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성주투쟁위 기부금 모집 '불승인'...모호한 ‘공익’ 개념

    성주투쟁위, 법률적 검토 논의...“되돌려준다는 것 사실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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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09-06 15:28 | 최종 업데이트 2016-09-06 15:29

    경상북도가 사드배치철회성주투쟁위의 기부금품 모집단체 등록을 불승인하면서 성주투쟁위 후원 모금이 불법 논란에 휩싸였다. 하지만 모호한 기준으로 기부금품 모집단체를 규제하는 기부금품법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8월 26일, 경상북도는 성주투쟁위가 신청한 기부금품 모집단체 등록 신청을 불승인했다.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기부금품법)에 따른 모집단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기부금품법에 따르면, 모집 금액이 1천만 원 이상 10억 원 이하인 경우 관할 시⋅도지사에 등록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기부금품법 제4조 2항 4호는 '영리 또는 정치·종교 활동이 아닌 사업'을 모집단체로 인정한다. ▲교육, 문화, 예술, 과학 등의 진흥을 위한 사업 ▲소비자 보호 등 건전한 경제활동에 관한 사업 ▲환경보전에 관한 사업 ▲사회적 약자의 권익 신장에 관한 사업 ▲보건·복지 증진을 위한 사업 ▲남북통일, 평화구축 등 국제교류·협력에 관한 사업 ▲시민참여, 자원봉사 등 건전한 시민사회 구축에 관한 사업 ▲그 밖에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 등이다.

    경상북도 기획조정실 세정담당 관계자는 "(성주투쟁위는) 등록 대상에 해당이 안 된다"며 "등록 대상이 되려면 어느 정도 공익적 목적에 부합해야 하는데 부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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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 성주투쟁위를 방문한 김관용 경북도지사

    기부금품법은 '그 밖에 공익을 목적으로 대통령령으로 정한 사업'이라고 칭하지만, 기부금품법 시행령 어디에도 공익 목적 사업을 규정해놓지 않았다. 결국 시·도지사의 자의적 판단으로 모집단체를 구분할 수밖에 없다.

    이 관계자는 사드 배치 반대 행위가 공익에 맞지 않는다는 취지냐는 질문에 "공익과는 맞지 않는다고 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판단은) 종전의 판례 등에 따라서 한다"고 답했다.

    성주투쟁위는 지난 8월 29일 경상북도의 기부금품 모집단체 불승인 서류를 송달받은 이후부터 후원금 모집과 지출을 중단했다. 그동안 약 4억4천여만 원이 모였고, 1억7천여만 원 지출 후 현재 2억7천여만 원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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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를 염원하는 피켓을 든 성주군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밀양 송전탑 반대 투쟁도 '불승인'
    강정마을회, 기부금품법 헌법 소원 제기
    UN도 "기부금품법이 정부 감시수단 악용 우려" 지적
    성주투쟁위, "법률 검토하겠다"...주민들도 자발적 대응 논의

    기부금품법에 따라 모집단체로 등록하지 않고 기부금품을 모집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앞서 2011년 제주도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투쟁, 2013년 경남 밀양 송전탑 반대 투쟁 역시 성주투쟁위와 같은 이유로 기부금품 모집이 불승인됐다. 일부 활동가들은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강정마을회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은 지난 2014년 등록하지 않은 채 기부금품을 모집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기부금품법 조항이 헌법상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며 헌법 소원을 제기했다.

    공감은 당시 "막연한 '공익' 개념을 구성요건요소로 삼아서 기부금품 모집행위를 규제하고, 나아가 형벌을 부과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반되는 것"이라며 "등록하지 아니하고 기부금품모집행위를 한 자에 대하여 오로지 등록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처벌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은 명백히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지난 1월 한국을 방문한 마이나 키아이 유엔 특별보고관은 6월 공개한 '한국 집회⋅결사 자유 보고서'에서 이를 지적했다. 1천만 원 이상 기부금을 모집할 때 사전 등록을 요구하는 기부금품법 제4조가 정부의 단체운영 감시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특히 강정마을, 밀양 사태를 언급하면서 "강정마을의 경우 당국이 기부활동이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활동을 지원한다고 여겨 등록을 거부했다"고 꼬집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서울 은평구갑)도 지난 8월 23일 '기부금품모집법 개정을 위한 공청회'를 열고, "공익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의 활동가 등이 불명확하고 불필요한 행정규제로 인하여 자칫하면 범죄자가 될 수 있는 불합리한 상황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성주투쟁위도 지난 8월 30일, 9월 1일 두 차례 회의 후 경상북도의 불승인 처분에 대해 법률적 검토를 하기로 했다.

    투쟁위가 기부금을 되돌려주기로 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서 박수규 성주투쟁위 홍보위원은 "법률적 검토를 하겠다고 결정한 이후에 다른 것은 결정한 적 없다"며 "누가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사실상 가능하지 않은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성주군민들이 모인 '1318채팅방'에서도 자발적인 대응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새로운 단체를 만들어 회비 형태로 운영하자는 등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경상북도 기획조정실 세정담당 관계자는 "원칙적으로는 사전에 등록하는 게 맞다. 등록을 안 하고 시작했기 때문에 다음 절차는 투쟁위에서 알아서 하는 것"이라며 "한 번 불가하다고 통보했기 때문에 똑같은 것으로 다시 등록하는 건 안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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