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영 유죄, ‘우리가 남이가’에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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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15 15:49 | 최종 업데이트 2018-05-15 15:50

“그래, 니가 날 속구겠나(속이겠나)” 2012년 3월 어느 날, 경북 칠곡 왜관읍 이완영 당시 새누리당 국회의원 후보는 선거사무소 내실을 나오면서 김명석 성주군의원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고 한다. 짧은 시간 내실에선 은밀한 이야기가 오간 후였다. “커피 먹으면서 잠깐”이라고 김명석 군의원은 당시를 기억했다. 14일 1심 법원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완영 의원에게 유죄를 판결했다. 이 의원의 ‘죄’는 커피 먹으며 우연하게 나눈 은밀한 이야기에서 비롯됐다. 어떻게 ‘우연’히, ‘은밀’한 죄가 만들어질 수 있었을까?

지난해 4월 시작한 재판은 14일 판결까지 총 15번 열렸다. 15번 중 13번을 방청하면서 찾은 ‘우연’과 ‘은밀’을 이어주는 키워드는 ‘우리가 남이가’ 였다. 시작이 그렇다. 두 사람을 포함해 중년 남자 여섯 명은 우연하게 같은 시각 선거사무소에 모여들었다. 여섯 중에 셋은 서로를 잘 몰랐다. 김 군의원과 이 의원이 나머지 넷 사이에 가교가 됐다. 두 사람이 없다 해도 큰 무리는 없었다. 학연과 지연으로 ‘한 다리만 거치면 알 수 있는’ 사이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들에겐 ‘새누리당 공천자 이완영 당선’이라는 공동의 목적이 있었다. 이완영의 당선을 위해선 남이 아니었다. 그 자리에서 대구 모 대학 교수라는 A가 걱정하며 말했다. “완영이, 니 선거를 우예 할라고 하노?”

A는 이 의원과 불알친구라고 했다. 고향 성주에서 초·중·고등학교를 함께 나왔고, 대학도 동문이다. 불알친구의 물음에 이 의원은 “박근혜 대표가 깨끗한 정치 하라고 했다. 깨끗하게 할란다”라고 답했다. A는 “촌에 정치는 안 그렇다. 성주만 해도 서울특별시만 한데, 촌사람들 차비도 안 주면 누가 움직이겠나”라고 지청구를 줬다. 이어 “김 사장, 니가 좀 내고, 완영이 니가 끝나고 줘라”고 대뜸 김 군의원에게 불법정치자금 집행을 요구했다. 그걸로 그만이었다. 이 의원은 내실을 나서며 김 군의원의 어깨를 치며 만족해했다. 그렇게 ‘우리는 하나’가 됐다.

핵심은 여섯 명이 우연히 모여 은밀히 모의한 이른바 ‘6인 회의’ 실체 규명이었다. 이미 김 군의원이 불법자금 유포 사실은 모두 인정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섯 명 중 김 군의원을 포함해 세 명은 회의를 인정하고, 이 의원을 포함한 세 명은 회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회의 실체가 규명되지 않으면 김 군의원의 단독 범행이 되고, 규명되면 이 의원도 죄가 인정된다. 이 의원은 필사적으로 ‘6인 회의’를 부정했다. 어떻게 은밀한 이야길 그렇게 우연하게 나누느냐가 이 의원의 주장이었다.

결론적으로 재판부는 이 의원의 주장을 기각했다. 김 군의원을 포함한 세 명의 주장이 더 신빙성 높다고 봤다.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피고인(이완영)의 주장과 같이 만일 3명이 허위로 회의를 했다고 조작하고자 한다면 피고인과 자신들만이 함께 비밀리에 회의를 했다고 주장하면서 서로 말을 맞추는 것이 손쉽고 안전한 방법”이라면서 “굳이 허위임이 탄로 날 위험성을 감수하면서까지 자신들보다 피고인과 가까운 2명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이들을 참석자로 끌어들인다는 것은 도저히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허위로 꾸미는 게 ‘도저히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지만, 바꿔말하면 ‘도저히 상식적으로’ 납득 할 수 없는 일이 그 날 그곳에서 벌어진 셈이다.

납득 할 수 없는 일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어깨 툭툭 한 번으로 김 군의원은 선뜻 2억 원이 넘는 거금을 사용했다. 거금은 손쉽게 지역 곳곳에 뿌려졌다. 15번 열린 재판 중 절반 이상은 돈을 받은 당사자 신문이었다. 법정에 불려 나와 불법인지 알면서도 으레 주는 돈으로 생각하고 받았다고 시인하는 그들은 햇볕에 얼굴이 까맣게 그을려 있었다. 그들은 한평생 땅 파먹으며 살아온 농꾼이면서 동시에 지역 정치 권력을 독점해온 정당의 읍·면 조직책(운영위원)이었다. 당 조직의 중간 관리자는 지역의 ‘어른’이었다. ‘어른’은 용돈을 주듯 조직책들에게 돈을 건넸다. 그들이 요구하지도 않은 돈이 50만 원씩, 100만 원씩 건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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