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글라스 해고 노동자들은 왜 검찰에 항의하나요?

아사히글라스에서 왜 해고됐을까?
왜 노동자들이 검찰에게 항의할까?
불법파견이 뭔데? 파견법 위반으로 판결나면 직장에 돌아갑니까?

19:01

27일 오후 1시께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 해고노동자 11명은 대구지방검찰청을 방문했습니다. 검찰이 수사 중인 아사히글라스의 ‘불법파견’ 기소 여부를 알려달라며 대구지검장 면담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이들은 그대로 1층 로비에 앉았습니다. 오후 4시께부터 경찰이 주변을 둘러싸기 시작했고, 오후 7시 50분께 ‘퇴거불응’ 혐의로 현장에서 연행됐습니다. 이들은 왜 대구지방검찰청에 들어갔을까요?

▲27일 오후 1시께, 금속노조 아사히비정규직지회 조합원 11명은 대구지방검찰청 1층 로비에 모여 박 지검장 면담을 요청하며 연좌하고 있다. [사진=금속노조 아사히비정규직회 제공]

아사히글라스에서 왜 해고됐을까?

2015년 5월 29일이었습니다. 경북 구미 국가4산업단지에 입주한 일본계 외국투자기업 아사히초자화인테크코리아(아사히글라스)의 하청업체 GTS(지티에스) 소속 노동자 138명은 아사히사내하청노동조합을 만들었습니다. 왜냐고요? 5년을 일해도 최저임금 인상분만큼만 오르는 임금, 조금 실수하면 ‘빨간 조끼’를 입히고, 3조 3교대 근무로 휴일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아사히글라스는 LCD 유리 패널 등을 만들어 LG, 삼성 등에 납품하는 기업입니다. 아사히글라스 공장에는 직접 고용한 노동자 말고, 다른 업체 소속 노동자도 같이 일했습니다. 지티에스 소속 노동자들은 아사히글라스 공장에서, 아사히글라스 관리자로부터 업무 지시를 받으면서 일했습니다. 지티에스 사장 얼굴을 보는 것보다 아사히글라스 관리자를 더 자주 봤지요.

아무튼, 소속이 지티에스라고 하니 아사히사내하청노조는 지티에스에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하며 교섭을 시작했습니다. 원청회사인 아사히글라스가 직접 열악한 노동조건 해결에 나설 것도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6월 30일 아사히글라스가 갑자기 지티에스에 도급계약 해지를 통보합니다. 아사히글라스 측은 PDP 생산이 중단되면서 PDP 공장에서 일하던 정규직 노동자 고용안정을 위해 도급계약을 해지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PDP 패널 수요가 줄면서 생산이 줄어든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아사히글라스는 그동안 지티에스와 1년 단위로 도급계약을 매년 갱신해왔습니다. 6개월 전에는 괜찮았고, 갑자기 상황이 달라졌다?

노동자들은 노동조합 결성을 이유로 도급계약 해지를 통보한 것이라며 반발했습니다. 곧이어 지티에스는 소속 노동자 178명에게 해고 예고를 통보합니다. 노조는 7월 21일 구미고용노동지청에 회사를 부당노동행위·불법파견 혐의로 고소합니다. 8월 31일 자로 일자리에서 쫓겨난 노동자들은 9월 14일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도 냈습니다.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구제신청을 각하했지만, 2016년 3월 중앙노동위원회는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회사는 행정소송을 냈고, 1심에서 중앙노동위 판정이 잘못됐다는 판결이 나옵니다. 그렇지만 노동자들은 노동청에 고소했기 때문에 믿고, 해고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을 계속 벌였습니다.

왜 노동자들이 검찰에게 항의할까?

대부분 보도에서 노동자들이 검찰에 항의하는 이유는 잘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대구지검장이 민원인들 다 만나줄 수는 없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노동자들이 지검장 면담을 요구하는 이유는 아주 간단합니다.

노동자들이 아사히글라스를 불법파견·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소한 시점은 2015년 7월 21일입니다. 사건을 접수한 노동청에서부터 시간은 계속 흘러갑니다. 노동자들의 해고 상황은 당연히 지속됐지요.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나왔습니다.

2016년 10월 6일 국정감사장에서 당시 최기동 대구지방고용노동청장은 “올해 1월, 6월 두 차례 검찰에 수사 지휘를 건의했지만, 보강 수사 지시를 받아 현재 보강 수사 중이다. 가급적 빨리 마무리해서 다지 지휘를 건의하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해 12월 16일 대구지방고용노동청 구미지청은 “2016년 10월 31일 대구지방검찰청 김천지청에 수사지휘를 건의한바, 김천지검은 부당노동행위 부분에 대하여 아사히초자화인테크코리아(주)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하여 서울행정법원에서 진행 중인 행정소송의 결과를 확인하여 원청의 사용자성 여부를 재검토한 후 재지휘받을 것을 지휘하였음”이라고 밝힙니다.

