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경제 다 믿는다” 70대 할머니도 찾은 문재인 대구 유세

19대 대선 첫 날, 문재인 대구 찾아 합리적 보수-젊은 층에 어필
“선거 시작을 대구에서 한다니까 주변에서 난리가 났다”

14:12

“대구 시민 여러분, 저는 오늘 이번 대선 공식 선거운동 시작을 이곳 대구에서 합니다. 저 문재인 반드시 대구의 마음을 얻겠다. 정권교체의 문을 대구에서 열겠다. 통합의 문을 대구에서 열겠다. 그 간절한 마음으로 이곳 대구에 달려왔습니다”

19대 대선이 본격 막을 올린 17일 오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대구에서 선거 유세를 시작했다. 문 후보는 오전 8시 52분께 대구 달서구 2.28민주의거기념탑 앞에 도착했다.

문 후보는 차에서 내리자 마자 오전 8시부터 대구시립희망원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피켓팅을 하던 시민단체 관계자들에게 다가가 말 없이 악수부터 건넸다. 문 후보는 현수막을 들고 있던 이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후 민주의거기념탑으로 향했다.

기념탑에는 문 후보 지지자들과 김부겸 국회의원(대구 수성갑), 임대윤 대구 시당위원장 등 100여 명이 일찌감치 나와 문 후보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침 일찍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와 몰려든 인파, 그리고 우산으로 기념탑 일대는 혼잡했다. 문 후보는 기념탑으로 향하는 1분 남짓 동안 다가오는 지지자들에게 악수를 건네거나 인사했다.

노동일 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 공동의장은 “2·28이 국채보상운동과 같이 대구의 자랑”이라면서 “대구의 경제적 부흥도 중요하지만, 대구 정신, 대구 자존심을 2·28과 국채보상운동을 통해 한번 되짚어 주시면 바라는게 없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저는 그것을 통해 대구도 야성이 살아났으면 좋겠다”고 화답했고, 노 의장은 다시 “국회에 (국가기념일)지정 촉구 결의안이 계류돼 있다”고 덧붙였다. 문 후보는 임대윤 시당위원장이 전달한 꽃다발을 헌화하고 기념탑을 한 바퀴 돈 후 성서산업단지로 향했다.

문 후보는 오전 9시 50분께 성서산업단지 삼보모터스를 방문해 ‘일자리 100일 플랜’을 발표했다. 문 후보는 이 자리에서 “제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올해 남은 기간은 6개월 남짓”이라며 “저는 그 6개월 남짓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제가 공약한 일자리 공약 가운데 올해 추경분 곧바로 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 후보는 일자리 정책 발표를 마친 후 경북대학교로 향했다. 2·28민주의거기념탑 참배로 5, 60대 합리적인 보수층을 끌어안고, 대학가를 찾아 2, 30대 젊은 층에 어필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경북대에는 젊은층, 특히 여성들이 많이 모여서 문 후보가 등장하자 “문재인”과 “잘생겼다”를 연호했다. 400여 명의 인파가 몰렸다.

▲17일 경북대에서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는 문재인 후보.

이 자리에는 김진표(경기 수원시무), 홍영표(인천 부평구을), 김부겸, 조응천(경기 남양주갑), 김경수(경남 김해시을), 이재정(비례) 의원 등이 함께 무대에 올라 힘을 보탰다. 조응천, 이재정 의원은 대구 출신임을 알리면서 모여든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조응천 의원은 “우리 후보가 안보가 불안하다. 빨갱이당이다. 그러는데, 제가 대구지검 공안 부장검사였다. 제가 국정원장 특보도 한 사람이다. 저같은 보수가 없다”며 “제가 이 당 들어와서 1년 지나도록 봤는데, 이 당 빨갱이 없다”고 색깔론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문 후보는 오전 11시께 경북대 북문에 도착해 무대에 올랐다. 문 후보는 발언에 앞서 특전사 출신 박종길 씨가 건네는 베레모를 쓰고 경례를 하며 안보 불안 이미지를 불식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17일 대선 유세 첫날 대구 경북대를 찾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베레모를 쓰고 경례하고 있다.

문 후보는 “제가 공식선거 시작을 대구에서 한다고 하니까 주변에서 난리가 났다”며 “우리 더불어민주당 역사상 지금가지 대구서 유세를 시작한 일이 없었다. 저는 이번 대선에서 대구 대통령, 부산 대통령, 광주 대통령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대구도 얻고, 부산도 얻고, 광주도 얻고 그렇게 전국을 얻다 보면 국민통합 저절로 되지 않겠느냐”며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도 기뻐하실 거다. 저는 박정희 대통령도 웃으실 거라고 생각하는데 동의하느냐”고 통합 대통령으로 당선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문 후보의 유세를 보기 위해 10시 20분부터 딸 윤설이를 엎고 나온 전경진(29) 씨는 “애기 임신했을 때도 애기 잘 낳으라고 말씀도 해주셔서, 잘 낳았다고 보여드리고 싶어서 왔다”면서 “지난 대선때부터 지지했는데, 이번엔 정말 약자들이 행복할 수 있는 세상,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고, 여성들이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주실 것 같아서 지지하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동구에서 급하게 버스를 타고 왔다는 문두달(78) 씨는 “우리나라를 훌륭하게 지켜줄 분이라고 믿습니다. 안보고, 경제고 그 사람 믿습니다”고 문 후보에 대한 강한 지지를 보였다. 문 씨는 “박근혜는 독재자 딸이고 살인마 딸인데 내가 뭘 좋아하겠노. 잔인한 행동을 얼마나 했는데, 젊은 아들 뻘갱이로 몰아서 죽이고”라며 지난 대선 때부터 문 후보를 지지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