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차벽이 꽃벽이다 / 김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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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24 10:56 | 최종 업데이트 2016-11-24 10:56

차벽이 꽃벽이다

김수상

몇 사람이 죽어나자빠져도 끄떡없을 것 같던 차벽이 꽃벽으로 변했다. 지난 19일 4차 촛불집회 때 어느 예술단체가 차벽을 꽃벽으로 만들자며 시민들에게 2만 9천장의 꽃 스티커를 나눠주었다. 집회에 나온 시민들은 차벽에 꽃 스티커를 붙이고, 집회가 끝나자 스스로 꽃 스티커를 제거했다. 크라우드 펀딩업체인 ‘세븐픽처스’와 이강훈 미술가의 아름다운 공모였다.

그런데 그날의 꽃 스티커는 잘 안 떨어졌나 보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2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의경들이 스티커를 제거하느라 주말에 쉬지도 못하면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며 “쉽게 떨어지는 것만 떼고 나머지는 그냥 두라”고 했다. 이 청장은 차벽을 망치로 때리거나 밧줄로 묶어서 당기는 것과, 꽃 스티커를 붙이는 것 가운데 어떤 것이 낫냐고 기자들이 묻자 배우 김혜자의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문장을 인용하며 “당연히 꽃 스티커를 붙여주는 쪽이 낫다”고 말했다.

꽃 스티커 한 장이

피도 눈물도 없던 차벽에 피를 돌게 했다

꽃 스티커 한 장이

백남기 농민을 물대포로 쏘아 죽였던 경찰의 차가운 심장에

꽃의 마음을 새기게 했다

청와대로 향하는 율곡로와 사직로에 배치된 차벽을

무궁화와 개나리가 뒤덮고

나팔꽃과 장미꽃이 합세하여

차벽을 꽃벽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그날 경찰차량 안에 있던 한 의경은

창문을 열고

“감사합니다!”라고 쓴 쪽지를 시민에게 전해주었다

백만 명이 넘게 모인 집회에 단 한 명의 연행자도 없었다

밧줄과 망치로도 넘을 수 없었던 차벽을

꽃그림 스티커가 무너뜨리고 있었다

촛불은 촛불을 부르고

평화는 평화는 부르고

꽃은 꽃을 불렀다

꽃벽 앞에서 어떤 주먹질이 오가겠는가?

꽃벽 앞에서 어떤 거친 욕설이 오가겠는가?

사기꾼도 강도도 소매치기도

촛불 앞에서는 착해졌다

촛불 앞에서 위선을 일삼는 무리는

박근혜와 그 일당들 밖에 없다

위선은 악보다 더 나쁘다

꽃벽 앞에서 촛불을 높이 들자

꽃벽 너머엔 우리들의 세상이 있다

빼앗긴 민주주의를 다시 찾아오자

26일에 밝혀질 이백만의 촛불아,

상경하는 농기계부대야,

동맹휴업에 나설 전국의 대학생들아,

총파업의 노동자들이여,

이번에 모든 차벽을 꽃으로 도배하자

빼앗긴 우리의 민주공화국을 꽃으로 되찾아오자

촛불 만세!

평화 만세!

꽃벽 만세!

반드시 되찾을 우리들의 민주공화국이여 만세!

[사진=참세상 정운 기자]
[사진=참세상 정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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