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희망원 책임자 직무정지, 운영권 반납 시급”

조환길 대구대교구장 사과문 발표
"책임 통감...깊은 사과의 말씀 드린다"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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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의 편을 들던 가톨릭을 보며 가슴이 아픕니다. 사죄드립니다. 좀 더 살폈어야 했습니다. 좀 더 일찍 밝히고 파헤쳐야 했습니다”

(서승엽, 대구시립희망원 인권유린 및 비리척결 대책위 공동대책위원장)

성모당에서 신부가 외는 기도문 소리, 신자들이 부르는 성가 소리가 교구 출입문까지 넘어온다. 13일 오전 11시, 천주교 대구대교구 성모당에서는 여느 때처럼 정례 미사가 열렸다. 같은 시간 이곳 출입문에는 참회의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있다.

천주교 신자 서승엽 씨는 신자이자 장애인단체 활동가로서 최근 불거진 대구광역시립희망원 인권유린 사태에 참혹한 심정을 숨길 수 없었다. 천주교 재단이 운영하는 희망원에서 과다 사망, 강제노동 및 착취, 폭행, 부정선거, 생계비 횡령 등 충격적인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희망원은 1980년부터 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이 대구시로부터 운영권을 수탁받아 운영해왔다. 희망원 내부에는 노숙인 재활시설, 노숙인 요양시설, 정신요양시설, 장애인거주시설이 운영 중인데, 여기에는 1,150명(2016년 1월 기준)이 나뉘어 입소 중이다.

2014년부터 최근까지 이곳에서 129명이 사망했다. 강제 노동, 폭행, 횡령 등 충격적인 의혹도 최근 언론을 통해 알려져 공분을 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박강수 희망원 원장 신부를 비롯한 김구노, 박재철 신부와 박정봉 원장은 10일 성명을 발표하고 “오해의 소지”가 많다고 항변했다. 입소자들이 대부분 만성질병으로 고통받다 죽기 전에 입소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희망원은 이외 강제노동 및 착취 등 각종 의혹에 대해서도 부인하는 상황이다. (관련기사:대구희망원대책위, 대구가톨릭 향해 “희망원 진실 밝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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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역에서는 희망원이 여러 의혹에 대해 책임지지 않고 해명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인다며 우려가 가중되고 있다. 우리복지시민연합 등 42개 단체로 구성된 대구시립희망원 인권유린 및 비리척결 대책위는 이날 오전 11시 천주교 대구대교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천주교 대구대교구에 사태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희망원에서 일어난 사건을 구체적 책임 없이 해명 위주의 입장을 교구민에게만 표한 것에 유감”이라며, ▲투명한 진상규명과 엄정한 책임자 처벌 약속 ▲현직 희망원 원장 및 간부, 사건관계자 즉각적 직무 정지 ▲대구시에 운영권 반납을 촉구했다.

은재식 대책위 공동대책위원장은 “사태의 심각성을 알지 못한 모든 책임이 대구대교구에 있다. 대구대교구는 오히려 문제를 눈덩이처럼 키우고 회복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닫게 했다”며 “죽을 사람이 자기 죽을 곳을 찾아 희망원으로 왔다는 해명도 했다”고 지적했다.

박명애 대책위 공동대책위원장은 “입소자들은 이곳이 조금 더 나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입소했는데 죽어 나갔다. 어떻게 신부님들이 이렇게 할 수 있나. 변명하지 말고 모든 것을 제자리에 돌려놓아야 한다. 기도로 회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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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기자회견 후 현장에 나온 박영일 천주교 대구대교구 사무처장(바오로 신부)에게 요구안을 전달했다. 박 사무처장은 “요구안을 주교님께 직접 전달하고 교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을 것”이라며 “많은 사람들에게 걱정 끼쳐드렸고, 교구에서도 심각하게 생각한다. 죄송스런 마음이다. 적극적으로 진상규명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계자 직무정지는 논의된 것이 없고, 운영권 대구시 반납 문제도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이 없다”라고 답했다.

조환길 대구대교구장 사과문 발표
“책임 통감…깊은 사과의 말씀 드린다”

한편, 천주교 대구대교구장인 조환길(타대오) 대주교는 지난 12일 “대구시립희망원을 수탁하여 운영하고 있는 천주교 대구대교구 교구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대구시민 여러분과 교구민들에게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사과문을 발표했다.

조환길 대주교는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처럼 천주교회는 사회에서 가장 약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해 헌신해 왔다. 우리 교구도 일찍부터 사회복지 관련 분야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노력해 왔다”며 “하지만 불미스럽게도 이번 희망원 사태와 같은 일을 겪게 됐다. 교구장으로서 제대로 관리 감독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밝혔다.

또,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히 진상을 파악하도록 하겠다”며 “앞으로 진행되는 모든 감사에 협조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강구하겠다. 무엇보다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이 보호받고, 참다운 복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