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위 방폐장 특별법 강행 분위기···원전 소재 지역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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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 막바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련 특별법 처리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원전 인접지 지역민의 반발이 나오고 있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최종처리장 건립이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에서 기존 원전 부지 내 임시보관한다는 취지의 이번 법안이 처리되면 사실상 무기한 보관되는 상황이 예상되어서, 해당 지역민들이 방사성폐기물 위험 부담을 떠맡게 된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16일 오후 2시 경주시청 앞에서 탈핵경주시민행동이 고준위특별법 폐기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은 경주 외에도 울산, 부산, 광주, 전북, 서울에서 동시다발로 열렸다. 이들은 정부가 핵산업계 민원을 따라 원전 부지 내 고준위 핵폐기물을 임시보관하는 취지의 법안을 밀어붙이고 있으며, 여기에 더불어민주당이 동조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16일 오후 2시 경주시청 앞에서 탈핵경주시민행동이 고준위특별법 폐기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련 특별법은 현재 3개(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및 유치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인선),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등에 관한 특별법(김영식),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김성환))이 계류 중이다. 2021년~2022년 발의된 이들 법안은 사용후핵연료(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부지 선정 관련 내용이나 사용후핵연료를 기존 원전 부지 내에 임시저장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탈핵경주시민공동행동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부지 내 임시저장시설에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하는 양과 관련해 양당 간 입장차가 좁혀진 것으로 파악한다. 당초 국민의힘은 원전 수명연장 기간까지 보관을, 더불어민주당은 원전 설계수명까지 보관하는 방안을 선호했는데, 국민의힘이 양보해 설계수명 기간까지 보관하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2일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고준위특별법이)국가적으로 필요한 사안이다. 이미 쟁점도 상당 부분 해소가 됐다”며 “산자위 관련 주요 법안 등이 한 20여 일 논의해서 잘 마무리하면 27일이나 28일에 열리는 본회의에서 합의 처리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시민사회에서는 국회의 고준위특별법 처리 움직임이 핵심적 이해당사자인 원전 인근 부지 지역민들에게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밀실야합’처럼 추진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실제로 월성원전 인근 주민들이 ‘고준위특별법 제정 촉구 범국민대회’에 참석했다가 뒤늦게 특별법 내용을 파악하며 다시 원전 부지 내 임시저장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낸 점을 예로 들었다.

이들은 “고준위특별법 쟁점이 해소돼 곧 합의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는 원전 수명연장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데, 국민의힘이 실제로 설계수명까지만 보관하는 내용을 이행할 거 생각하나”라며 “시행령을 통한 꼼수, 부지 내 저장시설 외에 사용후핵연료저장수소에 폐기물을 쌓는 꼼수도 충분히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대로 법안이 상임위와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통과하면 국민을 배제한 밀실야합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민주당은 정부, 여당, 핵산업계 압박과 사탕발림에 넘어가지 말고 22대 국회에서 지역민의 목소리를 더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