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위 돌담지구 사기 논란, 사문서 위조 의혹···법원·구청 제출 자료도 상이

10억 원 가량 맡겼지만, 10년 째 감감무소식
2021년, 사업 실태 확인 해보니···본적도 쓴 적도 없는 도장이 여기저기
정비조합 측, 지난해 이 씨 상대로 소송제기
총회 회의록, 참석자 명단 증거로 제시했지만
구청에 제출한 회의록, 명단과 달라
둘 중 적어도 하나는 위조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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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군위 돌담지구 전원마을 기획부동산 의혹 사건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 만들어진 문서의 진위 여부가 사건을 가를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고소인들은 참석하지 않은 회의에서 발언한 것으로 기록되고, 본적 없는 막도장이 중요 결정을 하는데 동의 없이 사용됐으며, 곳곳에서 위조 흔적이 발견된다고 지적한다. 특히 피고소인 측이 구청과 법원에 각각 제출한 동일한 총회 자료조차 내용이 서로 달라 위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10억 원 가량 맡겼지만, 10년 째 감감무소식
2021년, 사업 실태 확인 해보니···
본적도 쓴 적도 없는 도장이 여기저기

▲돌담지구에 투자한 고소인들은 길게는 14년, 짧게는 3~4년 동안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 사업지는 무너진 돌담과 풀만 무성하다.

돌담지구 전원마을 기획부동산 의혹 사건은 새마을금고 이사장, 농협 조합장 등이 사업을 이끌면서 금고나 농협의 오래된 고객이나 지인을 손쉽게 투자자로 이끌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여러 투자자는 전원마을 사업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한 채, 땅을 사면 머지않아 2~3배의 이익을 볼 수 있다는 말을 믿고 투자에 나섰다.

하지만 이들은 길게는 10여 년, 짧게는 3~4년 동안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했다. 뒤늦게 전원마을 조성사업이 추진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각종 명목으로 추가로 돈을 내야 했다. 이 과정에서도 전원마을 정비조합장이나 관계자들은 제대로 설명을 하지 않은 채 문서를 임의로 꾸몄다는 게 고소인들의 주장이다. 고소인들은 법에 따라 전원마을이 조성되면 주택을 건설하고 거주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고 강조한다.

농협 조합장 A 씨로부터 사업 투자를 권유받은 이광민(가명, 49) 씨는 2013년부터 몇 년에 걸쳐 약 10억 원을 맡겼지만, 10년 동안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 A 씨와 이 씨는 친인척 관계로 왕래가 잦았다. 그 탓에 이 씨는 큰 의심 없이 투자에 나섰다. 이 씨는 애초 약속과 달리 투자금이 꽤 오랜 시간 회수되지 못하자 2021년부터 직접 투자 실체 확인에 나섰다.

그 과정에서 이 씨는 돌담지구 전원마을 정비조합이 조합 설립을 포함한 사업 추진 과정에서 회의를 통해 결정이 필요한 순간순간마다 임의로 회의록이나 동의서를 만든 사실을 알게 됐다. 이 씨 등은 자신들이 참석한 적 없는 회의의 회의록에 본적 없는 도장이 찍혀 있는 사실을 여러 건 확인했다.

▲고소인들은 주요 회의록에 날인된 자신의 도장이 서로 자신도 본 적이 없는 막도장이 여럿 보인다고 설명한다. 이광민 씨는 6개 회의에 서로 다른 4개의 도장이 찍혀 있다(제일 아래).

이 씨 등 고소인들이 확보한 자료를 보면 2012년 7월, 2013년 2월, 2015년 10월, 2016년 6월, 2021년 5월과 7월 각각 총회와 자부담 동의서, 야면석 쌓기 동의서 등에서 확인되는 날인이 제각각이다. 이 씨의 경우엔 6개 날인에서 서로 다른 도장 4개가 확인된다. 이 씨는 “내가 본적도 쓴 적도 없는 도장들이 동의도 없이 날인 되어 있다”며 “회의 참석 요청을 받은 적이 없고, 참석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정비조합 측, 지난해 이 씨 상대로 소송제기
총회 회의록, 참석자 명단 증거로 제시했지만
구청에 제출한 회의록, 명단과 달라
둘 중 적어도 하나는 위조 가능성

피고소인들의 문서 위조는 광범위하게 행해진 것으로 추정된다. 피고소인 중 1명인 돌담지구 전원마을 정비조합장 B 씨는 지난해 5월 이 씨를 상대로 이 씨 소유 부동산의 소유권을 조합으로 이전하라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B 씨 측은 2021년 7월 총회를 통해 조합원이 보유한 토지 소유권을 조합으로 이전하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21년 7월 19일 총회 회의록과 총회 참석자 명단을 증거로 제시했다.

