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교협 시사 칼럼] 대중화의 길목에 선 전기차 / 최홍순

09:45
Voiced by Amazon Polly

3년 전, 코로나가 확산하기 시작할 때, 대중적으로 전기차가 등장하면서 인상적인 변화가 있었다. 지난 20년간 말로만 무성하던 전기차가 테슬라의 모델3를 필두로 드디어 제대로 도로에 등장한 것이다. 기존의 연소자동차 메이커도 바쁘게 따라가기 시작한 게 바로 이 시점이다. 전년도(2022년) 전기차의 세계시장점유율은 10%를 돌파했으며, 이제는 소수가 애호하는 차가 아닌 누구나 선택할 수 있는 대중적인 차가 되었다. 필자도 2000년대 초반에 현대기아차의 하이브리드에 들어가는 전기모터개발과제에 산업체 연구원으로 참여한 바 있다. 그리고 그 당시와 현재의 현대기아차의 연구 개발 능력 차이는 엄청난 것으로 보인다. 마치 장돌뱅이에서 선비가 된 것과 같은 수준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전기차에 대한 반응이 “생각보다 성능이 좋다”, “가격이 비싸다”, “승차감이 딱딱하다”, “충전이 불편하다” 등 표면적인 느낌으로 제한되어 있다. 실제로 전기차를 경험하고 이해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부족하여, 전기차의 본질적인 측면보다는 표피적인 느낌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사용자 관점에서 전기차와 기존 연소 엔진 차의 차이를 살펴보면 몇 가지 주목할 점이 있다.

우선은 과거부터 많이 회자되던 전기차가 왜 최근에 와서야 보급되기 시작했을까 하는 의문이 있는데 이것부터 풀어보자. 사실 전기차 개발 역사는 상당히 길다. 1800년대 과학혁명 초기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자세한 전기 역사는 접어두고 최근의 동향만 살펴보면, 1997년도 미국의 GM이 상용화를 염두에 둔 EV1이라는 전기차가 있다. EV1은 대여방식으로 1,000여대 운영됐지만, 2002년 갑자기 중단되고 모든 EV1가 폐기 처분된 적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누가 전기차를 죽였나?’라는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져 석유 업체의 로비 때문이라는 음모설이 널리 퍼진 적이 있다. 필자는 단언컨대 로비 문제가 아니고 그 차의 상품성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개발 원가가 비쌌고 무엇보다 배터리가 납축전지여서 한번 충전하면 90km가 최고 주행 가능한 거리였다. 후반에 니켈수소전지로 바뀌면서 주행 가능거리가 두 배 정도로 늘어났지만, 여전히 휘발유차에 비하면 1/3 수준이다. 배터리 성능도 사용시간에 따라 급격히 떨어졌다. 소비자 눈높이 만족에 실패한 것이다.

EV1 이후 소강기를 지나 미국에서 테슬라라는 걸출한 벤처회사가 등장한다. 이 회사는 일론 머스크가 지분과 경영권을 장악하면서 비싸지만 탈만한 대형세단형 전기차에 해당하는 모델S를 2012년에 내놓는다. 주행거리도 처음부터 400km에 육박하고 무엇보다 가속 성능이 기존 전기차와 격을 달리했다. 가격이 비싸 대중적이지는 않았지만, 그동안의 전기차 이미지를 벗어내고 전기차도 고급스럽고 성능이 좋다는 이미지를 각인시키는데 결정적 기여를 한다.

여세를 몰아 테슬라는 2017년경 모델3를 내놓고,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대량생산을 시작한다. 코로나 시절과 겹치기는 했지만 성능과 가격, 주행거리 등 모든 측면에서 탁월하여 소비자의 지갑을 여는데 성공한다. 2022년 테슬라는 모델3과 모델Y등을 모두 합쳐 150만대라 판매 실적을 달성한다. 100조 원 매출로 현대차(기아차 제외)의 142조에 근접하는 실적을 달성한 것이다. 순이익은 16조 원으로 8조 원인 현대차의 두 배다. 올해도 기존 자동차업체를 포함해 여전히 많은 전기차가 새로 발매될 것이다. 원자재 문제로 가격하락세가 주춤하지만 두 자리수의 성장세는 확실해 보인다.

