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제도 개혁 통해 TK 더불어민주당도 스스로 자강해야”

취임 1주년 강민구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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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강민구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위원장은 아침부터 기분 상하는 문자를 받았다. 상대는 민주당 대구시당이 내건 현수막을 두고 시비를 걸었다. 그는 “민주당 발전이 대구 발전이다, 말도 안 되는 현수막 철거 바랍니다. 민주당 때문에 뉴스 보기가 너무 스트레스인데, 국민 정서 모르쇠하는 뻔뻔한 민주당 현수막 때문에 기분 좋은 출근길이 망쳐지고 있다”고 밝혔다.

▲강민구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위원장은 지난 21일 아침부터 기분 상하는 문자를 받았다. (사진=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국민의힘 지지세가 강한 대구에서 강 위원장은 욕설부터 폭행까지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이 정도 문자는 그냥 넘길 수 있는 문제이긴 했다. 하지만 해당 문자를 보내온 사람은 현직 공무원이다. 공무원도 시민으로서 의견을 피력할 순 있겠지만, 이렇듯 꺼리낌없이 시당 위원장에게 항의 문자를 보낸 이라면 공적 업무에서도 민주당에 대한 선입견을 가질 수 있다는 우려가 들었다. 무엇보다 공무원은 법으로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지게 되어 있다.

강 위원장은 해당 공무원이 근무하는 구청장에게 연락해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재발 방지를 부탁했지만, 구청장의 반응도 뜨악했다. “구청장 답변도 희한했다. 그냥 이해하라는 거다. 내가 어쩌겠느냐, 이런 식이었다. 내가 교육을 잘하도록 하겠다는 게 정상적인 반응일 텐데, 저한테 이해하라는 답이 왔다” 강 위원장은 허탈하게 웃었다.

24일 <뉴스민>은 취임 1년을 맞은 강민구 위원장과 인터뷰를 가졌다. 내년 총선을 준비하는 고민과 지난 1년의 소회를 듣기 위해 예정한 인터뷰였는데, 그 사이 ‘공무원 문자 사건’이 터졌다. 내년 총선을 준비하는 강 위원장에겐 대구의 민심을 읽는 한 단면 같은 사건이다.

▲강민구 위원장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강 위원장은 “작년엔 퇴직 공무원한테도 항의 문자를 받기도 했다. 지난 30년간 이어져 온 일당 독점의 폐해가 아닐까 생각한다. 양 귀로 듣는 게 아니라 한쪽 메시지만 듣다 보니, 공무원마저도 자신의 직분을 망각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고 진단했다.

강 위원장은 “국민의힘 또는 윤석열 대통령을 규탄한다는 내용의 정쟁성 현수막을 다는 건 가급적 지양하려고 한다. 문제삼은 현수막도 아주 완화해서, ‘대구 민주당의 발전이 대구의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거였는데, 그걸로 시비를 건 것”이라며 “공무원이 이정도라면 일상적으로 마음을 열어달라고 하는 메시지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게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그렇지만 강 위원장은 내년 총선거에서 대구 12개 지역구 전체에 후보를 내기 위해 노력 중이다. 민주당은 2004년 17대 총선 이후 대구에서 선거 후보자를 찾는 것도 어려웠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 16년 만에 전체 선거구 후보자를 냈지만, 집권 여당이라는 프리미엄이 사라진 22대 총선에서도 모든 선거구 후보를 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였다.

강 위원장은 “그동안 12개 지역위원회 위원장이 온전하게 있는 경우가 잘 없었다. 한두 곳은 직무대행이라는 꼬리표가 있었는데 처음으로 12곳이 온전히 인준됐다”며 “내년 총선 열심히 해보겠다. 총선은, 정책이 좋아서 시민이 마음의 문을 여는 게 아니더라. 마음속에는 국민의힘은 내 자식이고 민주당은 남의 자식이라고 여기는 인식이 아직 남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이라고 하면 머리에 뿔 난 사람으로 인식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오를 가능성도 높지 않고, 전국적인 정권 심판 분위기, 막판 선거법 개정 가능성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거제도는 극단적인 지역 갈등 구조를 견고하게 떠 받치는 주요한 문제 중 하나로 거론된다. 국회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이를 바로 잡을 제도 마련을 고민한다곤 하지만 지지부진하다. 지난해 허대만 전 민주당 경북도당 위원장이 투병 끝에 생을 달리하면서 민주당 중앙당 차원에서 지역주의를 허물기 위해 노력한 허 전 위원장의 유지를 잇는 이른바 ‘허대만법’ 제정도 추진했지만 마찬가지다.

강 위원장은 내년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최소한 권역별 비례대표제라도 도입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기존 병립형 비례대표가 47석이라면, 20석은 중앙당 몫으로 하더라도 나머지는 권역별로 쪼개야 한다”며 “국민의힘 광주시당에도 우리가 이걸 같이 요구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하고, 국회에서 토론회도 하고,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강 위원장은 대구시당 차원의 ‘자강’을 강조했다. 당의 비례대표 후보에 지역 후보를 넣기 위해 읍소하는 것보다 제도 개혁 등을 통해 스스로 살길을 찾아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강 위원장은 “국민의힘도 그렇지만 솔직하게 우리당도 수도권 정당이 됐다. 소위 ‘호남 정당’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지난 당 최고위원 선거에서도 대부분 수도권 의원이 당선됐다”며 “중앙당 차원에서 지방을 배려한다는 건 희박하다. 제도 개혁을 통해 우리가 살길을 모색하고, 우리 스스로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때문에 그는 현재 준비되는 당 후보 대신 영입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주문에도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대구가 민주당에게 녹록지 않는 곳이다. 수도권에서 스타급이 오더라도 낙선하면 돌아간다. 그러면 거꾸로 욕을 먹는다. ‘너희는 떴다방 아니냐’라는 거다. 굽은 소나무가 선산을 지킨다고 하지 않나, 대구에서 살아오고 살아갈 지역 정치인을 키워주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