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방문한 용산참사 유족 “김석기가 가야할 곳은 국회 아닌 감옥”

"유가족 앞에 사과하고 진실 밝히기 위해 법정에 서야 한다"

14:46

용산참사 유가족들이 4년 만에 경주 방문에 나섰다. 이유는 4년 전과 같다.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등록해 20대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김석기 전 한국공항공사 사장 때문이다. 유가족들은 “여섯 명의 국민을 죽게 한 용산참사 살인진압 책임자 김석기는 표의 심판이 아닌 사법적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석기 전 사장은 2009년 용산참사 당시 병력투입을 최종 승인한 서울경찰청장이었다. 유족들은 4년 전 19대 총선에서도 김석기 전 사장은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등록했으나, 공천에서 탈락한 후 무소속으로 출마해 낙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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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7주기추모위원회는 18일 오전 경주 서부동 김석기 국회의원 예비후보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석기가 갈 곳은 국회가 아니라 감옥”이라고 밝혔다. 용산추모위는 17일부터 이틀 동안 경주 시내 곳곳을 다니며 시민과 만나 김석기 예비후보의 과거를 잊지 말 것을 호소하기도 했다.

용산추모위는 “공기업 한국공항공사 낙하산 임명되고, 유가족들이 김석기를 만나겠다고 매일 공사를 찾았지만, 김석기는 사과는커녕 한 번의 대면도 하지 않았다”며 “7주기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유가족들에게 김석기는 지금이라도 유가족과 철거민 앞에 사죄하고 진실을 밝히는 법정에 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7년 전 용산참사로 남편 이상림 씨를 잃은 전재숙(75) 씨는 “당시 무전기도 꺼놓고 진압을 지시한 사람이 6명의 죽음에 대해 직무유기가 아니라고 발뺌하는 사람이 김석기”라며 “살인을 저지른 사람이 유가족을 기만하고 국회에 가서 정치하려 한다. 경주시민들이 유가족 마음을 헤아려 달라”고 호소했다.

참사 당시 용산4구역 철거민대책위원장으로 아버지와 망루에 올랐다가, 아버지를 잃고 4년 동안 구속 생활을 한 이충연(44) 씨는 “7년이 지났으니 이제는 잊으라 한다. 단 하루 만에 경찰특공대를 투입해서 살인진압이 이루어진 용산4구역은 지금도 황무지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충연 씨는 “철거민이 무리한 행동을 해서 진압했다고 하지만, 대법원 판결에서도 무리한 진압은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며 “김석기 본인은 잘못이 없다며 부하들에게 책임을 떠넘겼고, 공항공사에 항의하러 갔을 때는 유가족들을 고발하고 연행시켰다. 이런 자가 국회에 가지 않도록 경주 시민들이 나서 달라”고 말했다.

유족들을 위로하고자 기자회견장을 찾은 정현주 경주시의원(더불어민주당)은 “누군가를 낙선시키거나 지지하기 위해서 이 자리에 오지 않았다”면서 “경주 시민의 한 사람으로 유족들이 절규하고 울며 경주를 다니지 않고, 유쾌한 마음으로 다시 찾아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태영 민주노총 경북본부장은 “새누리당이 작대기만 꽂아도 당선되는 경북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그나마 나은 놈을 골라야 한다”며 “사람을 죽인 자, 거짓말하는 자는 안 된다. 민주노총이 최선을 다해 김석기가 국회로 가지 않도록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김석기 전 청장은 지난해 12월 23일 경주시 국회의원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김석기 전 청장은 서울경찰청장으로 재직하던 2009년 1월 20일 철거에 반대해 망루에 올라 농성중이던 용산철거민들을 상대로 경찰특공대를 투입해 강제 진압하다 불이나 여섯 명의 희생자를 내 큰 물의를 일으켰다. 당시 사건의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난 후 한국자유총연맹 부총재, 오사카 총영사 역임 후 19대 총선에 경주시 무소속 후보로 출마해 28.9%를 득표해 낙선했다. 이후 한국공항공사 사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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