▲1997년에 발매된 현대식 최초의 전기차 GM의 EV1. (사진=GM)

전기차는 연소 엔진과 다른 특성을 많이 지닌다. 우선 엔진 특성이 다르다. 연소 엔진은 출발시에 작은 토크로 인해 굼뜨면서 출발하지만, 전기차의 모터는 즉각 반응하면 높은 토크가 바로 시작된다. 모터와 바퀴 사이에 엔진차처럼 오토미션(automatic transmission)과 클러치가 없고 바퀴로 바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즉각 기동되어 가속이 되는데 전기차의 무게 증가로 인한 서스펜션의 딱딱함과 결부되어 탑승자에게 멀미를 일으킬 정도라고 한다.

아마도 앞으로는 더 부드러운 가속기능을 소프트웨어적으로 구현함으로서 개선될 것이다. 연소엔진차의 귀찮은 점 중 하나는 주기적으로 엔진오일이나 미션오일을 갈아주어야 하는데, 전기차는 이로부터 해방이다. 구입부터 폐차까지 오일 갈아줄 일이 없다. 대신에 좋은 가속 성능으로 인한 타이어 노면 마찰 증가로 수명이 1/2수준으로 떨어진다.

충전 불편은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서서히 해결될 것으로 본다. 개인주택은 주택용 완속충전기를 설치하면 전혀 문제가 없고, 아파트도 주차장에 충전대 개수를 늘리기 위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전국 도로에도 급속충전기 설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 추세다. 전기차 보급에 더 본질적인 문제는 전기차 가격에 있다. 가격을 형성하는 주요 요인은 배터리인데, 1kWh 용량당 100달러 미만으로 떨어지면 전기차가 연소차보다 더 싸질 수 있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최근에 배터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가격하락이 주춤하고 있지만 이것도 해소 조짐이 보인다.

전기차가 혜성처럼 등장하면서 같이 나오는 얘기가 완전자율운전(Full Self Driving)이다. 조만간 구현될 것인냥 많은 예측기사들이 나돌았다. 하지만 결론부터 얘기하면 부정적이다. 자율운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완전자율운전은 현재로선 물 건너 간 듯하다. 지금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는 당분간 힘들다는 얘기이다. 아마도 올해 정도에 고속도로 정도(단순한 도로)를 자율운전하는 레벨3 수준의 목표까지는 달성 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도심 속의 일반도로에서 사람과 신호등을 모두 구별하며 사고가 사람보다 적은 완전한 자율운전은 먼 미래 기술임이 분명해지고 있다.

가장 기술적으로 앞서가는 곳이 테슬라이지만 여전히 그들도 완전하지 않아 운전자가 핸들에서 손을 놓을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챗GPT같은 인공지능도 나오는 판국에 그깟 운전을 자율로 구현 못하나 싶지만, 인간의 운동지능은 엄청난 컴퓨팅 파워를 요구하는 고도의 지능임이 분명해지고 있고(즉, 달성이 힘들고), 자동차의 에너지 한계문제로 인해 고성능의 초거대 출력 컴퓨터를 각 자동차마다 설치할 수는 없다. 전기차에는 기껏 30W 수준의 파워를 소비하는 컴퓨터를 설치할 수 있는데 반해, 챗GPT는 수MW수준(전기차 모터 전력소모량의 1~100만 배 이상)이 필요함을 주지하자. 한 마디로 완전자율운전은 현재로선 요원한 것. 차세대 하드웨어 혁신에 기대를 걸어본다.

지난 코로나 시기 3년을 전후해서 세계 에너지 문제는 새로운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세계사를 볼 때 에너지 위기는 전쟁의 위기이기도 하다. 실제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터지면서 세계는 에너지 전환점에 심각하게 마주하게 되었다. 에너지 문제는 곧 환경문제이기도 하다. 환경을 생각한다면 전기자동차의 선택이 일조하는 것이고, 기왕 새로이 자동차를 선택한다면 엔진 시동없이 냉난방이 자유로워 차박을 쾌적하게 할 수 있고, 장난감처럼 마음대로 가속을 즐기는 엔조이용 차인 전기차가 어떨지.

최홍순 경북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