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박근혜가 퇴진했으니 일상으로 돌아가자고 한다, 하지만 / 차헌호

“노동악법 철폐! 노동법 전면 제·개정! 노동3권 쟁취! 투쟁본부” 구성을 위한 전국 순회투쟁을 다녀와서

0
2017-03-27 16:55 | 최종 업데이트 2017-03-27 16:55

겨울을 이겨내고 봄을 맞이하는 비닐천막이 있다. 비닐천막은 겨울 내내 타올랐던 광화문 촛불과 함께했다. 수백만이 외쳤던 함성과 청와대로 행진하는 발소리를 들으며 자리를 지켰다. 비닐천막 옆에는 커다란 붉은 현수막이 걸려있다. ‘투쟁사업장 공동투쟁 시국농성장’

▲광화문 앞 투쟁사업장 공동투쟁 농성장 [사진=차헌호]

2017년 3월 10일 오전 11시 21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에서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주문을 확정했다. 그 누구보다 파면 결정을 기뻐해야 할 이들은 박근혜 정권 4년 동안 길거리로 쫓겨나서 삶이 송두리째 짓밟혀온 노동자들이다. 하지만 그들은 마냥 기쁘지 않았다. 박근혜는 권좌에서 내려왔지만, 노동자들의 삶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11개 투쟁사업장이 모여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을 만들었다. 1년 6개월 전부터 ‘박근혜 퇴진’을 걸고 싸웠다. 많은 이들이 박근혜가 퇴진 되었으니 일상으로 돌아가자고 한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투쟁은 이제 시작이다.

우리는 정리해고제와 비정규직 제도를 만들고 확대해 온 김대중, 노무현 정권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박근혜 정권이 촛불의 힘으로 탄핵되고, 이제 다시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상속자들이 촛불의 성과로 정권을 잡으려고 한다. 우리는 이들이 저질렀던 폭력과 만행을 잊을 수 없다.

우리는 오랜 논의 끝에 ‘노동악법 철폐와 노동법 전면 제·개정’ 요구를 ‘투표가 아닌 투쟁으로’ 결정했다. 전국의 동지들에게 투쟁본부 구성을 제안하기로 했다. 대선 시기인 지금 필요한 투쟁이라고 확신했다. 우리는 빠르게 전국순회를 준비했다.

삼척, 구미, 울산 등에서 광화문 정부청사 시국농성장으로 모였다. 이번 전국순회는 ‘공동투쟁’뿐만 아니라 전국판매연대, 파인텍지회, 그리고 개별 활동가들이 참여해 45인승 버스 한 대로는 부족했다. 방송차 한 대도 함께 출발했다. 서울에서 출발해 전주, 군산, 창원, 거제, 성주, 울산, 삼척, 평창을 거쳐서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여정이었다. 주행거리가 1,345km였다.

전국 곳곳에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있었다. 어느 지역, 어디를 가도 노동자들의 신음이 들렸다. 평화롭던 성주 소성리 마을은 사드배치로 인해서 전쟁을 겪고 있었다. 임순분 소성리 부녀회장님 얘기를 듣고는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또, 수년간 자존심을 지키며 싸우고 있는 노동자들 얘기는 가슴을 짓눌렀다. 요구는 하나같이 소박하고 단순했지만, 오랜 시간 투쟁이 이어지고 있었다.

전국순회는 사서 하는 고생이었다. 회의실 바닥에서 잠을 잤다. 침낭이 전부였다. 샤워는 꿈도 꿀 수가 없었다. 전주에서는 새벽 4시에 일어났다. 기상은 보통 새벽 5시였다. 부족한 잠은 버스로 이동하는 시간에 짬짬이 잤다. 제대로 씻을 곳은 없었다. 샤워는 물론이고 한 동지는 5일간 양치만 하고 세수 한 번 안했다고 한다. 고생하며 전국을 돌았다.

[사진=차헌호]

가는 지역마다 동지들은 반갑게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모두가 같은 투쟁을 하고 있었다. 회사가 어렵다고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며 정리해고 했다. 비정규직이 노동조합에 가입했다고 해고했다. 전국순회를 통해서 왜 싸워야 하는지 분명해졌다.

전국의 투쟁은 모두 ‘정리해고 철폐! 비정규직 철폐! 노동3권 전면 보장!’에 포함되어 있는 싸움이었다. 가는 곳마다 우리 얘기를 전했다. 투표가 아닌 투쟁으로 정면돌파하자고 했다. 노동자들은 투쟁을 통해서 역사를 바꿔왔고, 투쟁을 통해서 권리를 쟁취해왔다. 저들이 만들어놓은 노동악법을 없애고, 새롭게 노동법을 바꿔 나가자고 했다. 지금부터 이 요구를 걸고 싸우자고 소리쳐 외쳤다.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은 투쟁으로 사회적 의제를 만들고 투쟁으로 노동자를 조직해 나가려고 한다. 역사는 항상 노동자들이 앞서 싸웠다. 노동자들이 모든 것을 걸고 싸워야 박근혜 퇴진을 넘어 새로운 변화의 국면이 열린다. 박근혜 퇴진 투쟁은 노동자민중의 삶을 바꾸는 투쟁으로 이어져야 한다. 2017년은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자.

[사진=차헌호]

tele
Print Friendly, PDF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