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교협 시사 칼럼] 에너지 부족과 미래 기술 / 조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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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부족과 기후 위기는 인류가 당면한 중요한 문제들이다.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발생한 전쟁은 해를 넘기고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러시아는 천연가스를 노드스트림을 통해 유럽에 판매하여 왔는데, 노드스트림을 통한 가스 공급을 중단함으로써 유럽의 에너지 위기는 보다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러시아 천연가스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독일은 2022년 말까지 남은 원자력 발전소 3기의 운전을 정지해 ‘원전 제로’를 완료할 계획이었으나, 2023년 4월 15일까지 운전 연장을 인정하는 원자력법 개정안을 승인하였고, 추가 운전 연장도 검토 중이다.

‘녹색분류체계(green taxinomy, 그린 텍소노미)’는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을 위한 나침반이며, 어떤 경제활동이 친환경적이고 어떤 경제활동이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한다. 유럽연합(EU) 의회는 2022년 7월 5일 그린 텍소노미에 천연가스와 원전을 포함시켰다. 우리나라 환경부는 2022년 9월 20일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텍소노미)’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원자력 관련 3개 경제활동을 포함시켰고,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이산화탄소(CO2)는 지구 온난화로 대변되는 기후 위기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온실가스이다. CO2 배출량이 친환경의 중요한 척도로 간주된다.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원전의 CO2 배출량은 석탄 발전의 1/1,000에 불과하며, 태양광 발전의 1/5수준이다. 풍력 발전과 유사한 수준으로, 발전 중에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는 않는 것도 사실이다. 파리기후변화협약은 2021년 1월부터 적용되고 있는 협약으로서, 선진국에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여했던 교토의정서와 달리 195개 당사국 모두에게 구속력이 있다. 우리나라의 탄소중립법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배출양 기준으로 35% 이상 감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소형모듈원전 (Small Module Reactor : SMR)

태양광과 풍력 발전은 해가 없는 밤이나 바람이 불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태양광이나 풍력은 낮은 발전효율로 인해 전력 1GW를 생산하려면 축구장 2,000개의 넓은 면적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현재 에너지 부족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원전 이외의 대안이 마땅치 않다.

원전은 원자로 내에서의 핵분열을 이용하여 막대한 열을 발생시키고, 그 열을 이용하여 터빈을 구동하여 발전하는 방식이다. 기존 대형 원전에서는 원자로, 증기발전기, 가압기, 냉각펌프 등이 각각 서로 연결되어 사용되고 있다. 2011년 3월 11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대규모 지진과 지진해일(쓰나미)로 인한 원전 침수로 원자로 냉각용 냉각수 펌프가 가동이 중단되었고, 그로 인해 원자로의 온도가 상승하고 폭발해서 방사능이 유출된 사고이다. 당장은 기존의 대형 원전이 인류의 에너지 부족을 메워 줄 수 있지만,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과 폭발 위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소형모듈원전(SMR)은 원전사고 위험을 억제할 것이란 기대감으로 기존 대형원전의 대안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SMR은 원자로, 증기발전기, 가압기, 냉각펌프 등 원전 시스템이 한 캡슐 안에 모두 일체형으로 설치되어 있어서, 기존 대형원전보다 1,000배 안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SMR은 100MW급 이하 소형 원전으로서, SMR 1기는 인구 10만 명의 도시에 필요한 전기공급이 가능하고, 전기차 2만 5,000대를 충전할 수 있다.

미국의 N사는 77MW급 경수로형 SMR을 개발해 설계, 디자인, 안정성 인증을 이미 확보하였으며, 실증사업을 마치고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SMR은 낮은 건설비와 다양한 활용성으로 2030년 이후 본격적으로 상용화가 예상되며, 2035년까지 신규 설치와 노후 대형원전의 교체로 650-850기의 상용화와 630조의 시장규모가 예상된다.

또한, 차세대 소형원전으로는 사용 후 핵연료 재활용이 가능한 ‘소듐 냉각 고속로(SFR)’ 방식이 개발되고 있다. ‘초우라늄 원소(TRU)’는 수만년이 지나도 강한 방사선을 내뿜는 고독성 장반감기 핵종(플루토늄, 넵투늄, 아메리슘, 퀴륨 등)을 말한다. SFR은 폐연료봉의 1% 가량을 차지하는 TRU를 추출하여 소각한 뒤, SFR 원료로 재투입하여 탄소 배출없이 전기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다.

