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구속” 대구시민 2,500명 촛불…‘가짜 대통령 박근혜’ 현판 설치

12차 대구 촛불, 지난주 보다 3배 가량 인원 늘어
"가진 자에게 한없이 관대한 사법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22:20

대구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 생가터에 죄수복을 입은 ‘가짜 대통령 박근혜 생가터’ 현판을 세우며 박근혜 퇴진을 외쳤다.

▲사진-정용태 기자

21일 오후 6시 대구시 중구 대중교통전용도로에서 12차 ‘내려와라 박근혜’ 대구시국대회가 열렸다. 시민들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인용과 정권 퇴진을 외치며 촛불집회를 시작했다. 1천여 명으로 시작한 집회는 오후 7시께 행진을 시작하자 주최 측(박근혜퇴진 대구시민행동) 추산 2,500여 명으로 늘어났다. 지난주 700여 명까지 줄어들었던 참가자가 3배 가까이 늘어났다.

행진을 시작한 참가자들은 오후 8시께  대구시 중구 공평네거리, 삼덕네거리를 거쳐 박근혜 대통령 생가터가 있는 중구 동성로 중심가에 도착했다. 풍물놀이패 구호에 맞춰 시민들은 “박근혜는 퇴진하라”, “박근혜를 구속하라”, “이재용을 구속하라” 등을 외쳤다. 주최 측은 기존 생가터 현판과 비슷한 크기의 ‘가짜 대통령 박근혜 생가터’를 빈터에 고정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죄수복을 입고 포승줄에 묶인 채 눈물을 흘리는 현판을 보며 시민들은 환호를 지르며, 인증샷을 찍기 바빴다. 현판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저지른 국가 기밀 유출죄, 내란죄, 협박죄, 강요죄, 뇌물죄 등 죄목이 적혔다.

주최 측은 “(박근혜는) 헌정 역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 검찰에 입건되었고, 탄핵을 목전에 두고 있으나 횡설수설 변명하는데 매진하고 있다”며 “대구의 깨어있는 시민들은 대한민국 시계가 중세시대에 멈춰있지 않으며, 민주주의 국가임을 알려내고, 우주의 가장 나쁜 기운이 탄생한 이곳을 말끔히 정화하기 위해 이 터에 새로이 표지판을 세운다”고 밝혔다.

▲사진-정용태 기자

앞서 참가자들은 오후 7시 세월호 7시간의 진실을 요구하는 소등 퍼포먼스를 벌였다. 1분간 촛불을 모두 끈 후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는 노래를 함께 불렀다.

집회에 참석한 세월호 참사 유가족 박유신(단원고 2-3 정예진 어머니) 씨는 “오늘 대구에 와서 서명을 받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삿대질을 하면서 집에서 밥이나 하지 왜 나왔냐고 뭐라고 하셨다. 집에서 밥만 하고 주변을 돌아보지 못하다가 이제 내 새끼 밥도 못 해주게 됐다”며 “이제는 더 이상 우리 아이와 같은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나왔다. 촛불이 횃불이 되어 박근혜를 구속하고, 그 부역자들을 처벌하고, 아이들에게 진실을 알려줄 그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구속을 기뻐하면서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 영장 기각을 비판했다.

버스 노동자라고 밝힌 이영식 씨는 “이재용 영장 기각 소식을 접하고 참담한 심정과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가 없었다. 전북 호남고속 17년 차 버스 기사가 실수로 2,400원을 입금하지 못했는데, 그걸 착복했다고 해고됐다”며 “이재용은 어떤가. 돈과 권력 앞에 대한민국 법이 무너졌다. 가진 자에게는 한없이 관대한 사법부를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가짜 대통령 박근혜 생가터’ 현판식을 마친 참가자들은 중앙로 대중교통전용도로까지 행진한 후 집회를 마무리했다.

매주 토요일 열리는 대구 촛불집회는 설연휴인 오는 28일에는 한 차례 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