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 혐의를 대하는 대구희망원, “비자금, 개인적 착복 목적 아냐”

희망원 전 원장 신부 등 특경경제범죄가중처벌법 혐의 등 첫 공판
변호인 측 “전체 횡령액 5억 넘지만 생활인 1명 당으로 보면 특가법 적용 안돼”

21:50

대구시립희망원 사건 관련 두 번째 법정 공판에서 희망원 전 원장 신부 배 아무개(63) 씨 등의 국가보조금 횡령 및 비자금 조성 혐의 등에 대한 심리가 진행됐다.

15일 오후 2시부터 대구지방법원 제11형사부가 진행한 공판에서는 배 전 원장 신부와 여 아무개(56, 희망원 전 회계과장) 수녀 등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임 아무개(48, 희망원 사무국장) 씨가 감금·의료급여법 위반·사기·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피고인석에 섰다. 달성군 공무원 2명도 보조금관리법 위반 혐의로 함께 피고인석에 섰다.

대구시립희망원

# 부정수급이 아니라 노숙인 보호를 위한 의무 이행이었다?
총 횡령액은 5억 넘지만 형량 적용은 피해자 수로 나눠서 따져라?

검찰 수사 결과, 배 전 원장 신부와 여 전 회계과장은 2011년부터 2016년까지 대구희망원 생활인 중 기초생활수급 대상이 아닌 사람 총 177명에 대해 생계급여를 부당 청구해 총 6억5,714만 원 상당을 부정 수령했다.

또한 이들은 부당 수령한 생계급여로 식자재 대금을 과다 청구하고 업체로부터 돌려받은 금액을 여 전 회계과장의 개인계좌 또는 현금으로 관리해 개인적인 용도로 유용하거나 직원 회식비 등에 사용했다. 이런 방식으로 이들이 조성한 비자금 액수는 총 5억 8천400만 원가량이다.

달성군 공무원 김 모(60) 씨, 오 모(52) 씨는 생계급여 청구가 허위임을 알면서도 각각 3억600만 원, 3억5,100만 원 상당을 부정 지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변호인 측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대부분 인정하면서도 피고인들의 행위가 위법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희망원이 노숙인복지시설이기 때문에 노숙인복지법 제21조 1호에 따라 노숙인에 대해 기본적 보호 및 치료를 해야 할 의무가 있고, 생계급여 신청 또한 이에 따른 정당한 의무 이행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조성한 비자금 액수는 5억 원을 넘기 때문에 검찰은 배 전 원장 신부 등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의 횡령죄를 적용했다. 특가법에 따르면 이득액이 5억 이상 50억 미만일 경우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변호인 측은 총액이 5억이 넘는 것은 맞지만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9조 3항에 따라 “실수령자는 수급자인 생활인 각자이기 때문에 이 사건 횡령의 피해자도 그 생활인으로 봐야 한다”며, 개별 피해자의 피해액은 5억이 넘지 않기 때문에 특가법 위반이 아니라 일반 형법에 규정된 업무상 횡령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변호인 측 주장은 형량 적용에서는 총 횡령액이 아니라 이를 개별 생활인 수로 나눈 금액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이들 주장대로 업무상 횡령죄가 적용된다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을 명시한 특가법상 횡령죄보다 가벼운 처벌이다.

게다가 변호인들은 검찰이 배 전 원장 신부와 여 전 회계과장이 횡령한 돈을 개인적 목적으로 유용했음을 명시했음에도, “비자금을 개인적으로 착복할 목적으로 조성한 것이 아니”라면서 “이런 경우 불법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는 것이 판례”라고도 주장했다.

달성군 공무원의 보조금관리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기초생활수급자로서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생활인들도 생계급여가 필요하다는 희망원 측의 말을 믿고, 또 가톨릭재단으로서 실제로 생계비로 사용될 것이라 믿고 피고인들의 요청에 응한 것”이라며 두둔했다. 달성군 공무원의 행위는 아무리 선의에 의한 급여 지급이더라도 부정수급이 확인될 경우 철저히 환수조치하는 최근 정부의 태도와는 상반된다. 그런데도 변호인들은 이들의 급여지급이 명백한 횡령에 사용되었음에도 이를 선의에 의한 행위로 포장했다.

# 원장, 사무국장이 감금 행위 결제 안 했으니 책임 없다?

한편 검찰은 배 전 원장 신부와 임 사무국장에게 심리안정실을 운영해 내부규정 위반으로 적발된 생활인을 불법 감금한 행위를 불법으로 적시했다. 배 전 원장 신부는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생활인 206명을 299회에 걸쳐 2201일간, 임 사무국장은 2015년부터 2016년까지 생활인 33명을 38회에 걸쳐 191일간 심리안정실에 강제 격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변호인 측은 심리안정실 운영 과정에서 관리상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피고인들이 구체적인 생활인들의 보호조치에 대해 결제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기능적 행위지배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공동정범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또한, 검찰은 이들에게 희망원 생활인 중 중증질환을 앓고 있어 세심한 간병이 필요한 환자에게 간병능력이 없는 정신분열증 환자를 배치함으로써 응급상황에서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업무상과실치사)를 적용했다.

그러나 변호인들은 “간병도우미 파견에 대한 사항은 각 업무 담당자의 책무에 관한 사항”이라며 “피고인들이 각 간병인 파견에 직접 관여한 사실은 없고, 피해자 사망이 간병도우미의 과실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책임을 부인했다.

# 희망원노조, “물타기 행위에 분노”

이날 공판을 방청한 황성원 희망원노조 지회장은 공판 종료 후 인터뷰에서 희망원 측의 물타기라고 비판했다.

황 지회장은 “희망원 측은 (횡령한 돈을) 직원들을 위해 썼다고 하지만, 6억 이상 되는 횡령 금액 중에 직원 회식에 썼으면 얼마나 썼겠나? 직원 한 명이 10만 원 이상 먹을 순 없지 않나?”라며 “실제로는 전혀 다른 (부당한) 용도로 엄청난 돈이 들어갔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 지회장은 또 “지금 드러난 횡령 규모는 2010년 이후만 드러난 것일 뿐”이라며 “현재 각 생활인 한 명 당 입소기간이 20년 가까이 된다. 이들에 대한 실제 보조금 편취 규모를 따지면 지금 드러난 것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도 했다.

한편, 이날 희망원 측은 임 사무국장이 치매환자를 노숙인으로 부정입소시켜 의료급여를 부정수급한 혐의와 황 아무개 씨가 식자재 납품 관련 회계기록이 담긴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파기해 증거인멸을 시도한 혐의에 대해서는 모두 인정했다. (기사제휴=비마이너 / 하금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