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동네 영양 풍력발전 88기”···봉화 주민 ‘풍력 반대위원회’ 발족

"주민들 '모르게' 진행된다" 토로 ... 풍력발전 사업에 대한 불신감

09:23
Voiced by Amazon Polly

경북 봉화군에서 풍력발전소 반대 움직임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봉화군 주민들로 구성된 반대위원회가 발족하면서다. 이들은 인근 지역 영양군에 풍력발전소 88기가 들어섰다며 발전소로 인한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1일 오전 봉화군농어업회의소에서 ‘봉화군풍력발전저지위원회 발족식’이 열렸다. 재산면, 춘양면, 소천면 등 50여 명의 봉화군 주민들이 참석했다. 이날 주민들은 풍력발전저지위원회의 명칭과 조직 인선을 마쳤다.

주민들에 따르면 현재 봉화군 6개 면에 12개 풍향계측기가 설치된 상황이다. 봉화군 관할 사유림 가운데 명호면, 소천면, 법전면, 재산면 4곳에 계측기 9대가 있고, 나머지는 국유림 지역에 있다. 현재 봉화군 내 운영 중인 풍력발전소는 없으나, 석포면 오미산풍력발전소가 연내 운영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발족식에 참석한 주민들은 인근 지역 영양에 풍력발전기 88기가 우후죽순처럼 들어섰다며 우려했다. 재산면 갈산1리에 사는 박성인(52) 씨는 집에서 200m 거리에 풍향계측기가 있다고 한다. 박 씨는 “몇 년 전 봉화군이 전기산업법에서 규정한 풍력발전 관련 조례를 만들었다. 조례가 통과되자마자 10여 개의 풍향계측기 설치 허가가 났다. 사전교감이 없고서야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민들 집과 땅 근처에 풍력발전기가 들어서면 밤에 잠도 못 자고 농사도 제대로 못 짓는다”며 “다른 지역 상황들을 보면 (발전소) 공사가 진행 중인데도 주민들에게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불안하다”고 지적했다.

4년 전부터 봉화군송전탑반대 비상대책위원장으로 활동한 춘양면 애당2리 주민 송동헌(56) 씨는 “풍력이 송전탑과 무관하지 않다. 풍향계측기가 설치된 상황을 보니까 송전탑도 여기저기 세워질 것 같다”며 “우리 지역의 일이기도 하고, 제일 힘없고 약한 사람만 짓밟히는 일이 발생하게 될 것 같다. 여기 있는 사람들과 같이 뜻을 모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9년 전 명호면 고감리로 귀농한 주민 백주영(55) 씨는 불과 며칠 전까지도 풍력발전기가 들어서는 상황에 대해 잘 몰랐다가 뒤늦게 상황의 심각성을 알게 됐다고 토로했다. 백 씨는 “내가 사는 지역에 풍력발전기가 추진되는 상황인데 모르는 주민들이 더 많다. 인구소멸 지역이라서 인구가 적으니 쉽게 보는 것”이라며 “지역 주민으로서 이런 상황들이 너무 폭력적으로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봉화군풍력발전저지위원회는 풍력발전소 반대 서명 운동 등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