전기차 & 수소차

2030년에는 자동차 산업에 있어서 대전환이 예상된다. 100년 넘게 이어온 내연기관차의 시대가 저물고 전기차의 시대가 오고 있다. 내연기관차가 탄소배출량의 30%를 차지하기 때문에 글로벌 탄소중립 움직임과 맞물려 자동차 회사들은 2030년 내연기관차 생산 중단과 전기차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기차 판매량은 2020년 1,130만대 수준에서 2030년 2억 3,000만 대가 예상된다. 전기차 시대의 도래는 자율주행을 동반하며, 휘발유나 경유를 대체하는 전기 사용량이 크게 증가하기 때문에 에너지 부족문제는 보다 더 심각해 질 것이다.

전기차는 배터리(2차전지)를 탑재하여 구동되지만, 인프라 구축이 어렵고 초고속 충전과 겨울철 주행거리가 급감하는 단점이 있다. 향후 전기차의 경쟁자는 수소연료전지를 탑재한 수소차이며, 2030년 이후 빠른 성장이 기대된다. 수소차는 액화수소 주유방식으로 고속충전이 가능하고 주행거리가 긴 장점을 갖는다. 수소는 물을 수소와 산소로 전기분해하여 얻어지는 그린수소가 사용될 예정이다. 향후 청정 수소 시장은 3,000조까지 크게 성장할 것이다.

중동에서는 SMR에서 얻어지는 전기를 사용하여 그린수소 생산과 해수담수화를 연계하는 사업이 진행 중이며, 신재생에너지의 전기와 비교하여 그린수소 생산단가를 크게 감소시킬 수 있다. 수소차는 고가의 기술 장벽을 극복하고 수소충전소 등 인프라가 확대되면, 2040년대에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인공태양은 에너지 부족과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기후위기 극복에 가장 적절한 청정 에너지원이라고 판단된다. 인공태양은 결국 인류가 가야할 길이다. (사진=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인공태양 (Artificial Solar)

2050년대 에너지는 핵융합 발전인 ‘인공태양’의 상용화를 목표로 한다. 핵융합에너지는 태양에서의 핵융합 원리를 활용한 에너지로 인공태양이라 불린다. 태양에서 핵융합 반응은 1500만℃에서도 가능하지만, 지구는 태양보다 33만배 가벼워서 1억℃의 초고온이 필요하다. 지구 상에서 중수소(D)와 삼중수소(T)를 1억℃의 초고온에서 인공적으로 핵융합을 일으켜 커다란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원리이다.

플라즈마를 1억℃의 초고온에서 100초 이상 유지하면서 핵융합이 연속적으로 일어나게 하는 것이 핵심기술이다. 국제핵융합실험로사업은 1988년부터 프랑스에 건설 중인 20조원이 투자되는 인류 최대의 국제 공동 프로젝트이다. 2035년이면 핵융합 발전의 상용화 여부가 가려질 것으로 기대되며, 2050년 실제 발전소 운영을 시작하는 것이 목표이다.

바닷물을 전기분해해서 얻은 수소에서 중수소(D)를 분리하는 기술은 원전에서 우라늄의 농축과 비교하여 쉬운 기술이다. 중수소(D)가 수소보다 2배나 무겁기 때문이다. 삼중수소(T)를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리튬은 2차전지 양극재 시장의 성장으로 충분히 확보 가능하다. 중수소(D)는 바닷물에서 추출할 수 있어 원료가 무한하고, 폐기물이 적으며 폭발 위험이 없고,바닷물 1L에는 0.03g의 중수소가 있으며, 이는 인류가 수십억 년 사용가능한 양이다.

핵융합 발전은 에너지 밀도가 기존 원전보다 10배나 높으며,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이 발생하지 않으며, 연료공급을 중단하면 그 즉시 핵융합이 중단되기 때문에 안전성도 뛰어나다. 핵융합로에서 만들어지는 방사성 동위원소는 양도 적고 반감기도 짧은 편이므로, 원전의 폐기물처럼 장기간 관리할 필요가 없다. 삼중수소(T)가 방사성 물질이긴 하지만, 반감기가 12.3년으로 짧다. 인공태양은 에너지 부족과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기후위기 극복에 가장 적절한 청정 에너지원이라고 판단된다. 인공태양은 결국 인류가 가야할 길이다.

조태식 경북대학교 나노소재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