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구시민사회를 응원합니다] (18) 전태일의 친구들, 김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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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코로나19, 대구시민사회를 응원합니다’는 대구시민센터와 대구시민공익활동지원센터, 그리고 대구마을공동체만들기지원센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확산 시기에 공공영역에서 놓쳤거나 더 소외된 이웃을 도운 대구 지역 시민단체 활동가를 만나 인터뷰했다. 인터뷰는 각 센터 대표자나 담당자들이 진행했고, 대구시민센터의 박서영 인턴활동가가 인터뷰를 정리했다.

▲대구 시민사회 응원금을 전달받고 있는 김채원 님(왼쪽), 인터뷰는 대구시민센터 김은주 팀장이 진행했다.

Q. ‘전태일의 친구들’ 활동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사단법인 ‘전태일의 친구들’은 전태일 열사의 고향인 대구에서 전태일의 정신을 기억하고 계승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익 법인입니다. 전태일 열사가 청옥고등공민학교를 다닐 때 온가족이 모여 살았던 남산동 집을 시민의 십시일반으로 매입해 대구 전태일 기념관을 만드는 운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였습니다. 특히 대구·경북에서 2~4월이 많이 힘든 시기였는데, ‘전태일의 친구들’의 상황은 어떠했나요?

급식소 폐쇄로 식사에 어려움을 겪은 쪽방 거주민과 거리 노숙인, 장애인 등 사회적 취약계층에 김밥 도시락을 만들어 나눠주는 활동을 했습니다. 그리고 일선에서 수고하시는 의료진들에게도 김밥 도시락과 생필품을 전하는 활동을 하였습니다.

Q. 외부에서 오는 도움의 손길도 있었습니다. 후원물품이나 후원금 등 나눔의 손길이 어떻게 도움이 되었나요?

전국 각지에서 많은 기부의 손길이 있었습니다. 저희는 주로 김밥 도시락 만드는 일을 하였기에 전국적으로 김밥 재료를 많이 보내주셨습니다. 특히 전라도에서 많은 후원의 손길이 있었습니다. 재난 사태를 맞아 지역을 뛰어넘는 우애의 손길에 매우 감동했습니다. 시금치, 당근, 계란, 김, 과일뿐만 아니라 전국마을공동체를 통해 지역특산품들도 많이 보내주셔서 독거노인, 독거청년, 예술가 등 어려움에 처한 다양한 분들에게 많은 나눔이 이루어졌고 그분들에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이런 후원의 손길이 있었기에 저희의 봉사활동이 지속 될 수 있었습니다.

Q. 활동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거나 애틋한 사례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첫 김밥 도시락 나눔을 했을 때 쪽방에 사시는 주민께서 ‘이렇게 집밥 김밥을 먹어본 게 처음이다’, ‘사람대접 받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할 때 뭉클하고 보람을 느꼈습니다. 또한 자원봉사하는 분들이 어떤 모집 공고도 없었음에도 아침이면 자발적으로 모이는 모습에 놀랐습니다. 서로 처음 만나는 사이였지만 자원 봉사하는 사람들 간의 우애가 무척 두터워졌고 이후에도 좋은 봉사활동을 같이 하자는 취지로 모임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보람이 있었던 건 전국에서 보내주는 응원의 메시지와 후원물품들이었어요. 제주에 사시는 어떤 시인께서는 저희 자원봉사자들 한 명 한 명에게 손편지와 시집을 보내주기도 했습니다.

Q. 재난상황이 발생하면 취약계층의 어려움은 더 클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앞으로 재난상황을 대비하여 취약계층에 대한 정부나 지자체에서 우선적으로 해야 할 과제가 있을까요?

대구에서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누구보다 먼저 할 일을 찾아 실천했던 곳이 바로 민간 시민사회 단체였습니다. 특히 취약계층의 현장과 밀접한 단체들이 솔선수범 했습니다. 오히려 행정력이 뒤떨어질 정도였죠. 그래서 현장을 중심으로 하는 민-관 거버넌스가 일상화, 체계화 되어 상황이 발생하면 신속하고 종합적으로 대처하는 준비를 해야 합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취약계층의 재난에 대비, 대처하는 매뉴얼이 마련되어야 하며 사회복지를 담당하는 행정체계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 복지 컨트롤 타워가 마련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Q. 앞으로 이런 재난이 또 오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재난상황에 대비하는 대구시민사회의 역할과 과제는 무엇이 있을까요?

이번에 대구에서는 대구 시민센터가 플랫폼 역할을 매우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후원을 하고자 하는 분들과 후원의 손길이 필요한 곳을 잘 연결하여 적재적소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시민사회는 비영리, 공공적 가치를 추구하는 만큼 재난 시기에 누구보다 신뢰를 받을 수 있는 단체이기에 적극적 대처방안과 실천을 겸비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방정부와 연계하여 재난 극복 방안과 매뉴얼을 마련하고, 취약계층을 위한 봉사활동도 적극적으로 나서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