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는 왜 생물학 시간에 안 배워?”

<피의 연대기> 단체관람...대안 생리용품 궁금증 폭발
"섹슈얼화 된 여성의 생리...공론화 필요"

14:24

“생리가 끝날 때 까지 생리컵을 하나요?”
“방수가 되는 면생리대는 삶아도 효과가 없는 것 아닌가요?”
“영화에서는 베이킹소다를 풀어서 삶던데,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요?”

영화 <피의 연대기>를 보고난 관객들이 질문을 쏟아냈다. “더 잘 피 흘리기 위해”라는 영화의 한 대사와 달리, 관객들은 모르는 게 너무 많았다. 생리, 너 뭐냐?

지난 22일 오후 대구시 중구 독립영화전극장 오오극장에서 영화 <피의 연대기> 단체관람과 생리토크가 열렸다. <피의 연대기>는 김보람 감독의 첫 작품으로, 여성의 생리에 대한 다큐멘터리다. 생리 용품의 변화, 생리를 대하는 사회(또는 남성)의 인식 변화를 연대기 순으로 보여준다. 직계 가족 여성 3대에 걸친 생리 이야기와 현재 한국과 네덜란드, 영국 여성의 생리 이야기까지 시간과 공간을 교차하는 여성의 연대도 보인다.

영화는 “더 잘 피 흘리기 위하여”라는 대사로 마무리된다. 84분 가량 영화가 끝난 뒤, 관객들은 일회용 생리대가 아닌 더 건강하고 안전한 생리용품에 대한 궁금증으로 가득 찼다. 지난 해 생리대 유해 성분 논란 이후, 유기농 일회용 생리대, 면 생리대, 생리컵 등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지만, 정확히 무엇이 어떻다고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다. 난무하는 ‘카더라’ 통신에 의존했다.

“생리가 끝날 때 까지 생리컵을 하나요?”
“밖에서는 생리컵을 어떻게 사용하나요?”
“수돗물에 그냥 씼나요?”
“밤에는 어떻게 하죠?”
“베이킹 소다로 소독을 해야 하나요?”
“몇 시간마다 갈아야 하죠?”
“질벽에 자극이 되지는 않나요?”

▲(오른쪽 부터) 민뎅(나쁜페미니스트), 헤송(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하명희(대구여성광장) , 이정미(대구여성장애인연대), 손수정(성평등문화교육센터 ‘울림’)

대안 생리용품으로 각광받는 생리컵은 반가운 존재이면서도 몸 안으로 직접 넣어야 하는 만큼 여성들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관객들의 우려와 달리 생리컵을 사용 중인 하명희(대구여성광장) 씨는 명쾌한 대답을 내놨다.

-“네, 생리 끝날 때까지 착용해요”
-“수돗물에 그냥 헹구면 됩니다”
-“자기 전에 (생리컵) 한 번 비우고 다시 채우고 자요”
-“저는 베이킹소다까지는 안 하고 그냥 흐르는 물에 씼어서 쓰고, (생리) 끝나면 열탕 소독해요”
-“저는 하루에 두 번 정도 비우고, 다른 언니들은 세네번 씩 비우기도 하더라구요”
-“(질벽에 자극은) 저는 괜찮았어요”

관객들과 패널들은 저마다 생리 경험을 공유하는데 1시간을 보냈다. 생리 기간이라도 전혀 우울한 적이 없었다는 이, 생리통으로 이틀은 잠수를 타야 한다는 이, 생리통은 전혀 없는 정서적으로 힘들다는 이까지 다양했다.

한 관객은 “저는 생리통은 없어도 정서적으로 굉장히 우울했다. 사람들은 정말 다양한 것 같다. 오늘 이런 자리에 와서 알게됐다. 나이 50이 넘어서까지 다른 여성들이 모르고 살았구나 생각했다”고 소감을 말했다.

또 다른 관객은 “해외 친구랑 이야기하던 중, 생리에 대해서 왜 생물학 시간에 배우지 않고 성교육 시간에 배우느냐고 깜짝 놀래더라”며 “여성의 몸에서 따로 떼어서 여성의 생리는 섹슈얼화 되어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패널로 나선 손수정(성평등문화교육센터 ‘울림’) 씨는 “저도 생리에 대해서는 제 경험으로만, 스스로 터득한 것 같다. 아직 생리가 불편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공론화가 필요하다. 이 영화가 공론화 작업의 촉매제가 되는 거 같다”고 말했다.

▲대안 생리용품 전시 중인 대구여성광장 회원들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대구여성영화제, 나쁜페미니스트가 공동 주관한 이번 행사에는 50여 명의 관객이 함께 했다. 영화 관람 전, 대구여성광장은 면 생리대, 생리컵 등 다양한 생리용품을 전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