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풀 대구’ 딛고 선 퀴어축제···”사랑과 연대가 이긴다”

18:07
Voiced by Amazon Polly

대구퀴어문화축제가 대구시와 충돌 끝에 성황리에 열렸다. 축제 개최 직전 대구시가 축제 장소인 대중교통전용지구를 지나는 버스 노선을 조정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실제 축제 당일 무대 차량과 부스 등 축제 물품 설치를 막아서면서 집회를 보장하려는 경찰과 충돌하는 초유의 사태도 있었다. 이 때문에 축제 참가자들은 홍 시장을 비판하면서, 집회 개최를 위해 힘쓴 경찰에는 “감동적”이라는 응원까지 전했다. (관련 기사=퀴어축제 저지 나선 대구 공무원, “시민 기본권 막는 경찰 각성”(‘23.6.17.))

17일 오전 대구 중구 반월당 인근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예정된 부스 40동이 모두 설치됐고, 낮 12시부터 본격적으로 참가자들이 모였다.

축제에 참가한 이들은 홍 시장을 향해 혐오 발언을 일삼았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김민준(22, 영남지역 성소수자지지모임 공동대표) 씨는 축제 물품 설치를 막겠다는 대구시 입장을 듣고 오전 8시부터 축제장을 찾았다. 김 씨는 “아침에는 많이 슬펐다.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혹은 그들을 지지한다는 이유로 1년에 한 번 하는 축제마저 혐오 받는다. 이번에는 그 혐오하는 사람이 대구시장이고 또 공무원이라서 슬펐다”며 “하지만 경찰이 도와 길을 냈고 우리 안전을 지켜줘서 울컥했다. 감동받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어 “홍 시장은 다른 핑계를 대지만 그냥 성소수자라서 허가하지 않는 거다”라며 “그렇다고 해도 우리가 여기 있다고 존재를 알리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퀴어축제에 참석한 김민준 씨

홍 시장이 반대했던 부스행사에는 주한 독일, 스위스, 아일랜드, 영국대사관이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이외에도 성소수자 부모모임, 로뎀나무그늘교회에서는 프리허그와 축복 등 행사도 열렸다. 축제 참가자들은 아프로팝 음악에 맞춰 춤을 추거나 참가자들과 포옹했다.

참가자들이 쏠린 성소수자 부모모임 부스에 있던 성소수자 부모 차명섭(68) 씨는 “커밍아웃을 아직 못한 자녀들은 자기 부모로부터 지지받고 싶어 한다. 그런 마음으로 우리 부스를 찾는 거 같아 안쓰럽다”며 “퀴어 축제는 전세계적으로 활성화되고 있는데 홍준표 시장은 이해도가 떨어지는 느낌이다. 대구가 더 성장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경남에서 대구를 찾은 김현(가명, 31) 씨는 축제를 막아선 대구시를 우려했다. 김 씨는 “대구시장이 아니라 혐오시장이다. 대구상황을 보여주는 듯 했다. 보통 사람도 아니고 시장까지 나서서 그러니까, 단순한 의미가 아니게 느껴진다. 마치 대구의 입장처럼 보이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성소수자 부모모임 부스에서 프리허그에 나선 부모들
▲제15회 대구퀴어문화축제가 17일 열렸다.

오후 5시부터 축제 참가자들은 반월당 인근 지역을 행진했다. 행진 과정에서 행진 경로에 있던 퀴어축제 반대 집회 참가자들이 축제 참가자들을 향해 고성을 지르기도 했지만, 큰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이들은 오후 5시 50분 다시 대중교통전용지구로 돌아와 공연을 이어갔다.

배진교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은 “15회에 이르는 축제는 그냥 온 것이 아니다. 이곳에서 축제를 열기까지 성소수자 가시화를 위한 우리들의 노력이 있다. 이 축제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며 “반헌법, 반인권 홍준표 시장의 정치는 혐오정치다. 공무원을 동원해 정당한 집회를 방해했다. 홍 시장은 안전을 지키고자 하는 경찰의 명예를 해치는 모욕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오전 부스 설치가 시작되면서 교통경찰은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진입하는 차량을 우회하도록 통제했다. 교통 통제에 나서자 축제장 인근 버스 정류장에는 버스 노선 우회 안내문이 붙기 시작했고, 대구시 공무원도 정류장에 배치돼 노선 변경 안내에 나섰다. 홍 시장이 버스 노선 조정 불가 방침을 고수하다 결국 노선이 조정되며 뒤늦은 안내에 나선 것이다.

▲제15회 대구퀴어문화축제가 17일 열렸다.
▲제15회 대구퀴어문화축제가 17일 열렸다.
▲제15회 대구퀴어문화축제가 17일 열렸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