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박근혜 비판 전단 제작·배포는 무죄”…1심 뒤집혀

1심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받았던 박성수 씨 벌금 200만 원
벌금 500만, 100만 원 받았던 변홍철·신모 씨는 무죄
박근혜 비판 전단 관련해서는 모두 무죄
SNS에 풍자 사진 게시·검찰청 앞 집시법 위반은 원심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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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5 11:51 | 최종 업데이트 2018-01-25 13:55

박근혜 비판 전단 제작·배포를 명예훼손으로 유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이 뒤집혔다.

25일 대구지방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임범석)는 박근혜 비판 전단을 제작하는 등 명예훼손 및 집회시위에관한법률위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던 박성수(45, 환경운동가) 씨와 새누리당 대구시당·경북도당 앞에서 박 씨가 제작한 전단을 배포해 명예훼손으로 벌금 500만 원, 벌금 100만 원을 각각 선고받은 변홍철(49, 시인) 씨와 신모(37, 무직) 씨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박 씨에게는 벌금 200만 원, 변 씨와 신 씨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2017년 10월 19일 항소심 재판을 앞둔 박성수(가운데), 변홍철(오른쪽), 신모(왼쪽) 씨.

재판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 비판 전단을 온·오프라인을 통해 배포한 행위에 대해서는 모두 무죄라고 설명했다. 다만, 박 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권을 풍자하기 위해 올린 개와 닭이 교미하는 사진과 말풍선 등에 대해서는 명예훼손이라고 보고 항소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2015년 4월 28일 대검찰청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열고 “멍멍”이라고 구호를 외친 행위에 대해서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그대로 인용했다.

영장 제시 없이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압수수색한 이메일 목록, 전단지 수취인 명단, 계좌거래명 등은 증거능력이 없다는 주장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전단지가 표현하려는 주요 내용은 박근혜 정부와 관련된 관권선거, 언론에 보도된 정윤회와 관련된 비선실세 등 여러가지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러한 의혹을 밝혀야 한다거나 이러한 의혹을 덮으려고 공안정국을 조성한다는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들의 박근혜 정권에 대한 의견표명이므로 이를 지적하는 항소는 이유 있다”며 전단 제작 및 배포에 관한 부분은 무죄라고 설명했다.

▲박근혜 명예훼손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박성수 씨가 제작한 전단 내용

재판부는 “위법수집증거에 관해서 영장 제시가 이뤄지지 않았고, 이메일 목록, 수취인 명단, 계좌거래명 증거능력이 없어 항소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정보통신망에 의한 명예훼손을 보면 개와 닭이 교미하는 사진과 말풍선 내용 등에 비추어볼때, 박근혜 대통령이 정윤회와 불륜관계에 있다는 것으로 박근혜 대통령 개인의 사회적 가치 내지는 평가가 침해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로 허위이고, 비방의 목적이 있다고 인정된다”며 항소를 받아들이지 않고 유죄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명예훼손 관련 전단지를 정보통신망에 올린 것은 단순한 의견 표명이므로 유죄로 판결한 것은 잘못된 것”이라면서 박근혜 대통령 비판 전단을 페이스북에 게시한 행위는 무죄라고 설명했다.

1심 선고 전까지 7개월 동안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던 박성수 씨는 “전단 제작과 배포와 관련해서 무죄가 선고된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지금 서울, 광주, 일산, 영양 4곳에서 전단을 배포한 사람들이 모두 1심에서 유죄를 받았다. 빨리 이분들도 무죄를 받아야 한다. 이런 일로 수사 대상이 되고, 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게 우스운 일”이라고 말했다.

일부 유죄를 받은 부분과 관련해서 박 씨는 “유죄로 인정된 개와 닭이 교미하는 사진은 비선 실세와 정권 실세가 결합해 다음 세대에 어떤 괴물이 만들어질 것인지 우려된다는 취지로 풍자한 것이었는데 명예훼손으로 봤다. 또, 검찰청 앞에서 ‘멍멍’을 외친 걸 집회로 본 판결도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박성수 씨는 2014년 12월부터 박근혜 대통령 비판 전단을 제작, 배포하기 시작했다. 전단에는 2002년 당시 박근혜 한국미래연합 대표가 김정일 북한 전 국방위원장을 만난 사진, 그리고 “자기들이 하면 평화활동 남이 하면 종북, 반국가행위”, “박근혜도 국가보안법으로 철저히 수사하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뒷면에는 “정모씨 염문 덮으려 공안정국 조성하는가”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박성수 씨는 박근혜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기 전까지 대구구치소에 약 7개월 간 수감생활을 했다.

2015년 2월 16일 변홍철, 신모 씨가 새누리당 대구시당·경북도당 앞에서 이 전단을 뿌리는 퍼포먼스를 진행했고, 대구 수성경찰서가 조사에 나섰다. 4월 21일 박 씨가 대구수성경찰서에 개사료를 투척하며 이를 비판했고, 일주일 후인 28일 대검찰청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펼치던 박 씨가 검찰에 체포됐다. 수성경찰서에 인도된 박 씨는 4월 30일 명예훼손을 이유로 구속돼 1심이 선고된 12월 22일까지 대구구치소에 수감됐다.

한편,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법률가들도 적극 나서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지키기 위한 변론에 나섰다. 2015년 당시 대구지방변호사회가 국가권력에 대한 비판의 자유라는 기본권이 침해될 수가 있다며 소송 지원을 결정하면서 김인숙, 김미조 변호사가 박 씨 변론을 맡았고, 이승익, 류제모 변호사가 박 씨와 다른 2명에 대한 변론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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