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구청, 지산 목련시장 노점 철거 행정대집행…노점상인 반발 지속

노점상인, “대체부지가 장사가 됐으면 왜 거기 안 갔겠느냐”
16일부터 수성구청 앞 항의 집회 이어갈 예정
수성구청, “인내를 갖고 지원책 마련해 대화 이어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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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구 지산동 목련시장 일대 노점상 정비 사업을 추진해온 수성구청(청장 이진훈)이 13일 행정대집행을 통한 노점 철거를 마쳤다. 행정대집행 예고 이후 노점 적치물을 자진 철거했던 노점상인들은 “수성구청이 생존권을 빼앗으려 한다”며 일방적인 행정을 중단하고 원상 복귀까지 수성구청 앞에서 매일 집회를 열 계획이다.

▲2017년 10월 13일 수성구청은 90명을 투입해 지산동 목련시장 일대 노점 강제 철거 행정대집행에 나섰다.

이날 행정대집행을 예고한 수성구청은 오전 9시부터 90명(공무원 80명, 용역직원 10명)을 동원해 철거를 준비했다. 철거에 반대했던 노점상인들이 대부분의 적치물을 치워둔 상황이라 철거할 물품은 많지 않은 상황이었다. 오전 10시부터 목련시장 주변에 있던 적치물에 대한 철거가 시작됐다. 민주노점상전국연합 목련시장지역 회원 20여 명은 철거가 이루어진 후 인도에서 “노점상도 사람이다,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현수막을 들고 30여 분간 집회를 벌였다.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오전 11시께 철거를 마친 수성구청은 목련시장 일대 인도와 도로에 남은 청소를 한 후 행정대집행을 마무리했다. 철거한 적치물은 1톤 트럭 3대, 2.5톤 트럭 1대분 정도였다.

95년부터 20년이 넘게 목련시장에 나와 채소 장사를 했다는 김혜숙(61) 씨는 환갑을 넘긴 나이지만 이곳 노점상인 가운데 어린 축에 속한다. 김 씨는 “추석 이후부터는 행정대집행을 예고해 장사를 못했다. 우리 스스로 90cm를 넘지 않겠다고 선을 그어놓고 통행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장사를 해왔는데 왜 이렇게 일방적으로 철거하는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나도 수성구 주민이고, 고향이기도 하다. 우리가 있어서 재래시장도 활성화됐다고 생각한다. 누구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고, 노점으로 평생을 살아왔다”며 “수성구청은 일방적 행정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종필(54) 민주노점상전국연합 목련지역 사무국장은 “노점하는 게 죄인입니까. 노점이라고 인간으로 안 봐주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 자리로 돌아올 때까지 계속 투쟁하겠습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목련시장 노점상인들이 철거 이후 인도 위에서 항의 집회를 하고 있다.

2016년 수성구청이 ‘거리가게 허가 및 관리조례’ 제정부터 갈등 시작
교통소통권·보행권 확보와 노점 양성화를 이유로 정비 추진
노점상인 스스로 인도 내 90cm 제한선 두고 가게 운영도 시도
추진 과정에서 노점상인 당사자 목소리 반영 미흡 지적도 나와

목련시장은 1990년 지산동에 목련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시장이 형성됐다. 주변 상가와 더불어 노점이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았고, 지난 2007년 재래시장 시설현대화 사업이 진행되면서 지금의 모양새를 갖추게 됐다. 왕복 2차선 도로의 주정차 차량, 인도를 일부 차지한 노점상인으로 일부 민원이 들어가기도 했지만, 큰 문제없이 시장이 운영됐다.

구청과 노점상들 사이에 갈등이 벌어진 것은 2016년 4월 이진훈 수성구청장이 교통소통권·보행권을 확보하고 생계형 노점을 정비하겠다며 ‘거리가게 허가 및 관리조례’를 제정하면서부터다.

당시 수성구청은 1년 전부터 이곳에서 노점을 운영하던 수성구 주민 중 중위소득의 80%이하(종전 최저생계비의 200%)이면서 부부합산 2억 원 미만의 재산을 가진 영세노점상을 대상으로 공모를 통해 ‘인자수성 거리가게 상생위원회’에서 선정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점상들은 당사자의 의견 청취가 부족한 일방적인 사업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관련 기사=수성구, 일방적 노점상 ‘양성화’ 논란⋯부천시는 협의만 200차례)

그해 9월에는 상생위원회와 노점상인, 인근 주민 등이 참여한 간담회도 열렸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관련 기사=수성구 노점상 갈등 간담회⋯“의견 나눌 기회 더 필요”)

갈등이 벌어진 이후 10개월 만인 올해 5월 이진훈 구청장이 직접 노점상인들을 만났다. 그러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관련 기사=이진훈 수성구청장, 노점상인 면담서 “여러분들만 가난하냐” 비난)

노점 철거가 이뤄지던 날 목련시장 건너편 에덴공원 앞에는 ‘지산2동 목련시장 주변 불법노점 철거 대책위원회’ 이름으로 ‘어린이, 어르신 생명을 위협하는 불법 노점을 철거하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앞서 이진훈 수성구청장도 언급했듯, 목련시장 노점 철거에 대한 가장 큰 이유는 보행자에 대한 불편이 컸다. 노점상인들도 이를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이 때문에 노점상인들은 스스로 인도에서 90cm를 차지하는 곳에 노란 페인트로 선을 긋고 장사를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수성구청은 현재 위치에서 노점 정비는 불가피한 일이라며 규격화된 거리가게 조성 안을 고수했다. 이 과정에서 노점상인 34명 중 7명이 대체 부지로 이전을 신청했다.(관련 기사=수성구 목련시장 노점, ‘거리가게 신청서’ 반납, “거리가게 전면 거부”) 남은 노점상 27명은 대체 부지로 마련된 곳으로 이전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체부지가 목련시장에서 약 40m 떨어져 있어 생계를 위협한다는 이유다.

이날 확인한 거리가게 대체부지 역시 인도 위에 조성돼 좁고, 가게 앞으로 주정차 차량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수성구청이 대체 노점부지로 조성한 거리가게. 신청한 일부 상인들의 물품이 들어왔지만, 아직 장사는 시작하지 않고 있다. 거리가게 옆으로 주정차 차량이 늘어서 있다.

노점상인, “대체부지가 장사가 됐으면 왜 거기 안 갔겠느냐”
16일부터 수성구청 앞 항의 집회 이어갈 예정
수성구청, “인내를 갖고 지원책 마련해 대화 이어가겠다”

노점상인들은 철거 직후인 이날 오전 11시 30분부터 수성구청 앞에서 집회를 시작했다. 또, 16일부터는 매일 항의 집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장종필 사무국장은 “우리는 원래 자리 그대로 합의될 때까지 집회를 할 계획이다. 자진해서 90cm 안으로 운영을 해왔다. 대체부지로는 영업이 불가능한 곳”이라고 말했다.

대체 부지가 확정된 이후 노점상인들은 꾸준히 “외부 상인들이 왜 거기서 장사를 안 해봤겠느냐. 다 해봤지만 답이 안 나오는 곳이기 때문에 모두 지금 있는 곳으로 이동해서 터전을 잡아간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이와 관련해 배재현 수성구 도시디자인과 가로정비팀장은 “이전에도 만나서 논의를 많이 해왔지만, 일부만 수용이 됐다”라며 “서로 조금씩 양보해서 지원책을 반영해서 인내를 갖고 계속 대화를 이어나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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