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집회 전면 금지···민주노총-경찰 충돌, “과도한 행정명령” 비판

28일, 민주노총 800여 명 모여 거리 집회
"과도한 제한으로 불필요한 마찰...안전한 집회 보장"
대구시, 행정명령 변경고시 논의 중

17:26

경찰의 집회 금지 통고에도 민주노총 대구본부가 ‘전태일 3법’ 쟁취를 위한 집회를 강행하면서 경찰과 충돌을 빚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 완화에도 불구하고 대구시가 시내 모든 집회를 전면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유지하면서 불필요한 마찰을 불러일으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민주노총 대구본부 집회

28일 오후 2시 민주노총 대구본부는 대구 수성구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총파업·총력투쟁 선포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날 민주노총은 애초 300여 명이 모여 집회를 열 계획이었으나, 경찰이 해산 시도에 대응해 집회를 예정대로 열기 위해 조합원이 계속 모이면서 오후 2시 30분께 참가자가 800여 명까지 늘었다.

대구시가 지난 3월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도심 내 집회를 전면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후, 민주노총과 경찰이 충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노총 대구본부는 지난 6월과 7월 각각 3,000명, 1,000 명 규모로 도심 집회를 연 바 있다. 당시 경찰은 대구시 행정명령에 따라 집회 금지를 통고하면서도, 최소한의 집회 보장을 위해 도로 통제 등에 나서면서 집회 참가자와 시민이 불편을 겪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날 경찰은 12시께부터 노동청 인근에 경력을 배치하면서 크고 작은 충돌이 일었다. 오후 1시 40분께 경찰 해산을 시도하면서 노동청 앞 인도에 모여있던 참가자들이 도로로 밀려나 한때 도로 5개 차선 전체가 집회 참가자들과 경력들로 얽혀 아수라장이 됐다. 경찰은 이날 7개 중대(500여 명)를 집회 현장에 배치했다.

▲28일 민주노총 대구본부 집회, 경찰의 해산 시도에 한떄 경찰과 집회 참가자들이 충돌해 도로는 아수라장이 됐다.

민주노총은 경찰을 향해 “경력을 철수하고,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라”,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으면, 도로를 점거하겠다”고 맞섰다. 집회 참가자들이 점점 불어나자 민주노총은 노동청 앞 도로 3개 차선을 차지하고 집회를 진행했고, 경찰도 뒤늦게 도로 통제에 나섰다.

앞서 민주노총은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앞, 대구고용노동청 앞, 대구2.28기념중앙공원 등 모두 6곳에 집회 신고를 했지만, 경찰은 모두 금지 통고를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 완화 이후 도심 내 집회 100인 미만 집회는 제한적으로 허용되지만, 집회를 원천 금지하는 곳은 대구가 유일하다.

이정아 민주노총 대구본부 사무처장은 “대구시에 행정명령을 완화해 100명 미만 참가자가 방역 지침을 지키면서 안전하게 집회를 열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끝까지 불허했다”며 “서울, 광주, 제주 등 다른 지역은 이미 지난주 같은 내용으로 집회를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에도 대구시만 집회를 전면 불허하는 것은 감영병예방법을 핑계로 과도한 공권력을 남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28일 민주노총 대구본부 집회, 경찰과 마찰 끝에 집회 장소를 확보하고 집회를 열고 있다.

민주노총 대구본부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대구시와 대구경찰의 모든 집회 전면 불허 방침은 헌법에 보장된 집회·결사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며 “노동자의 생존권을 지키는 최소한의 외침과 평화적인 집회를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며, 공권력 남용으로 벌어지는 모든 일의 책임은 대구시와 대구경찰이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한국게이츠 폐업 철회, 한국댓와일러 부당노동행위 투쟁 승리 ▲전태일3법 쟁취 ▲노동개악 저지 등을 요구하며 1시간가량 집회를 진행한 뒤 해산했다.

경찰은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금지된 집회에 대해 사법 처리 등 대응을 한다는 계획이다. 대구시는 지난 3월 고시한 집회 금지 행정명령 변경을 고려하고 있다. 대구시 사회재난과 관계자는 “신천지 때문에 고시한 행정명령인데 다른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어서 정부의 사회적거리두기 방침 변경 등을 고려해서 전문가들과 논의 후 변경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28일 민주노총 대구본부 집회 참가자들이 발열체크를 위해 기다리고 있다.