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조끼·머리띠 추방?…대구시 노사평화전당 건립 논란 지속

노사평화의 전당 사업추진 계획서 공개돼
민주노총 대구, "노조파괴 문건 보는 줄...전면 재검토"
정의당 대구시당, "대구시가 노동 3권 부정" 비판
대구시, "추진방향 아닌 지난 경과 적은 것일 뿐" 해명

18:35

 ‘붉은 조끼·머리띠 추방’ 대구시가 작성한 노사평화의 전당 건립 사업계획에서 담긴 문구다. 민주노총 대구본부는 노동자의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등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문구가 노사평화의 전당의 실상을 보여준다며 전면 재검토와 건립 취소를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대구본부는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대구시 일자리노동정책과가 작성한 ‘노사평화의 전당 건립 사업추진 세부계획’을 공개했다.

대구시는 지난해 10월 고용노동부가 공모한 ‘노사 평화의 전당 건립 사업’에 선정됐다. 고용노동부는 “국내외 노사 모범사례를 전문적으로 교육, 연구, 홍보 및 학습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여 상생의 노사문화 정착과 기업과 국가 경쟁력 제고에 기여”하겠다는 사업 목적을 밝혔다.

대구시가 작성한 사업 추진 방향에 따르면, ▲노동·산업문화역사관 ▲노동기본권 학습 등 노사관계 교육·모의 체험관 ▲일자리 창출과 연계한 노사공동 직업훈련관 등 ‘상생 협력적 노사관계’를 위한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상징 조형물 건립안에 ‘대구형 노사상생협력 모델’을 설명하면서 노동자의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등 ‘노동 3권’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

▲대구시 ‘노사평화의 전당 건립 사업추진 세부계획’ 일부

대구시는 지난 2014년 ‘노사정평화대타협’ 선언과 ‘붉은 조끼·머리띠 추방’을 통해 “전국 최고 수준 노사정 상생 및 안정기반 구축”했다고 밝혔다. 또, 분규(강성노조)와 고임금 걱정 없는 경제·노동 생태계를 조성해 투자와 기업유치 성과를 극대화하고, 노사평화의 전당 건립으로 ‘대구형 노사상생 모델’을 전국으로 확산시키겠다고 밝혔다.

고용노동통계에 따르면 2017년 4월 기준 대구 지역 상용근로자 월 평균 근로시간은 178.3시간이며, 월평균 급여는 전국 16개 시·도 중 제주 다음으로 낮다.

박희은 민주노총 대구본부 사무처장은 “마치 이명박 정권 시절 ‘창조컨설팅’의 노조파괴 문건을 보는 것 같았다”며 “민주노총은 노사평화의 전당 건립 전면 재검토와 취소를 요구할 계획이다. 대구시뿐 아니라 고용노동부, 행정안전부, 더불어민주당에도 취소를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대구본부는 오는 29일 오전 11시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사평화의 전당 전면 재검토를 요구할 계획이다.

▲민주노총 대구본부는 지난 2일 대구시청 앞에서 ‘2018 투쟁선포식’을 열고 노사평화의 전당 건립을 반대했다.

정의당 대구시당도 이날 논평을 내고 “시끄럽지만 않으면, 노사평화가 이루어지는 것인가”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김성년 정의당 대구시당 부대변인은 “붉은 조끼·머리띠 ‘추방’이라니, 대구시는 헌법이 정한 노동3권도 부정한다는 말인가”라며 “노동자만 쥐어짜면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생각을 여전히 하는 것이 대구시민으로서 경악스럽기까지 하다. 대구시는 더 이상 시민들을 부끄럽게 만들지 말라”고 비판했다.

반면, 대구시 일자리노동정책과 관계자는 “2014년 당시부터 경과를 적은 것일 뿐 노동조합 활동을 부정하려는 의미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상징 조형물을 조성하기 위해 그동안 경과를 적은 것이지, 앞으로 추진 방향을 적은 게 아니다. 실제로 조형물을 건립할 때는 관계부처와 서로 협의할 계획”이라며 “노사 상생을 위한 공간을 만들려는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운영과 컨텐츠 등도 고용노동부, 노동단체, 사업주 등과 협의하는 거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사평화의 전당은 2020년 완공을 목표로 국비와 시비 각각 100억 원씩 총 200억 원을 투자한다. 대구시 달성군 구지면 국가산업단지 내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 건물을 지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