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16일에도 여진 계속…“시골 마을 곳곳 피해 집계 안 돼”

피해 사례 접수 안 한 주민들도 있어 피해 더 늘어날듯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여야 지도부 현장 찾아

11:43

15일 진도 5.4 강진이 발생한 경북 포항에서 16일 오전에도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15일 오후 2시 22분 32초 2.2 지진 발생 이후 총 46차례, 16일 오전 11시 30분 기준) 불안에 떠는 시민 1,500여 명이 대피소에 대피한 가운데 여·야 정치인들이 현장을 방문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집에 들어오니까 찬장이 무너지고 화장대, 싱크대가 무너져 있었어요. 집기들은 정리하고 있는데 4시 반쯤 되니까 다시 여진(4.6)이 와서 급하게 밖으로 나왔어요. 차에 들어가서 앉아 있다가 급하게 대피하라는 이야기를 듣고 이곳으로 왔어요.”

15일 저녁 포항시 환여동 대도중학교 강당에서 만난 김황규(71) 씨는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같은 동네에 있는 주민들과 함께 긴급 대피한 최말남(70) 씨도 마찬가지였다.

최 씨는 “앉아있는데 갑자기 벽이 흔들거려서 빌라에서 뛰쳐나왔어요. 장농도 열리고 싱크대도 열리고, 빌라 외벽이 갈라졌어요. 집안도 금이 갔는지는 무서워서 확인도 못하고 나왔어요. 4시 반쯤 동네 사람들이 대피소로 가자고 해서 이쪽으로 왔어요. 어디로 대피하라는 안내를 따로 받지는 못했어요”라며 “피해 신고는 생각도 못해봤어요. 그럴 새가 어디있어요”라고 말했다.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흥해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지진 대피소 현장

포항시재난안전대책본부가 16일 오전 8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금까지 접수된 인명피해는 55명(경상53명, 중상2명), 시설피해는 총 1,347건(69억1천1백만 원 추산), 13개 대피소에 1,563명이 대피 중이라고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15일과 16일 대피소에 만난 시민들은 지진이 일어나고 대피하기 바빠서 피해 상황도 못했다고 말했다. 진원지인 흥해읍 용천리 주민 김 모(63) 씨는 “지금 대피소에 정치인들이 몰려오니 언론도 다 이곳에만 와 있다. 읍소재지보다 어르신들이 많이 사는 시골 마을 곳곳은 집이 오래되어서 건물이 다 무너지고 친척집으로 다 대피한 상황이지만, 피해 집계가 전혀 안 되고 있다”고 사고 현장 수습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날 각 정당 지도부들도 포항시 북구 흥해읍사무소를 방문해 시민들로부터 피해 상황을 전해 듣고,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우원식 원내대표, 표창원, 진선미 의원 등이 오전 9시 40분께 흥해읍사무소에 마련된 대책상황실을 방문해 이강덕 포항시장과 김관용 경상북도 도지사로부터 상황을 전달받았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지금도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특별재난지역 선포는 더불어민주당이 정부와 협의하도록 하겠다. 특별지원금, 교부세 등은 실질적 피해를 입은 시민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에서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흥해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지진 대피소 현장에 방문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이어 우원식 원내대표는 “경주에 이어 포항에 또 지진이 일어났다는 것은 더 이상 우리나라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증거다. 정부와 여당은 내진설계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원전밀집지역인 곳이라 다음에도 또 지진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원전 관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또, 활성단층 조사도 예산을 보강해서 빠른 조사를 할 수 있도록 정부와 여당이 앞장서서 관심을 가지겠다”고 말했다.

이후 우원식 원내대표 일행은 흥해실내체육관에 대피한 시민들을 위로하고, 대책 마련을 위한 여론을 청취했다. 오전 9시 50분께부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도 대피소에서 시민들을 만났다. 10시 20분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도 같은 장소를 방문했고,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12시 20분께 이곳을 찾을 예정이다.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흥해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지진 대피소 현장에 온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흥해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지진 대피소 현장에 온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