 후 안전하게 수리할 수 있도록 조치를 했어야 하는데도 아무런 대책이나 조치 없이 상당한 기간 동안 이를 방치한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유족은 W 업체에 여러 차례 기계 정비를 요청했는데도 이를 제대로 조치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으며, 그런데도 A 씨가 반성하지 않는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