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 대구시민과 함께한 김제동, “대구의 명령이다, 박근혜 내려와”

김제동, "전태일 열사 정신이 대구의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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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는 임진왜란이 발발했을 때 곽재우 장군이 지켜낸 땅입니다. 전두환, 노태우, 박근혜 대통령의 고향이기 전에 일하는 청년들을 위해 자기 몸을 불사른 전태일 열사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나라에 위기가 처했을 때 학생 운동을 벌였던 곳이고, 일본이 침략했을 때 국채보상공원에서 민족정기를 세우던 고장입니다. 그래서 저는 대구시민 여러분들이 그런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이곳은 전태일 열사, 곽재우 장군의 고향임과 동시에 여러분의 고향입니다.”- 김제동 씨

26일 오후 8시, ‘내려와라 박근혜’ 4차 대구시국대회 후 행진을 마친 시민들은 대구시 중구 반월당네거리에서 방송인 김제동(42) 씨와 함께 만민공동회를 벌였다. 시국대회에 참여한 3만여 명 인파가 행진 후 자리를 잡기까지 시간이 걸려 행사가 계획보다 30분 늦어졌다.

만민공동회가 열리기 전 오후 7시께부터 시민 200여 명은 반월당네거리에서 김제동 씨를 기다리며 촛불을 들었다. 이들은 ‘하야’라는 단어가 반복되는 ‘하야송’을 함께 부르며 “국민이 승리한다”, “박근혜는 퇴진하라” 등을 외쳤다. 2차선 도로와 양쪽 인도까지 시민들이 몰려 주최 측 추산 5만여 명(경찰 추산 7,500명)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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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상원 기자]

4주 전 대구에서 열린 첫 시국대회에 나와 발언했던 홍성탁(18) 씨는 그날 이후 빠지지 않고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홍 씨는 “오늘 집회도 늦게 나와 발언을 못 했는데, 준비한 발언을 하고 싶었다”며 김제동 씨 옆에 섰다.

홍 씨는 “우리 국민은 그저 박근혜 대통령의 부속품이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64년 소위 인민혁명당 사건을 조작해 대구의 많은 어린 형님들을 죽였다. 옛날부터 그랬던 거다. 이미 대한민국은 사유화됐다”며 “(박근혜 정권은) 그런 박정희 정권을 미화하고 파시즘과 독재를 찬양하는 교과서 발행을 시도하고 있다. 파시즘이 다시 일어서고 있다. 민주주의가 다시 길을 잃을까 봐 두렵다”고 말했다.

3살 아이와 함께 나왔다는 김 모(36) 씨는 “우리 3~40대들은 이제 삶에 뿌리 박고 그냥 살아갈 수 있는데, 우리 세 살 난 딸아이가 커서 이화여대를 간다고 하는데 정유라 같은 애가 있어서 못 들어가는 그런 세상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집회에 나온 이유를 말했다.

김 씨는 “주민세 인상하고, 영업용 자동차세 인상하고, 그래도 안 되니까 담뱃값까지 올렸다. 우리 세금으로 최순실이 문화 융성한다고 천 억씩 막 써버렸다. 이게 나랍니까. 김제동 씨나 저나 납세자인데, 솔직히 이렇게 세금 쓰면 세금 내고 싶겠습니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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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고시를 일주일 앞둔 한 취업준비생도 거리로 나왔다. 그는 “엄마, 아빠는 제가 지금 공부하고 있는 줄 안다. 대통령을 위한 충고를 하고 싶어서 나왔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가장 큰 업적은 하야다. 하야하는 순간 20대의 소비심리가 살아나 경기가 풀릴 거다. 저도 2008년에 박사모 회원이었다. 저를 이렇게 만든 건 당신(대통령)이다”고 말했다.

김제동 씨는 시민 이야기를 듣는 데 집중했고, 발언은 최대한 아꼈다. 이날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시민이 발언을 이어갔다.

김 씨는 “고향으로 내려오시면 언제든지 받아줄 생각이 있으니 청와대에서 그만 내려오시는 게 좋지 않겠느냐”며 시민들과 함께 “대구의 명령이다. 박근혜는 내려온나”고 구호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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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씨는 임진왜란 때 곽재우 장군, 1970년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치며 분신한 전태일 열사, 대구의 학생운동과 국채보상운동 등을 열거하면서 “대구 시민들이 이런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제동 씨는 “허리도 못 펴고 일하던 열다섯 살 동생들의 근로 조건을 개선시키기 위해 자기 몸을 불살랐던 전태일 열사 정신을 이어받는 것이 대구의 정신이라고 생각한다”며 “민주화 세대와 산업화 세대, 좌와 우가 힘을 합해 우리 아이들이 사는 세대는 통일 세대를 만들어주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1시간가량 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눈 김제동 씨는 역시 대구가 고향인 가수 김광석 씨의 노래 ‘일어나’를 함께 부르며 만민공동회를 마쳤다.

‘박근혜퇴진대구시민행동’은 매주 토요일 오후 대구 중구 일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국집회를 열 계획이다. 평일에는 오후 7시 대구백화점 앞에서 촛불 문화제를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