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항의’, ‘싸늘한 관심’ 속 경북대 찾은 김무성, “저도 최순실 게이트 공범”

학생 간담회 20여 명 참석..."취업 이야기만 하자"

20:24

최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분명한 선긋기를 하고 있는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 대구 경북대학교를 찾았다. 하지만 그의 선긋기 노력과 달리 그를 기다리고 있는건 학생들의 거센 항의와 싸늘한 관심이었다.

15일 오후 3시,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경북대학교 인재개발원이 주최하는 ‘4차 산업혁명과 지역 경제 활성화’ 세미나 기조연설과 청년 간담회를 위해 경북대학교에 방문했다.

김 전 대표의 경북대 방문은 시작부터 순탄치 못했다. 3시 세미나가 예정된 경북대 정보전산원은 30분 전부터 김 전 대표에게 항의하려는 학생들이 모여들었다.

학생 약 20명은 ‘느그 아부지 머하시노’, ‘당신도 박근혜씨랑 친했잖아요’, ‘내 머릿속엔 비행기 상납, 친일, 로맨틱, 성공적’, ‘껍데기는 가라’, ‘탄핵이라는 큰 그림 그리지 말고 노후를 그리세요’ 등 김 전 대표를 비판하는 문구와 김 전 대표가 민심투어 중 빨래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 등을 인쇄한 A4용지를 벽에 붙였다. 이 과정에서 이를 제지하는 일부 교직원, 교수 등과 마찰이 생기면서 소란이 생겼다.

김 전 대표 지지자라는 한 시민은 “학생들이 자세가 틀렸어”라고 소리치며 학생들이 붙인 A4용지를 뗐다. 학생들이 이에 항의하며 다시 붙이고 떼기가 반복됐다. 이들은 “김무성도 원흉이다”, “비박들도 원흉이다”, “새누리당 해체하라”, “박근혜는 하야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김 전 대표를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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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뜯긴 A4용지를 다시 붙이는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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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의하는 학생과 이를 제지하는 교수, 교직원들

“새누리당이 지금 해야 하는 건 강연이 아니고 사과입니다. 국민들한테 먼저 사죄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박근혜 대통령 누가 만들었습니까. 새누리당이 만들었지 않습니까. 그때 새누리당 대표가 김무성 전 대표 아닙니까” – 김무강(경북대 사학과 4학년) 씨

최범석(경북대 철학과 4학년) 씨는 김무성 전 대표를 향해 구호를 외치자 한 교수에게 멱살을 잡혔다고 주장했다. 최 씨는 “1층에서 김무성 의원이 오길래 새누리당이 여기가 어디냐고 오느냐고 했다. 달려든 것도 아니고 내가 서 있던 자리에서 소리를 질렀는데, 한 교수가 제지하면서 멱살을 잡더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해당 교수가 직접 사과할 때까지 30여 분 동안 강의실 앞에서 구호를 외쳤다. 최 씨에 따르면 해당 교수는 “멱살을 잡지는 않았지만, 멱살 잡은 것처럼 오해하게 해서 미안하다”고 직접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지켜보던 경북대 한 교직원은 “(해당 교수가) 전북대에서 유명한 교수님도 오고 행사를 망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신 것 같다”며 “지금 상황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이해하기 힘든 상황인데, 학생들이 청년으로서 이 정도 하는 건 당연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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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호를 외치는 학생들

김무성, “저도 최순실 게이트 공범”
학생 20여 명과 간담회···질문에 “취업 이야기만 하자”

이날 세미나 사회자 박영근 창원대학교 교수는 “김무성 전 대표님은 80년대 전두환 정권 시절 김영삼 전 대통령과 함께 민주화 운동을 시작으로 정계에 입문했다”며 “(오늘 세미나가) 경북대 학생들과 대구시민들에게 대한민국 미래에 희망을 주는 메시지가 될 거로 생각한다”고 소개했다.

김무성 전 대표는 “아까 학생들이 밖에서 했던 말 그대로 저도 최순실 사태를 이렇게까지 오게 된 걸 막지 못한 공범 중 한 사람이다. 깊이 자성하며 죄인 된 심정으로 매일 국민에게 사죄의 마음을 드리고 있다”며 “우리나라 미래를 짊어질 대학생에게 (제가) 강연할 자격이 있는가 깊은 고민을 하다 오게 됐다. 최순실 사태는 사태고 대한민국 국정은 중단되어서는 안 된다”고 인사했다.

▲김무성 전 대표와 학생 간담회에는 20여 명이 참석했다.
▲김무성 전 대표와 학생 간담회에는 20여 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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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 이후 경북대 인재개발원 세미나실에서 30분 간 이어진 학생 간담회에는 학생 약 20명이 참여하는데 그쳤다.

한 학생이 “기운이 없어 보이십니다”며 인사를 건네자 김 전 대표는 “최순실 게이트 등 때문에 고민이 많다. 기운이 날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쓴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경북대 시간강사라고 밝힌 이는 “유승민 의원이 강조한 사회적 경제와 오늘 강의하신 4차 산업 혁명이 상충되는 것인가”라고 묻자 김 전 대표는 “취업 문제를 이야기하러 왔는데 정치적인 이야기를 자꾸 하면…”이라며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30분 동안 강의를 듣고 나온 한 학생은 “의도는 잘 모르겠으나 소통을 하겠다고 왔기 때문에 면전에다 놓고 정치적인 문제 제기하기는 좀 그래서 자제하긴 했다”며 “물론 다양한 질문이 나올 줄 알았는데, 정치 이야기는 하지 말자고 하니 몸을 많이 사리신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 김 전 대표는 경북대 사범대학 1층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 흉상을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시간 관계상 생략한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8일 박근혜 대통령 퇴진, 2순위 총장 재신임 요구 등을 걸고 학생총회 개최를 준비한 ‘경북대학교 학생실천단 이것이 민주주의다(이민주)’는 재학생 1,687명의 서명을 얻어 학생총회 소집 기준을 충족시켰다. 이들은 오는 18일 저녁 6시 경북대 학생주차장에서 학생총회를 연다. 재학생 10%가 학생총회에 참석해 총회가 성사되면 경북대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박근혜 대통령 퇴진과 2순위 총장 재신임 요구를 학생들의 공식적인 요구로 결의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