노동청의 수사지휘 건의에 대해 여러 번 돌려보낸 것이지요. 노동자들은 애가 탔지만, 검찰이 꼼꼼한 수사를 위해서라고 생각했지요. 그리고 또 한 해가 지나갔습니다.

구미고용노동지청이 2017년 8월 31일 아사히글라스 고소 사건에 대해 부당노동행위 무혐의, 불법파견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넘겼습니다. 2년 만이었습니다. 그리고 9월 22일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178명을 11월 3일까지 직접 고용하라”는 시정 지시도 내렸습니다. 이제 직장으로 돌아가는가 싶었지만, 회사는 행정 지시를 이행하지 않고 행정소송에 들어갔습니다.

▲아사히글라스 공장 입구에 노조가 내 건 현수막.

이제 공은 검찰에 넘어갔습니다. 2년 동안 검찰의 꼼꼼한 지휘 아래 노동부는 아사히글라스가 파견법을 위반했다고 봤습니다. 그런데 그해 12월 21일 대구지방검찰청 김천지청은 불법파견 혐의에 대해서도 증거불충분으로 혐의가 없다며 불기소 결정을 내렸습니다.

아니, 그렇게 오래 수사를 했는데 왜 혐의가 없다고 결론 냈을까요? 노동자들은 이에 반발해 즉각 항고했고, 2018년 5월 14일 대구고등검찰청이 재기수사명령을 내립니다. 재판단 필요성을 받아들인 겁니다. 다시 김천지청 손에 넘어갔습니다. 재기수사명령이 내려진 사건을 김천지청에서 불기소처분하려면 대구고등검찰청장 승인이 필요합니다.

노동자들은 김천지청 담당 검사의 수사 협조 요구에 충실히 응했고, ‘수사가 막바지다’, ‘수사는 다 마무리했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습니다. ‘곧 결정이 나온다’, ‘올해 안에는 나오지 않겠느냐’는 말도 들었습니다. 그렇게 묵묵히 기다렸지만, 벌써 2018년도 끝나갑니다.

고소한지 3년 5개월이 지난 2018년 12월 27일, 대구지검 관계자는 “김천지청 사건이라 대구지검에서 면담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라고 설명했는데요. 김천지청은 대구지검이 관할하는 지청입니다. 김천지청의 수사 진행 상황이 어디까지 왔는지 대구지검이 확인할 수 없는 것도 아니지요. 수사권과 기소권을 쥐고 있는 검찰이 3년 5개월 동안 사건에 대한 판단을 끌고 있는 동안 노동자들의 해고 기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9월 26일 아사히글라스의 부당노동행위와 불법파견 고소 사건에 대해 검찰 기소를 촉구하고 있는 차헌호 지회장.

불법파견이 뭔데? 파견법 위반으로 판결나면 직장에 돌아갑니까?

‘파견법’ 이야기가 계속 나왔습니다. 노동자들이 고소한 사건이 ‘불법파견’으로 최종 판결이 나오면 바로 복직합니다. 왜냐고요? 그동안 아사히글라스는 “우리는 도급계약을 해지한 것일 뿐, 우리가 책임져야 할 근로자가 아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불법파견으로 판결이 나면, 이 비정규직 해고노동자들의 소속은 지티에스가 아닌 아사히글라스가 됩니다.

파견법이라고 부르는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파견근로를 제한하고, 이를 어길 시 처벌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제조업에서 파견은 금지하고 있습니다. 같은 현대차를 만드는 공장에서 왼쪽 바퀴를 끼우는 노동자는 현대차 소속, 오른쪽 바퀴를 끼우는 노동자는 하청업체 소속으로 있는 게 잘못됐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앞선 판결은 검찰이 고소한 것이 아니라, 사내하청노동자가 ‘근로자 지위 확인’ 민사 소송을 낸 결과였습니다. 검찰은 그동안 파견법 위반 혐의에 대해 기소를 잘 하지 않았습니다.

왜냐고요? 제조업, 특히 대기업에서 인적사항만 관리해주는 형태인 인력파견업체를 통한 도급계약 방식을 많이 씁니다. 만약, 아사히글라스가 불법파견을 했다고 기소한다면? 그래서 최종 판결이 나온다면? 이와 비슷한 형태로 일하는 ‘협력업체’라는 이름으로 구미의 LG, 삼성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가만히 있지 않겠지요. 아마도 이 때문에 수사를 다 하고도 판단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요? 그런데 검찰이 ‘걱정인형’도 아니고, 법률 위반 혐의만 따지면 좋겠습니다.

아사히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연행된지 23시간 만인 28일 오후 6시 50분께 조사를 마치고 경찰서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퇴거불응 혐의는 신속하게 사건 처리가 이뤄지겠지요. 검찰청사에서 퇴거 요구를 거부한 11명의 노동자를 빠르게 기소하면 됩니다. 대신, 파견법 위반 혐의 기소 여부도 함께 말입니다.

▲27일 오후 1시께, 금속노조 아사히비정규직지회 조합원 11명은 대구지방검찰청 1층 로비에 모여 박 지검장 면담을 요청하며 연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