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청년Pre-Job지원사업] (10) (사)발달장애인자립지원협회 백지영

10:35

[편집자 주=2016년부터 대구시 주최, 대구시민센터 주관으로 ‘대구청년NGO활동확산사업’이 진행 중입니다. NGO(비정부기구)를 통해 청년들의 공익 활동 경험을 증진시키고, 청년들의 공익 활동이 NGO에는 새로운 활력이 되고자 합니다. 2020년에는 기존 청년Pre-Job지원사업과 통합해 청년NGO 단체 활동가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뉴스민>은 대구시민센터가 진행한 청년NGO 활동가 인터뷰를 매주 목요일 싣습니다. 이 글은 ‘청년NGO활동가확산사업’ 블로그(http://dgbingo.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 사단법인 발달장애인자립지원협회에서 근무하고 있는 백지영이다.

청년ngo 활동하기 전에는 어떤 활동을 주로 했는지?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력을 주는 영상을 제작하는 다큐멘터리 PD가 되고 싶어 이를 위해 갖춰야 할 자질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그 과정에서 이것저것 다 쑤셔보고 밟아봤던 것 같다. 그중 나에게 가장 영향을 주었던 것은 아동 권리에 대해 공부하고 알리는 봉사단 활동과 대학생들을 모아 책 두 권을 출판한 일이 아닐까 싶다.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겪은 시행착오 덕분에, 현재 단체에서 사업 기획을 할 때 좀 더 편하게 접근하고 여러 변수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

어떻게 청년 pre-job 지원 사업에 참여하게 되었는지도 궁금하다.
=복학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가 한국 전역에 퍼진 후 불안정한 시기에 수업을 듣는 것보다 이 시기에 할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을 쌓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때마침 대구 청년 pre-job 지원사업 공고를 보았고, NGO에서 활동한다면 사회에 보다 직접적인 변화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와 함께 참여하게 되었다. 또한 내가 해왔던 일, 좋아하는 일, 그리고 잘할 자신 있는 일로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사)발달장애인 자립지원협회는 어떤 단체인가?
=사단법인 발달장애인자립지원협회는 자립, 상생, 신(新)패러다임 복지를 비전으로 하여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 구성원을 대상으로 장애인 당사자 및 보호자의 역량 강화를 통한 발달장애인의 자립을 지원하고자 만든 비영리법인이다. 개별화된 교육이 요구되는 발달장애인의 생애 주기에 따른 특성 및 욕구에 적합한 지원과 권리 옹호 등이 체계적이고 효과적으로 제공될 수 있도록 하며, 발달장애인의 사회참여 촉진, 권리 보호와 함께 그들이 보다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힘쓰고 있는 곳이다.

단체에서 활동가의 역할은 무엇인가?
=온라인 사업을 주로 맡고 있다. 두 개의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를 전담해 진행하고 있고, 단체의 블로그 글 작성 및 관리를 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장애인 인권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하여 발달장애에 대해 따로 공부도 하고, 주간 활동 서비스 프로그램 진행을 돕고 있다.

▲백지영 할동가가 새로 시작하는 펀딩 일러스트 작업을 하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이 있는가?
=첫 번째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 때 발달장애인과 함께 완성할 수 있는 책 겸 다이어리를 제작했다. 활동을 시작하고 2개월 내내 만든 것이었는데,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해 펀딩이 무산됐다. 아쉽게 마무리가 된 프로젝트이기에 기억에 남는 것도 있지만, 제작하면서 많은 발달장애인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을 위해 내가 실물로 된 무언가를 만들었다는 그 자체로만 해도 충분히 감격스러운 경험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또 다른 펀딩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 프로젝트는 꼭 성공해서 발달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에 작게나마 도움을 주며 활동을 마무리하고 싶다.

이 사업에 참여하고 나서 변화된 점이 있는가?
=지금 일하고 있는 단체에서 근무하기 전까지 발달장애인을 만날 기회가 잘 없었다. 하지만 내게 그들에 대한 일말의 편견도 없을 것이라는 자신이 있었다. 그분들을 직접 뵙고 이야기하고 서로를 알아갈수록 내가 가진 발달장애에 대한 프레임이 보였다. 그 틀을 외면하지 않고 똑바로 마주해 부수게 된 것이 내게 일어난 가장 큰 변화가 아닐까 싶다. 또한 이 사업에 참여하면서 자존감이 많이 높아졌다는 생각이 든다. 내 머릿속에만 있던 아이템들을 실제로 꺼내어 눈앞에 내놓으면서 정말 행복했다. ‘아, 나도 사회의 일원으로서 무언가 해낼 수 있구나’ 하는 충만감이 나를 ‘긍정맨’으로 만들어준 것 같다. 정말 감사하고 소중한 경험이다.

▲펀딩 준비를 위해 백지영 활동가가 직접 프로그램을 기획해 발달장애인과 교류하는 모습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활동 이전 휴학생으로서의 나는 우울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뚜렷하게 잘하는 것 하나 없는 내 미래는 불투명했고, 하고 싶은 것조차 없는 무기력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동굴 안에서 마냥 웅크려만 있던 내가 청년 pre-job 지원 사업의 손을 잡고 활동을 하면서 많이 달라졌다. 상상만 했던 나의 모습을 직접 마주하니 희열감이 차올랐고, 뭐든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투명한 미래를 가만히 보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좀 더 투명하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내가 되었다. 이는 개인적인 영역을 넘어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에도 변화를 줬다. 바꿔야 하는 것이 있다면 불평부터 하는 것이 아니라 용기를 내 직접 소리를 내고 행동하려 한다. 움직여야 침체되지 않는 것을 이제는 안다. 여러모로 많은 성장을 꾀하게 해주어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근무하면서 지역 사회 곳곳에 이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사회적 약자를 위해 행동하시는 분들이 많음을 알게 되었다. 또한 비록 이들이 묵묵히 움직이고 있지만, 앞에 놓인 길이 결코 순탄하지 않음을 보고 듣고 느꼈다. 모두가 눈앞에 보이는 큰 점을 잇는 와중에 주변의 작은 점들을 돋보기를 들고서라도 큰 점들 사이로 이으려는 움직임이 따뜻하면서도 아팠다. 지역 사회에 꼭 필요한 이들이 묵직하게, 그리고 잔잔하게 흘러갈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지원이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