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공장에 남은 한국게이츠 노동자들, “투기 자본의 노동자 유린 막아낼 것”

한국게이츠, 결국 예정대로 폐업

08:59

한국게이츠 폐업 당일인 31일, 희망퇴직을 하지 않고 남은 노동자 26명이 공장을 지키는 투쟁에 나섰다. 저녁 7시 한국게이츠 노동자와 가족들, 민주노총 대구본부, 금속노조 대구지부 등 200여 명은 대구시 달성산업단지 한국게이츠에서 ‘한국게이츠 투쟁 승리를 위한 1박 2일 투쟁 문화제’를 열었다.

▲폐업한 공장에 남은 한국게이츠 노동자들

게이츠 본사는 지난 20일까지였던 희망퇴직 신청 기한을 이날까지로 늘렸다. 공장 곳곳에는 “한국게이츠는 폐쇄될 예정이므로 8월 1일 이후로 사전에 허가받은 사람 이외에는 출입이 일체 금지됩니다. 위반 시 관련 법령에 따른 법적 책임을 물을 것임을 엄중히 경고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채붕석 금속노조 한국게이츠 지회장은 “조합원을 하나하나 떠나보는 게 너무 마음이 아프다. 저희가 해야 할 일이 있기에 다시 마음을 잡아보려 한다”며 “‘당신이 지켜야 할 것은 가족’, ‘내 생애 최고의 게이츠’가 한국게이츠 올해 슬로건이다. 그런데 저희는 해고됐고 단지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가족이다. 저희는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채 지회장은 “더 나아가서 우리처럼 투기 자본이 국내에 들어와서 한국 노동자를 유린하지 않도록 만드는 투쟁을 하겠다”며 “끝까지 싸워서 투기 자본을 혼내주고, 다시는 이런 일이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지 않도록 하겠다. 조합원과 가족을 지키고 현장으로 돌아가겠다”고 강조했다.

▲한국게이츠 공장 곳곳에는 폐업을 알리는 경고문이 나붙었다.

문화제에 참석한 한국게이츠 노동자 권도혁 씨의 아내 최윤경 씨는 응원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최 씨는 “6월 26일 아이 아빠에게 전화가 왔다. 농담하지 말고 하던 일이나 잘하라고 했다. 얼마나 잘 나가던 공장인데 하루아침에 문 닫는다니 믿을 수 없었다”며 “가족을 위해 일해온 우리 아이 아빠와 그의 동료인 여러분들이 그저 자본의 돈벌이 도구로 여겨지는 현실이 너무 답답하고 속상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쩔 수 없는 폐업이라고 해도 이렇게 하루아침에 하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진 여러분들이 여기 모였다”며 “아이 아빠의 정당하고 바른 신념을 지켜갈 수 있도록 함께 하겠다. 이 싸움은 끝내 이길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날 진보당 대구시당은 논평을 내고 대구시에 책임을 촉구했다. 이들은 “대구시가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알 수 없다. 권영진 시장 명의의 폐업 철회 요구 서신 이외에는 정말 무엇을 했는지 깜깜무소식”이라며 “이 무거운 사태의 짐을 노동자의 몫으로만 남겨 놓은 무능함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물을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에 본사를 둔 게이츠는 코로나19를 이유로 지난 6월 26일 달성군 소재 한국게이츠 사업장 폐쇄를 통보했다. 한국게이츠 지분은 미국게이츠(51%)와 일본니타(49%)가 갖고 있다. 미국게이츠 최대 주주는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이다. (관련 기사 = “납품도, 이익도 있는데 노동자만 잘리나요?”(‘2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