그런데, 이 씨 측이 조합의 부동산등기용 등록번호 확인을 위해 대구 동구청에 요청한 사실조회에서 확보한 회의록과 참석자 명단이 B 씨 측이 법원에 제출한 증거자료와 상이한 것으로 확인됐다. B 씨 측이 제출한 증거자료에는 이 씨가 회의에 불참한 것으로 되어 있지만, 동구청에서 확보한 참석자 명단에는 이 씨가 회의에 참석해 도장까지 찍은 것으로 되어 있다.

▲2021년과 2022년 돌담지구 전원마을 정비조합이 동구청과 대구지방법원에 각각 제출한 2021년 7월 총회 관련 자료를 보면, 이광민 씨는 2021년 자료에는 참석해서 날인까지 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지만 2022년 자료에는 불참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붉은색 표시). 이 씨 외에도 조합원 5명의 참석 여부가 변경되어 있다(주황색 표시).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두 자료를 비교해보면 이 씨 뿐 아니라 다른 조합원들의 참석 여부도 달리 기록되어 있다. 동구청에 제출한 자료나 법원에 제출한 증거 둘 중 적어도 하나, 많으면 둘 모두 위조됐다는 의미이고, 대부분의 회의록이나 참석자 자료가 위조됐다는 이 씨를 포함한 고소인 측의 주장에 힘을 싣는 증거인 셈이다.

또 다른 조합원인 이진숙(가명, 62) 씨도 자신과 관련된 회의록 내용과 날인이 위조 됐다고 설명한다. 2012년 7월과 2013년 2월 총회 회의록을 보면 이 씨는 총회에 참석해 발언까지 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각각의 참석 확인 날인은 서로 다른 2개의 도장으로 찍혀있다. 이 씨는 회의 참석 사실이 없을 뿐더러 발언까지 하는 건 더더욱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관련기사=‘내가 산 땅이 알고보니 국유지’···군위 돌담지구 부동산 사기 의혹 ①(‘22.12.23))

B 씨는 <뉴스민>과 통화에서 문서 위조는 없고, 모두 정당한 절차에 따라 마련됐다고 주장했다.

고소인들, “위조된 문서로 이뤄진 결정들 동의할 수 없어”
위조 의혹 결정 근거로 또 다시 위조 의혹 사는 결정들 반복

한편, 고소인들은 2021년 7월의 총회 자료가 위조되고, 실제 회의도 이뤄지지 않은 만큼 본인들 보유 토지를 조합으로 이전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총무’로 통하는 전미진(가명, 66) 씨에 따르면 또 다른 조합원 정 모 씨의 고지로 총회 일정이 알려졌지만, 실제 참석자는 조합원 34명 중 5~6명에 불과했다.

전 씨는 “총회라고 할 것도 없었다. 매번 보던 5~6명만 나왔고, 설명도 못 듣고 도장을 달래서 도장만 건넸다”며 “매번 B 씨 등이 사람들을 불러서 돈을 내라고 하거나, 도장을 달라고 했지, 회의 안건을 설명하고 논의하는 과정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날 총회 일정을 고지한 정 모 씨가 조합원 자격을 취득하는 과정도 제대로된 총회 없이 이뤄져, 마찬가지로 관련 문서가 위조됐다고 본다. 때문에 정 씨의 조합원 자격에도 의문을 두고 있다.

정 씨는 7월 총회보다 두 달 앞선 5월에 조합원 자격을 취득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5월 총회에선 이 씨에게 투자를 권유한 A 씨를 포함한 4명이 개인 사유로 전원마을 사업지로 주소지 이전이 불가해 조합원 자격 유지를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정 씨를 포함한 4명이 새 조합원으로 대체됐다.

하지만 최초 조합 설립 당시부터 법과 규약상 자격 없는 이까지 조합원으로 등재한 탓에 이날 조합원 자격을 내려놓은 A 씨를 포함한 4명의 조합원 자격이 유효한지부터 따져야 하는 실정이다. A 씨를 포함한 3명은 대율리 233번지에 등기된 22명에 포함되어서 최초 규약상 3명 중 1명만 조합원 자격이 인정된다.  (관련기사=‘내가 산 땅이 알고보니 국유지’···군위 돌담지구 부동산 사기 의혹 ②(‘22.12.23))

조합 설립 후 총회(2013년 2월)를 열고 조합원 자격을 완화하는 내용으로 규약을 변경한 것으로 기록이 남아 있지만, 법상 관할 관청에 제출되어야 할 관련 자료는 군위군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군위군은 관련 자료가 분실됐다는 입장을 고소인들에게 밝혔고, <뉴스민>의 자료 열람 요청은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거부했다.

고소인들이 피고소인들의 개인 사무실에서 확보한 해당 총회 참석자 날인 문서를 보면 최초 조합원 26명 중 22명이 참석한 걸로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조합장 B 씨와 그의 사위 2명을 제외하면 모두 2012년 7월 설립 총회 날인 도장과 다른 도장이나 서명으로 날인됐다. 고소인들이 문서 위조를 주장하는 또 다른 이유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