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서구 청소년노동인권조례 또 부결…한국당 구의원, “계급투쟁 편향적” 주장

본회의 부의 안건 상정...찬성 8명, 반대 14명으로 부결
더민주당, 한국당 의원 각각 찬반 토론 나서
일부 의원들, "이미 부결 예상...패거리 정치" 비난도

15:14

달서구의회가 상임위원회에서 부결된 청소년 노동인권 조례를 본회의에 직접 상정했지만 또다시 부결됐다. 조례 제정을 찬성한 의원들은 청소년기본법과 통계 자료를 근거로 안건 통과를 촉구했지만, 반대하는 의원들은 기업 경영에 부담, 계급 투쟁 편향적, 예산 낭비 등을 이유로 맞섰다.

12일 오전 11시 달서구의회는 제248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김귀화 의원(더불어민주당, 본리·본·송현동) 등 8명은 상임위에서 부결된 ‘대구광역시달서구 청소년 노동 인권 보호 및 증진에 관한 조례안’을 부의(본회의에 직접 안건을 회부하거나 위원회에 회부되어 심의가 끝난 안건을 본회의에서 심의할 수 있도록 하는 상태에 놓는 것, 1/3 이상 동의시 본회의 상정) 발의했다.

달서구의회는 무기명 투표로 표결에 부쳤고, 재적 인원 22명 중 찬성 8명, 반대 14명으로 조례안은 부결됐다. 달서구의회 정원은 24명이고, 더불어민주당 5명, 자유한국당 15명, 무소속 4명이다.

김귀화 의원은 조례안 제안 설명에서 “달서구 근로 청소년들이 국가가 보장한 당연한 권리 누리면서 참된 노동의 의미를 알 수 있도록 본 조례안을 원안대로 가결해줄 것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제안 설명하는 김귀화 의원

찬반 토론이 이어졌다. 배용식 의원(자유한국당, 진천동)과 박병주 의원(더불어민주당, 성당동, 두류 1.2.3동, 감삼동)이 각각 반대, 찬성 토론을 펼쳤다.

배용식 의원은 우선 조례안 적용대상을 ‘사람’으로 규정한 것이 헌법, 헌법재판소 결정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또, 우수사업장 선정에 관한 기준이나 절차 규정이 없어 기업 경영에 부당한 간섭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더구나 학생들에게 계급 투쟁적인 시각을 심어준다고 주장하며, 기존 제도로도 충분하고 예산 낭비라고도 못 박았다.

배 의원은 “조례안은 오로지 노동자의 시각에서 교육해 학생들에게 계급투쟁 편향적인 경제관념을 주입하게 되어있다”며 “기존 제도로도 청소년 근로기준권 향상에 충분하다. 마지막으로 예산 낭비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동계 편향적이라거나 계급투쟁적이라는 주장은 중소기업중앙회 대구경북본부와 일부 극우단체가 달서구의회에 보낸 반대 의견서 내용과 일치한다. 하지만 배 의원은 지난 2월 복지문화위원회 심사 당시 의원들이 주요 반대 근거로 내세운 청소년 연령 문제나 상위법보다 엄격하다는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찬성 토론에 나선 박병주 의원은 “이 조례 어디에도 배용식 의원님이 반대한 5가지 내용은 없다. 단 10개의 조문으로 확대 해석하신 것이 대단한 논리”라며 “이 조례안은 청소년기본법 제8조 2항에 규정된 시책을 마련하는데 필요한 사항을 명시하고 있다. 이 규정은 의무 규정이 아니라 강행 규정이다. 그것을 단순히 나열한 것을 이렇게 확대 해석할 수 있다는 게 저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청소년기본법 제8조 2항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근로 청소년을 특별히 보호하고 근로가 청소년의 균형 있는 성장과 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필요한 시책을 마련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어 박병주 의원은 지난 2016년 대구지역 특성화고 재학생 실태조사 통계를 설명했다. 청소년 노동인권 확대를 위한 요구사항 중 10순위가 조례 제정이며, 청소년 노동자 인격 존중 등 앞선 순위를 이 조례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리 토론을 신청한 두 의원 토론이 끝나자 추가 질의나 토론 없이 표결에 들어갔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조직적 반대로 부결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찬성표를 던졌다는 한 자유한국당 의원은 “어차피 부결될 거다. 의원 개개인이 입법 기관인데, (반대하는) 의원들끼리 모여 회의를 한다. 풀뿌리 의회가 패거리 정치가 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귀화 의원은 지난 2월 대구 기초단체 최초로 청소년 노동인권 조례를 발의했다. 달서구의회 복지문화위원회는 청소년 연령이 24세로 높다, 상위법보다 엄격하다, 사업주에게 부담이 된다는 등 주장으로 한 차례 조례를 보류했다. 지난 6월, 4개월 만에 상임위원회에 재상정된 조례는 별다른 토론 없이 표결에 부쳐 부결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