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 해고 4년···“공장으로 돌아가자”

19일 아사히글라스 공장 앞에서 결의대회···300여 명 참여

20:59

구미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 해고 투쟁 4년. 해고노동자 민동기(36) 씨는 4년을 돌아보며 지난해 5월 공장에 들어갔던 순간을 떠올렸다.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중에 재판부의 현장 방문 자리였다. 돌아가지 못했던 작업장은 변한 것이 없었다. 민 씨는 “공장은 그대로인데 서류 작업하던 제 책상만 없어졌더라고요. 내가 일하던 공장을 법원 통해서만 들어가게 됐다니 비참했습니다”고 말했다.

검찰청 로비 농성, 검찰청 앞 장기 천막 농성, 국정감사, 천막 농성장 행정대집행, 일본 아사히글라스 본사 원정 투쟁까지, 4년은 까마득하다.

송동주(35) 씨는 일본 아사히글라스 본사 방문 투쟁이 기억에 남는다. 검찰이 아사히글라스의 파견법 위반 고소 사건을 2년 넘도록 기소조차 하지 않았던 시기였다. 송 씨를 포함한 해고자 3명은 태어나 처음 일본 땅을 밟았다. 송 씨는 “국적은 다르지만, 일본 노동자들이 우리 투쟁을 함께 했습니다. 놀랍고 고마웠습니다. 저희를 알아보고 지지해주는 시민분도 있어, 힘을 얻었습니다”고 말했다.

6월 30일이면 아사히글라스 하청업체 지티에스(GTS) 노동자 178명이 해고 통보를 받은지 4년이다. 아사히글라스 해고노동자들은 경북 구미시 산동면 아사히글라스(아사히초자테크노한국) 앞에서 ‘아사히 투쟁 4년 승리 결의대회’를 열었고, 노동자·시민 약 300여 명이 참여했다.

▲19일 오후 4시, 구미시 산동면 아사히글라스 공장 앞에서 열린 결의대회
▲19일 오후 4시, 구미시 산동면 아사히글라스 공장 앞에서 열린 결의대회

김태영 민주노총 경북본부장은 “4년을 싸우는 동안, 검찰청 앞 100미터에서 천막농성을 6개월 이상 했다. 검찰청 농성도 했다”라며 “기소조차 하지 않던 검찰을 해고자가 투쟁으로 뒤집었다. 이제 마지막 남은 권력의 콧대를 꺾자”라고 말했다.

차헌호 아사히글라스지회장은 “전국에서 동지들이 아사히글라스 투쟁에 관심 갖고 있다. 알려지지 않은 많은 분들에게서도 지지를 받고 있다”라며 “이분들 덕분에 우리는 무조건 이긴다고 확신한다. 회사와 타협하지 않고 승리할 것이다. 민주노조를 인정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결의대회는 제천간디학교 학생들과 아시히글라스 노동자들의 몸짓 공연 등이 이어졌다. 1시간가량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아사히글라스 정문 앞 바닥에 스프레이로 “노동조합 인정하라”, “우리가 이긴다”, “아사히는 전범기업” 등의 문구를 남겼다.

2015년 5월 29일 아사히글라스 하청업체 지티에스에서 일하던 노동자 138명은 노조를 결성했다. 6월 30일 아사히글라스가 지티에스에 도급계약 해지를 통보했고,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게 됐다. 그해 7월 21일 노동자들은 구미고용노동지청에 회사를 부당노동행위·불법파견 혐의로 고소했다. 구미고용노동지청은 2017년 8월 31일 아사히글라스에 대해 부당노동행위 무혐의, 불법파견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넘겼고, 9월 22일에는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178명을 11월 3일까지 직접 고용하라”는 시정 지시도 내렸다.

아사히글라스는 노동부 행정 지시를 이행하지 않고 행정소송에 들어갔고, 검찰은 2017년 12월 21일 파견법 위반 혐의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노조의 항고, 검찰의 재수사명령,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까지 열린 끝에 검찰은 올해 2월 15일 파견법 위반 혐의로 아사히글라스 등을 기소했다. 검찰은 “아사히글라스는 2012년 2월 11일경부터 2015년 6월 30일까지 고용노동부 장관 허가 없이 근로자파견 사업을 하는 지티에스로부터 178명을 파견받아, 직접생산 공정 업무에 종사하게 해 파견법을 위반했다”고 기소했지만, 아사히글라스 측은 “파견이 아니라 도급이었다”며 부인하고 있다.

오는 7월 12일에는 비정규직 노동자 23명이 아사히글라스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 민사소송 선고가 예정돼 있다. 노동자들의 승소로 최종심을 마치면 아사히글라스가 23명의 노동자를 직접 고용해야 한다.

▲구미시 산동면 아사히글라스 공장 앞
▲구미시 산동면 아사히글라스 공장 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