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을 희망으로, 달구벌의 건강주치의] ④ 8년간 복지사각지대 717명 발굴

2015년 본격 시작된 달구벌 건강주치의
2015년 수혜 대상 182명→2019년까지 꾸준히 증가
2022년 9월까지 1,733명 수혜···복지사각지대 41.4%
발굴 단계에서부터 치료까지 네트워크의 힘
5개 대형병원과 연계 치료도···연인원 305명 수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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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2014년 12월 도입된 달구벌건 강주치의 사업은 올해로 햇수로 10년 차다. 그사이 부침이 없진 않았지만, 지역사회와 네트워크를 구축해 지역 곳곳에 숨겨져 있던 복지 사각지대의 시민을 발굴해 희망을 안겼다. 절망 속에 있던 그들은 달구벌 사업을 통해 ‘희망’을 봤다고 말한다. 희망이 건네진 이는 1,733명(2022년 9월 기준). <뉴스민>은 달구벌건강주치의 사업의 과거를 톺아, 성과를 살펴보고, 더 큰 희망을 위한 숙제도 짚어본다. 기획 취재는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 지원을 받아 진행됐고, 7회에 걸쳐 나눠 연재된다.

[절망을 희망으로, 달구벌의 건강주치의] ① “달구벌 때문에 희망을 가졌어요”
[절망을 희망으로, 달구벌의 건강주치의] ② “이젠 끝이구나···” 사각지대를 제도 품으로
[절망을 희망으로, 달구벌의 건강주치의] ③ 고립 1020의 문을 열고
[절망을 희망으로, 달구벌의 건강주치의] ④ 8년간 복지사각지대 717명 발굴
[절망을 희망으로, 달구벌의 건강주치의] ⑤ 숙제=동북권+네트워크+규모·내실
[절망을 희망으로, 달구벌의 건강주치의] ⑥ “돈 없어도 괜찮아. 나가서 봐줄게” 두 가지 원칙에서부터
[절망을 희망으로, 달구벌의 건강주치의] ⑦-1. “취약계층 희생으로 공중 보건 위기 극복···희생자, 무작위 선정되지 않아”
[절망을 희망으로, 달구벌의 건강주치의] ⑦-2. 더 나은 취약계층 의료지원 정책을 위한 제언

달구벌건강주치의 사업(달구벌 사업)은 2014년 12월 대구 전체 인구의 25% 수준으로 추정되는 의료적 개입이 필요한 취약계층 대상자를 위한 원스톱 창구를 목표하며 도입됐다. 고민의 시작은 그해 2월 서울 송파구에서 발생한 이른바 ‘세 모녀 사건’이다. 만성질환을 앓던 딸과 실직한 어머니, 그로 인한 생활고 끝에 ‘정말 죄송하다’는 메모를 남긴 채 극단적 선택을 한 모녀의 이야기는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낳았다.

부양의무자 조건 때문에 모녀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혜택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부각됐고, 생활의 큰 부담이 된 의료적 지원 미비 역시 숙제로 떠올랐다. 전국에서 각종 복지사각지대 해소 방안이 제안됐고, 달구벌 사업도 복지사긱지대 취약계층의 의료적 지원을 목표로 조용히 시작됐다. 2014년엔 대구의료원에 사업 수행을 위한 지원단 구성 등 기본 준비가 이뤄지는데 그쳤고, 실제 사업은 사실상 2015년부터 시작됐다.

2015년 본격 시작된 달구벌 건강주치의
2015년 수혜 대상 182명→2019년까지 꾸준히 증가
2022년 9월까지 1,733명 수혜···복지사각지대 41.4%

대구시는 2015년 본예산으로 2억 9,000만 원을 사업비로 편성했고, 5월 한국가스공사가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한 6억 중 일부를 달구벌 사업에 지정 기탁했다. 12월에는 대구시가 경북대병원 등 지역 대형병원 5곳과 달구벌건강주치의 진료지원 협약을 체결했다.

대구시 공공보건의료지원단이 2014년 12월부터 2022년 9월까지를 기준으로 분석한 <건강불평등 완화 방안 연구:달구벌건강주치의 사업의 효과 분석>을 보면, 2015년(2014년 12월 포함) 사업 수혜 인원은 182명이다. 110명(60.4%)이 1·2종 의료급여 수급자였고, 72명(39.6%)은 일반저소득 및 차상위층으로 이른바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이다.

▲2015년 39.6%였던 복지사각지대 수혜자 수는 2019년 312명 중 138명, 44.2%까지 증가했다. 2022년 9월까지 1,733명 중 717명(41.4%)이 복지사각지대에 있던 이들이 의료 지원을 통해 발굴된 사례다. (자료=대구시공공보건의료지원단, <건강불평등 완화 방안 연구:달구벌건강주치의 사업의 효과 분석>, 2015년은 2014년 12월 포함, 2022년은 9월까지)

코로나19 확산으로 대구의료원이 코로나19 전담병원 역할을 하면서 사업이 주춤할 수밖에 없던 2020년 이전까지, 수혜 인원은 꾸준하게 증가했다. 2022년 9월까지 8년 동안 1,733명이 이 사업의 수혜를 받았다. 연평균 200명 꼴이다. 2019년까지는 312명(2015년 대비 171.4%)으로 늘었고,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이후에도 183명(2020년), 199명(2021년)으로 사업 초기와 유사한 수준을 유지했다.

일반저소득 및 차상위층 같은 복지사각지대 대상자 비중도 늘었다. 2015년 39.6%였던 복지사각지대 수혜자 수는 2019년 312명 중 138명, 44.2%까지 증가했다. 2022년 9월까지 1,733명 중 717명(41.4%)이 복지사각지대에 있던 이들이 의료 지원을 통해 발굴된 사례다.

달구벌 사업의 장점은 단순히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을 발굴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발굴된 수혜자들은 의료 서비스와 함께 보건·복지 서비스까지 연계가 이어진다는 데 의미가 있다. 실제로 828명(연인원)이 각종 보건·복지 서비스 제도권 안으로 편입됐다.

공공보건의료지원단 분석에 따르면 의료지원(기초생활수급·의료수급·장애 등록)으로 편입된 인원이 438명으로 가장 많고, ▲생활지원(긴급생계비 등) 271명 ▲자립지원(취업 연계) 18명 ▲주거지원 15명 ▲기타 86명 등이다. 이선화, 천현수 부부나, 곽상문 씨, 김현지(이상 모두 가명) 씨 등이 모두 여기에 포함된다. 지원단은 “보건·의료·복지 서비스 연계 실적 증가로 건강안전망 강화 및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 기여했다”고 달구벌 사업을 평가했다. (관련기사=[절망을 희망으로, 달구벌의 건강주치의] ② “이젠 끝이구나···” 사각지대를 제도 품으로(‘23.9.7))

달구벌 사업이 이렇듯 사각지대 취약자를 발굴해 제도권 안으로 편입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건 사업이 지역사회와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구의료원이 중심이 되어 사업을 집행하면서 구·군의 동 행정복지센터, 보건소, 복지관, 협약 및 연계 의료기관이 네트워크를 형성해 사각지대 취약자를 발굴한다. 주로 동 행정복지센터를 통해 사각지대 취약자가 발굴되지만(1,733명 중 1,502명), 복지시설에서도 적지 않은 인원(213명)이 발굴돼 의뢰됐다.

▲달구벌 사업의 장점은 단순히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을 발굴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발굴된 수혜자들은 의료 서비스와 함께 보건·복지 서비스까지 연계가 이어진다는 데 의미가 있다. 실제로 828명(연인원)이 각종 보건·복지 서비스 제도권 안으로 편입됐다. (자료=대구시공공보건의료지원단, <건강불평등 완화 방안 연구:달구벌건강주치의 사업의 효과 분석>, 2015년은 2014년 12월 포함, 2022년은 9월까지)

2014년 전공의 수련 시절부터 달구벌 사업에 함께 한 박종명 대구의료원 가정의학과장은 “경제적으로 취약한 분들이 몸이 아플 때 병원을 찾기 어려운데, 그 문턱을 낮추는 게 달구벌건강주치의의 특장점 중 하나”라며 “스스로 병원 찾기가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행정복지센터나 인근 시설을 통해 의료적 필요가 발굴되어서 도움을 요청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사업 의미를 설명했다.

이어 “의사, 간호사뿐 아니라 사회복지사도 있어서, 일회적인 의료적 서비스에서 그치지 않는다”며 “의료적 서비스 이후 경제적 어려움은 더 길고 근본적인 문제여서 수급전환이라든지, 경제·사회적 측면에서도 발굴돼 도움받을 수 있어서 병에 대한 진료뿐 아니라 삶에 대한 전반적인 부분도 함께 케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발굴 단계에서부터 치료까지 네트워크의 힘
5개 대형병원과 연계 치료도···연인원 305명 수혜

발굴 단계에서만 연계 네트워크가 활용되는 건 아니다. 발굴된 의뢰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도 네트워크는 적극적으로 가동된다. 대구의료원에서 치료할 수 없는 의뢰자들에 대한 대형병원의 지원이 갖는 의미다. 2015년 대구시는 경북대병원, 계명대 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영남대병원, 대구파티마병원 등 5개 대형병원과 협약을 맺고 대구의료원에서 치료할 수 없는 달구벌 사업 의뢰자에 대해선 5개 대형병원이 치료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그 결과 2022년 9월까지 연인원으로 305명이 대구의료원에서 할 수 없는 의료적 서비스를 대형병원에서 받았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쓰러져 휠체어 생활을 하고 있는 선화 씨는 칠곡경북대병원에 의뢰돼 각종 검사를 받을 수 있었고, 상문 씨도 대구가톨릭대병원의 진료를 받는데 도움을 받았다.

대형병원 연계 사업은 2015년 가스공사가 지정 기탁한 기금에서 의료비의 절반이 제공되면, 나머지 절반은 연계된 대형병원에서 감면해 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2016년부터 2022년 9월까지 지원금은 7,317만 원이 사용됐다. 그만큼 대형병원의 진료비 감면도 이뤄졌다는 의미다. 지난 1월 대구시는 가스공사 지정 기탁 기금이 소진을 앞두고 있어서 새로운 기부자를 찾았고, DGB 금융그룹이 1억 5,000만 원을 지정 기탁하기로 했다.

전국적으로 부산의료원, 삼척의료원 등에서 달구벌 사업과 유사한 사업을 수행하고 있지만, 대형병원과 네트워크를 맺고 원활한 전원 시스템을 마련한 곳은 대구가 유일하다. 공공보건의료지원단은 “유사 사업과 달리 지역 내 5개 상급종합병원에 대한 전원 체계 구축으로 경증부터 최중증 진료까지 모두 제공할 수 있는 차별화된 모형을 구축하고 있다”고 달구벌 사업을 평했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